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13

2011.11.21

이모, 아줌마 그리고 사장님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11-18 18: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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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근처 떡볶이 가게에 갔을 때의 일입니다.

    “아줌마, 떡볶이 2인분에 순대 1인분 주세요.”

    그러자 함께 온 선배가 귓속말로 얘기했습니다.

    “여기선 아줌마라고 하면 안 돼. 사장님이라고 해야 주문이 잘 들어가.”

    과연 그 말이 맞는지 유심히 사람들이 주문하는 모습을 살펴봤습니다. 가게주인은 ‘아줌마’라고 부르면 못 들은 양 했습니다. 반면 ‘사장님’이라고 부르면 큰 소리로 ‘예’라고 대답하며 주문을 받는 것이었습니다. 선배는 “비록 작은 떡볶이 가게 주인이지만 아줌마보다는 사장님이라고 불리는 게 더 기분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식당에 들어가면 식당주인이나 그곳에서 일하는 종업원을 뭐라 불러야 할지 애매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학 시절 친구들과 술 한잔하러 단골 감자탕 집에 가면 “이모, 감자탕 하나에 소주 한 병이오”를 외쳤습니다. 어떤 친구는 이모만 부르면 고모가 외롭다며 초지일관 ‘고모’를 외쳤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다 어색하면 그냥 ‘여기요’ 혹은 ‘저기요’로 불러 주문을 하곤 합니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이모나 고모 같은 가족관계 호칭을 32%, 아줌마를 26%, 여기요 저기요 같은 표현을 20% 정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모, 아줌마 그리고 사장님
    “자기 스스로 대접받길 원한다면 먼저 남을 대접하라”는 말이 있습니다. 비록 ‘손님은 왕’이라고 하지만, 손님으로서 제대로 대접받길 원한다면 식당에서 일하는 분들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합니다. 그들을 배려하는 것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기본은 호칭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시민단체는 식당에서 일하시는 분에게 어떤 호칭이 가장 적합한지 공모했고, 그 결과 250개 제안 가운데 ‘차림사님’이 1등에 뽑혔습니다. 밥을 차려주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입에 잘 달라붙지도 않는 신조어를 반드시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모라고 부르더라도 그 말에 따듯한 정이 담겨 있다면, 사장님이라고 불러 그들에게 잠시나마 뿌듯함을 줄 수 있다면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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