주간동아 1128

2018.03.07

강양구의 지식 블랙박스

여섯 번째 ‘대멸종’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이미 바다 거대동물 크게 감소…인류의 환경 파괴에 의한 가능성 높아

  • 입력2018-03-06 10:38:13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오늘은 과학 상식에서부터 시작하자. 지금까지 지구에서는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첫 번째 대멸종은 약 4억5000만 년 전인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에 일어났다. 당시 지구에 살던 생명체는 대부분 물에서 살았는데, 어떤 이유로 85%가량이 사라졌다. 워낙에 옛날 일이라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정만 할 뿐이다. 

    두 번째 대멸종은 고생대 데본기 말에 있었다. 약 3억7000만 년 전에서 3억6000만 년 전까지 1000만 년에 걸쳐 지구상에 존재하던 생물종의 70%가 사라졌다. 세 번째 대멸종은 약 2억5000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 말에 있었다. 이 대멸종으로 지구에 살던 거의 대부분(95%)의 생명체가 사라졌다(그래서 이 멸종을 ‘대멸종의 어머니’라 부른다).

    인류, 지구의 무법자

    네 번째 대멸종은 페름기 대멸종이 일어나고 약 4600만 년 후(약 2억500만 년 전)인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에 있었다. 바로 이때 육지에 살던 파충류 대부분이 공룡, 익룡, 악어 등만 남기고 멸종했다. 이 네 번째 대멸종 덕에 다른 파충류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공룡이 세상을 지배하는 시대가 열렸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다섯 번째 대멸종은 약 6500만 년 전인 중생대 백악기 말에 있었다. 이 대멸종이 가장 유명하다. 공룡, 익룡, 해룡, 암모나이트 등 육상 생물의 70%가 절멸하면서 공룡 시대가 끝장났기 때문이다. 이 대멸종 때 포유류가 살아남았고, 인류가 지구의 지배자가 될 수 있었다. 

    다섯 번째 대멸종의 원인을 놓고서는 여러 가설이 있다. 하지만 지금은 대체로 소행성 충돌로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지름 300m가량의 소행성이 떨어지면 한반도 정도 크기의 나라는 초토화된다. 다섯 번째 대멸종 때는 지름 7~10km의 소행성이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뜬금없이 대멸종 이야기를 늘어놓은 까닭이 있다. 지금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 대멸종은 그 원인도 명확하다. 바로 ‘인류’다. 

    2만 년 전까지만 해도 유라시아, 북아메리카에는 거대한 포유류가 가득했다. 지금은 화석을 토대로 그린 상상도를 통해서나 그 모습을 짐작할 수 있는 매머드, 털코뿔소, 검치묘, 동굴곰 등이다. 하지만 약 1만 년 전쯤 거대한 포유류는 지구상에서 대부분 자취를 감춘다. 

    흥미롭게도 거대한 포유류의 멸종은 한순간에 일어나지 않았다. 호주는 약 5만 년 전부터, 아메리카 대륙은 약 1만3000년 전부터 대형 포유류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뉴질랜드 같은 곳에는 (포유류는 아니지만) 날지 못하는, 키 3.7m에 몸무게 230kg의 새 모아가 있었다. 하지만 모아를 비롯한 뉴질랜드의 대형 생물은 400년 전 멸종했다. 

    눈치 빠른 이라면 알아챘겠지만, 대륙별로 순차적으로 진행된 거대한 포유류의 멸종 시기는 인류 이동과 겹친다. 호주, 아메리카 등으로 진행된 인류의 작은 발걸음이 그곳에 살던 거대한 포유류에게는 멸종을 알리는 커다란 재앙이었다. 예를 들어 아메리카마스토돈은 인류가 아메리카에 정착하자마자 사라지기 시작해 1만 년 전 멸종했다.

    “대멸종 시작되면 지옥 된다”

    지난 1000년간의 기록은 더욱더 극적이다. 오늘날 육지에 사는 동물 가운데 야생동물은 3%에 불과하다. 인간, 가축, 애완동물이 육지에 사는 동물의 97%를 차지한다. ‘동물의 왕’으로 불리던 사자의 신세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2000년 전 100만 마리에 달하던 사자는 오늘날 2만 마리로 줄었다. 

    바다 상황도 다르지 않다. 1950년대 이후 50년 만에 다랑어, 상어, 대구 등 바다의 거대 동물 90%가 사라졌다. 바다생물의 다양성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서식 공간인 산호초는 1980년대와 비교해도 3분의 1로 감소했다. 인류가 원인을 제공한 지구온난화가 초래하는 해양 산성화로 산호초 파괴 속도는 더욱더 빨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만 놓고 보면, 에드워드 윌슨을 비롯한 과학자 상당수가 현재 인류에 의한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는 것에 공감이 간다. 윌슨 같은 과학자는 지금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림으로써 생물 다양성을 파괴하는 인류의 행동에 경각심을 갖기를 원한다. 

    이 대목에서 2억5000만 년 전 고생대 페름기 대멸종 전문가인 더글러스 어윈의 견해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그는 ‘대멸종의 어머니’를 연구하는 과학자인데도 정작 여섯 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는 주장에 찬성하지 않는다. “만약 정말로 2억5000만 년 전의 페름기 대멸종과 같은 일이 진행되고 있다면 우리는 역설적으로 아무런 노력도 할 필요가 없다.” 

    어윈은 대멸종을 폭발 중인 빌딩에 비유한다. 빌딩이 폭발로 산산조각 나는 일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 이렇게 폭발한 빌딩을 원상 복구하는 일도 불가능하다. 즉 대멸종이 정말로 진행되고 있다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당연히 어떤 노력도 무의미하다. 그냥 모든 게 끝일뿐이다. 

    어윈의 이런 견해는 오히려 희망적이다. 아직 여섯 번째 대멸종이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 우리의 고민, 선택, 행동은 의미가 있다. 그런데 어윈은 의미심장한 경고도 덧붙인다. 대멸종이 시작되기 전 그것을 경고하는 여러 신호가 있을까. 그는 그런 대멸종 신호를 부정하면서 만약 대멸종이 오면 “갑자기 세상이 지옥으로 바뀔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여섯 번째 대멸종은 아직 오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대멸종이 시작된다면 예고 없이 찾아와 모든 것을 쓸어버릴 것이다. 인류는 과연 여섯 번째 대멸종을 피할 수 있을까.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