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강의 통증 이야기

아파도 걸어야 근감소와 노화 막는다

100세 시대 근육량 유지 위해선 시속 8km로 걷기 운동이 필수

  • 안강 안강병원장

    kangahn2003@gmail.com

    입력2019-12-2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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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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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계속해서 수명이 늘어나 앞으로 태어날 여아는 기대수명이 90세를 넘게 된다고 한다. 이제 50세까지 반평생, 그다음 50년을 다른 반평생이라고 생각해야 할 때가 왔다. 

    80세가 되면 ‘80년이나 살았는데 이제 죽으면 어때. 대충 주는 약이나 먹고, 힘들면 눕고, 숨만 붙어 있으면 그만이지’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생각으로는 100세 시대에 남은 20년을 살기가 어렵다. 그 20년을 요양원에서 누운 채 보내야 한다면 그것보다 더 큰 고통은 없을 테다. 

    반대로 ‘나는 과거 50년이라는 반평생을 살았고 지금 새로운 50년이라는 반평생을 살고 있으니 이제 겨우 30세에 이른 거야. 앞으로 20년을 더 살아야 해’라고 생각을 바꾼다면 어떨까. 이 경우 삶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는 동시에, 80세라는 나이에도 먹을거리를 바꾸고 운동을 하는 등 좀 더 건강해지도록 생활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 남은 20년을 어떻게 살지는 자신이 어떻게 하는가에 달린 것이다. 

    우리 머릿속 시냅스는 뇌세포보다 중요하다. 뇌세포가 아무리 많아도 시냅스가 없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나이가 먹으면 뇌세포가 죽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아니다. 죽는 뇌세포는 얼마 되지 않는다. 노화도 시냅스가 없어지는 것이다. 

    시냅스를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걷기가 제일 중요하다. 3세 어린아이도 걷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 연령대에는 뇌가 거의 다 성장한 상태다. 하지만 걷기를 하면 뇌세포와 뇌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걷기 위해 시냅스가 증가하는 것이다. 



    하지만 치매에 걸려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어른들은 이미 잘 걷고 있다. 이 환자들에게 필요한 건 빠르게 걷기다. 이는 새로운 시냅스를 만드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물론 뛰기도 새로운 시냅스를 만들어낸다고 알려졌지만 빠르게 걷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생각보다 심각한 근감소증

    최근 걷기 속도를 노화 측정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이들은 1주일에 30분 혹은 그것보다 길게 4회 이상 걸으라고 조언한다. 단, 10분은 최소 시속 7km 이상으로 걸어야 한다. 보통 8km 넘게 속도를 낼 수 있다면 시냅스를 유지하기 위한 이상적인 목표에 도달한다. 처음에는 힘들지만 조금씩 조금씩 속도를 올리면 된다. 

    노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증상이 바로 근육이 조금씩 줄어드는 근감소증(사코페니아)이다. 근육이 줄면서 우리 몸은 고혈압, 당뇨, 동맥경화 등 여러 병이 연이어 나타난다. 아프다고 2~3주일만 누워 있어도 근육량이 엄청나게 줄어든다. 줄어든 근육량을 다시 복구하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게 평소 “아파도 누워 있지 마라. 경미한 교통사고 이후 누워만 있으면 건강에 무척 해롭다”고 얘기하곤 한다. 허리가 아프다고 한두 달 드러누워 있는 것도 위험하다. 

    근육은 우리 몸의 엔진이다. 생체 나이를 측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근육량이다. 내 몸의 근육량이 감소하면 그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얘기다. 

    근감소성 비만도 유의해야 한다. 겉으로는 살이 많아 보이지만 근육량은 더 적은 경우다. 특히 식단 조절만으로 다이어트를 했지만 다시 살이 찐 사람은 근육이 지방으로 대치돼 비만이 더욱 가속화되고 건강에도 해롭다. 과다하게 근육량을 늘리는 것 역시 위험하다. 잡지 속 근육 모델이 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적절한 근육량을 유지하려면 근력운동이 필수다.

    숨어 있는 근육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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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감소증을 살펴볼 때 겉으로 보이는 근육도 중요하지만 숨어 있는 근육이 더 중요하다. 특히 호흡을 도와주는 근육과 골반근육이 핵심이다. 호흡근은 호흡할 때 쓰는 모든 근육을 말한다. 호흡근이 살아 있으면 가슴이 봉긋하게 솟는다. 가슴이 가라앉으면 호흡근이 약해졌다는 신호다. 호흡근을 살리는 운동이 몇 가지 있는데, 특히 걷기 운동을 할 때 숨을 들이마시듯 가슴을 올리면서 걸으면 충분히 활성화된다. 근육량이 감소하는 것은 정말 위험하지만, 노력하면 근육량을 유지하거나 키울 수 있다. 

    골반근육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배에 있는 장요근이다. 장요근은 평소 대퇴부를 굽히는 근육으로, 근육량이 감소하면 허리가 굽고 수술을 포함한 어떤 방법으로도 회복되지 않는다. 그래서 노화 과정에서 가장 무서운 병으로 인식하는 전문가도 많다. 

    척추 협착증도 근감소증과 시냅스가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가장 흔한 병이다. 나이를 먹으면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척추 협착증에서 척추관이 좁은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척추관 크기가 바늘만 해도 축구를 하는 등 정상적으로 생활하는 사람이 더 많다. 근육량이 감소하고, 신경과 혈관의 기능이 떨어지며, 시냅스와 나쁘게 연결된 척추에 피가 적절히 돌지 않고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이 진짜 문제다. 척추관을 넓히는 수술을 한다고 건강 상태가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수술 후 척추가 고정되면 더 빨리 퇴화한다는 사실도 명심해야 한다. 수술은 최대한 자제하는 편이 낫다. 수술이 도움이 되는 경우는 극히 제한적이다. 

    척추 협착증의 최고 치료는 아파도 빠르게 걷는 것이다. 뇌에 새로운 시냅스를 형성시켜 혈류를 원활히 하고, 적은 혈류로도 안정된 동작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이는 나쁜 시냅스를 없애고 좋은 시냅스를 만드는 과정이다. 열심히 노력하면 3개월 내 새로운 시냅스를 만들 수 있다. 젊은 사람과 교류하는 것도 활동성을 높여 건강에 이롭다. 과거에는 회사 최고경영자(CEO)가 거만한 얼굴로 수행원들을 대동해 걷는 모습이 자주 비쳤지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것을 ‘비호감’으로 받아들인다. 지금은 비록 얼굴에 주름은 졌어도 세련되면서도 친숙한 모습으로 젊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소통해야 하는 시대다. 

    젊어 보이자. 그리고 젊은 사람들이 싫어하는 행동은 가능하면 삼가자. 젊은 사람에게 잘해야 그들과 어울려 근육 활동성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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