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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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는 허리’의 독립생활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11-15 09: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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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당시 군인 신분으로 부대의 명령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서울 용산구에 있는 한 장애인보호시설에 봉사활동을 갔습니다. 봉사는 18세인 장애여성의 식사를 돕는 일이었습니다. 맛없어 보이는 죽을 입에 넣어주면서 괜스레 미안해져 “괜찮아요?”라고 한마디 묻고는 입을 열지 않았습니다. 그도 묵묵히 밥만 먹었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사고가 났습니다. 제가 남성 장애인들의 목욕을 도와준 뒤 옷을 입히고 머리를 말려줄 때였습니다. 한 여성 봉사자가 그 장애여성을 수건으로 감싸서 안고 가다 거실 바닥에 떨어뜨린 것입니다. 순간 알몸으로 버둥거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곧 고개를 돌렸지만 그 장면은 7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만약 장애가 없었다면 그도 18세라는 예민한 나이에 타인의 시선에 자신의 알몸을 방치하지 않았겠지요. 여성성을 드러낼 기회도 없이 살아가는 장애여성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761호 커버스토리 ‘그 여자의 속사정’을 준비하면서 저는 장애여성의 사랑과 양육 문제를 취재하겠다고 자청했습니다. 비장애인이고 남성인 저부터 깨고 싶었습니다. 장애여성문제 활동가와 대화를 나누고, 단체가 발간한 자료집과 관련 책을 읽으며 장애여성의 삶을 공부했습니다. 어느 정도 알고 갔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여성 장애인 서지원 씨를 만났을 때 충격은 적지 않았습니다. 편견으로 가득한 우리 사회의 시선에 같이 절망하고, 그럼에도 당당하고 쾌활하게 살아가는 서씨의 삶에 박수를 보냈습니다. 직접 만나지 않았다면 모르고 살았을 겁니다.

    ‘춤추는 허리’의 독립생활
    서씨는 장애여성극단 ‘춤추는 허리’의 배우입니다. 장애여성 문화예술운동을 벌여온 ‘춤추는 허리’는 11월 24~27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가톨릭청년회관 CY홀에서 ‘거북이 라디오’를 공연합니다. 장애여성이 ‘복잡하고 어렵고 지난한’ 삶이지만 ‘충분히 느리고 유쾌하고 까칠하게’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합니다. 장애여성들의 독립생활, 궁금하지 않으세요? 만나보기 전에는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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