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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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인기가요 언제까지 재탕할 건가요?

[미묘의 케이팝 내비] 음악시장이 즉물적 흥행에 잠식되지 않길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1-07-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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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 발매된 그룹 일기예보의 ‘좋아 좋아’를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즌2’ OST로 리메이크해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배우 조정석.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홈페이지]

    1996년 발매된 그룹 일기예보의 ‘좋아 좋아’를 ‘슬기로운 의사 생활 시즌2’ OST로 리메이크해 폭발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배우 조정석.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 홈페이지]

    요즘 음원 서비스 신보를 살펴보면 리메이크 곡이 발매되지 않는 날이 거의 없다. 자기 곡을 다시 부르는 셀프리메이크도 있고, 방송 예능프로그램에서 부른 노래를 발매한 것도 있다. 이런저런 프로젝트라는 명목으로 여러 가수가 번갈아 리메이크 음원을 내기도 하고, 한 아티스트의 음악적 정체성을 신중히 모색하며 리메이크 앨범을 제작하기도 하며, 별달리 거창한 이유 없이 그냥 발매하기도 한다. 리메이크 곡 OST(오리지널사운드트랙)로 유명한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이 연달아 인기 음원을 발매하면서 배우 조정석은 올해도 최고 인기 가수 반열에 오를 전망이다.

    분명한 건 이런 리메이크 곡이 상당히 흥행한다는 점이다. 일간 차트를 살펴보면 100곡 중 적어도 10곡 이상 리메이크 곡을 찾을 수 있다. 차트의 10% 이상을 차지한다는 것은 굉장한 일이다. 같은 날짜, 같은 차트에는 팝이 10곡, 각종 OST가 8곡, 역주행 곡이 9곡, 힙합이 9곡, 트로트가 1곡 올라 있다. 그중 실제로 히트하는 곡도 많다. 시장 수요가 분명 있다는 뜻이다. 하나의 ‘장르’로 완전히 안착한 만큼 말이다.

    미래세대에 중고 추억만 물려줘서야

    어떤 의미에서 대중음악은 필연적으로 추억을 팔 수밖에 없다. 슈퍼스타가 빠르게 늙어 전성기만 못한 활동을 하는 경우도 흔하고, 소비자 역시 빠르게 늙어 추억에 잠기고 싶어 한다. 가수든, 팬이든 숨 가쁜 유행 속 스쳐지나간 것들에 미련을 놓지 못하는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이 산업의 한 구석에서 수많은 ‘골든 앨범’과 회고록, 자서전 등이 꾸준히 등장하며 과거를 곱씹는 일이 이뤄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것이야말로 대중음악시장이 그만큼 ‘우리 음악’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장으로서 성장하고 숙성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아직 꽃피지도 않은 시장이라면 내다 팔 추억도 없을 것이고 이를 원하는 소비자도 드물 테니 말이다. 10년 뒤 세계인은 2010년대 후반 불어닥친 케이팝 열풍을 자신의 추억으로 되새기게 될 테고, 그것은 지금 케이팝이 꽃피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언제가 ‘만개’일지는 알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눈을 다시 국내 음악시장으로 돌려본다면 이 상상은 조금 어색해진다. 2026년, 2031년에 2021년을 회고하는 이가 있다면 무엇을 보게 될까. 거의 하나의 장르를 이룰 만큼 쏟아지는 리메이크 곡들이다. 그 리메이크를 리메이크해야 하는 것일까. 어차피 첨단 흐름을 일구는 훌륭한 음악가들이 있고, 대중음악을 바꾸는 건 그들의 역할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어떨까. 지금 10대인 소비자가 후일 서른, 마흔이 돼 올해를 돌이켜볼 때 그들에게는 무엇이 있을까. 지금의 3040세대가 추억한 1990년대, 2000년대의 재탕을 다시 곱씹어야 할까.

    우리는 지구를 ‘빌려 쓰는’ 것이라고 말한다. 미래세대에 깨끗하게 물려줄 의무가 있다고 말이다. 대중음악이 하나의 생태계라면 같은 의무가 있다. 음악을 즐기는 모든 세대에게는 각자 신선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얻어갈 자격이 있다. 추억도 이 산업의 중요한 일부지만 ‘어느 정도’일 때 이야기다. 부디 우리 음악시장이 리메이크의 즉물적 흥행에 잠식되지 않길 바란다. 미래세대에 중고 추억만 물려주는 곳이라면 대중음악을 사랑해야 할 이유도 한참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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