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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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입맛에 맞게 변화하는 세상

[김상하의 이게 뭐Z?] 소통 즐기고 개성 강한 Z세대 등장 이후 달라지고 있는 기업과 제품들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3-03-0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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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세대라는 말을 ‘진짜 Z세대’는 싫어한다고 한다. 누군가는 마케팅 용어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Z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한 이후 세상은 달라지고 있다. 특히 기업문화 변화가 두드러진다. 일부 기업은 Z세대를 위한 사내 복지로 반차의 반차인 ‘반반차’ 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사무실 밖을 벗어나 일할 수 있도록 ‘워케이션(work+vacation)’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이렇듯 Z세대를 단순히 자기밖에 모르는 ‘맑은 눈의 광인’이 아니라 함께 어울려 살아야 하는 중요한 사회 구성원으로 보고 그들에 맞게 변화하는 경우가 많다.

    #Z세대는 제작자를 통해 사랑에 빠진다

    유한락스의 ‘THE WHITE BOOK(더 화이트 북)’. [유한락스 제공]

    유한락스의 ‘THE WHITE BOOK(더 화이트 북)’. [유한락스 제공]

    주변 Z세대에게 ‘성공의 기준’을 물으면 대부분 tvN 예능프로그램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이러다 유퀴즈 나가는 것 아니냐” “이걸로 유퀴즈 나가야지” 같은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도대체 유퀴즈가 어떤 프로그램이기에 Z세대가 이렇게 선호하는 걸까 생각해보면 핵심 키워드는 ‘제작자’다. 여자 아이돌그룹 ‘뉴진스’를 프로듀싱한 민희진 어도어 대표이사,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의 크리스마스 미디어 파사드를 기획한 담당자 등이 직접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 대표적이다. Z세대는 개인 브랜딩에 주목한다. 말하자면 사람을 보고 해당 브랜드를 사랑하게 되는 것인데, 과거에는 브랜드 모델인 연예인이 그 역할을 했다면 이제는 제작자, 프로듀서, 기획자, 개발자 등을 보고도 그 브랜드를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이처럼 제작자와 소통하고 싶어 하는 Z세대의 마음을 최근 유한락스가 제대로 읽었다. 락스 사용에 관한 모든 궁금증에 답한 ‘THE WHITE BOOK(더 화이트 북)’을 펴낸 것이다. 유한락스 뒷면 상품 설명에는 ‘참깨에 락스를 사용하지 말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이 문구에 의아함을 느낀 한 소비자가 과거 유한락스 측에 질문을 남긴 게 더 화이트 북 제작의 단초가 됐다. 당시 담당자는 질문에 친절하게 답하며 소비자와 소통하는 이미지를 쌓았고 이후 소비자가 자주 묻는 질문을 모아 더 화이트 북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락스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기 위함이라는데, 이런 게 바로 Z세대가 요구하는 ‘소통’을 잘한 예라고 할 수 있다. Z세대가 이처럼 제작자에게 지속적으로 관심을 둔다면 일하는 사람도 정말 일할 맛이 날 것 같다.

    #‘김밥계 써브웨이’ 취향대로 만드는 김밥

    ‘풀리김밥’ 매장 내부. [풀리김밥 제공]

    ‘풀리김밥’ 매장 내부. [풀리김밥 제공]

    맨 처음 샌드위치 전문점 ‘써브웨이’를 방문했을 때 느낀 감정은 ‘좀 무섭다’였다. 과거에는 써브웨이 주문법이 카드뉴스로 돌아다닐 정도로 사람들에게 익숙지 않았다. 음식을 커스터마이징한다는 게 어색할뿐더러 뒤에 기다리는 손님이 있으니 빨리 주문해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까지 생겼다. 하지만 써브웨이의 편리함을 알게 된 지금은 식당에 갈 때마다 ‘아, 써브웨이처럼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넣으면 안 될까’라는 생각을 한다. 특히 김밥 가게에서 ‘오싫모’(오이를 싫어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매번 “오이 빼주세요”라고 따로 말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는다. 그런데 얼마 전 ‘김밥계 써브웨이’가 혜성처럼 나타났다. 서울 성수동에 위치한 ‘풀리김밥’이라는 곳인데, 써브웨이처럼 김밥 속 재료를 자신이 원하는 것들로만 골라서 주문할 수 있다. 풀리김밥의 등장은 채식주의자에게 특히 반가운 소식이다. Z세대 중 ‘비건(vegan)’이 점점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비건을 위한 식당이나 외식 메뉴는 부족한 편이기 때문이다.

    이런 식당이 많이 생길수록 개인의 가치관과 취향, 식성이 존중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 유튜브에서 0.5인분의 음식을 판매하는 중식당을 본 적이 있다. 적게 먹는 ‘소식좌’에게만 좋은 일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여러 메뉴를 다양하게 시켜 먹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도 선택권이 보장돼 혁신적이라고 생각했다. 고정된 방식으로만 음식을 팔던 식당들이 비건, 소식좌 등 기호에 맞게 메뉴와 양을 다양화하는 것도 개성이 확실한 Z세대 등장 이후 두드러진 긍정적 변화 중 하나 같다.



    #귀여운 것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Z세대

    ‘숩숩’ 숨은그림찾기. [숩숩 캡처]

    ‘숩숩’ 숨은그림찾기. [숩숩 캡처]

    Z세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귀여움이다. Z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선 단 하나만 기억하면 된다. 바로 ‘귀여운 게 최고’라는 점이다. 고양이를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가 Z세대를 중심으로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것은 물론, 시청자 모두가 ‘랜선 이모’ ‘랜선 삼촌’이 돼 한마음으로 고양이를 키우는 풍경을 연출한다. 기업들이 마케팅 수단으로 캐릭터를 빠뜨리지 않는 이유도 여기 있다. 요즘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기 시작한 ‘숩숩’이라는 숨은그림찾기 애플리케이션이 대표적이다. 기존 숨은그림찾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숩숩은 여러 일러스트 작가가 직접 그린 귀여운 일러스트 중 하나를 선택해 게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햄깅이’ 캐릭터. [트위터 햄깅2 캡처]

    ‘햄깅이’ 캐릭터. [트위터 햄깅2 캡처]

    Z세대에게 귀여운 것과 귀엽지 않은 것은 아주 큰 차이다. 특히 귀엽고 솔직해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주는 캐릭터가 인기다. ‘농담곰’ ‘햄깅이’ ‘최고심’이나 네이버 웹툰 ‘마루는 강쥐’ 속 ‘마루’ 같은 캐릭터가 꾸준히 사랑받는 비결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업이 대표 캐릭터를 고심하는 상황이라면 무조건 귀여운 것을 택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Z세대의 소비심리엔 팬심과 더불어 귀여운 것을 소유하고 싶다는 마음이 섞여 있다. 그들에게 필요성이나 유용함은 별로 중요치 않다. 그래서 어떤 브랜드를 잘 알지 못해도 평소 좋아하는 캐릭터와 컬래버레이션을 했다고 하면 사지 않아도 될 물건을 다시 한 번 돌아보고 구매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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