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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층 고객 붙잡으러 새벽배송 나선 현대백화점

美 유명 백화점도 물류 창고로 전락 … 배송 서비스는 선택 아닌 필수

  • 김유림 기자 mppmup@donga.com

최상층 고객 붙잡으러 새벽배송 나선 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백화점업계 최초로 새벽배송 서비스에 나섰다. [사진제공·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백화점업계 최초로 새벽배송 서비스에 나섰다. [사진제공·현대백화점]

현대백화점이 새벽배송 대열에 합류했다. 쿠팡의 ‘로켓프레시’, SSG닷컴의 ‘쓱배송’, 마켓컬리의 ‘샛별배송’ 등이 진입장벽을 쌓아올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것이다. 7월 22일 현대백화점은 식품 전문 온라인몰 현대식품관 ‘투홈’을 온라인 사이트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동시에 선보였다. 프리미엄급의 현대백화점 식품관 상품을 ‘통째로’ 배달해준다는 전략이다. 

일반 마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고당도 과일, 최상급 농축수산물, 유명 베이커리·델리·디저트를 비롯해 그동안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선보인 적 없는 53개 외부 유명 맛집 1000여 곳의 가공식품을 단독으로 판매·배달한다. 현대 투홈 사이트에서 판매하는 제품 수는 총 5000여 개로 가짓수는 그리 많지 않지만 백화점에 입점한 고품질 상품을 취급한다는 점이 차별 포인트다. 

밤 11시 전까지 주문하면 다음 날 오전 7시 전에 물건을 받아볼 수 있고 배송지역은 서울 전 지역이며 경기·인천은 일부 지역이 제외된다. 5만 원 이상 구매할 경우 배송비는 무료다. ‘로크인 효과(Lock In effect)’를 내기 위해 월 1만 원만 내면 상시 5%를 할인해주는 유료 멤버십 회원제도 운영 중이다.

2분기 영업이익 84% 감소

백화점이 새벽배송을 실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생존 전략’의 일환으로 분석한다. 그동안 백화점은 명품, 고급화 등을 셀링 포인트로 내세우며 유통업계 대표주자로 군림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온라인 쇼핑의 진격으로 맥을 못 추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백화점의 고전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8월 중순 유통업계가 발표한 상반기 실적이 이를 방증한다. 

롯데쇼핑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2% 급감한 535억 원, 매출은 8조1226억 원으로 8.8% 줄었다. 또 당기순손실 2423억 원을 기록했다. 2분기 실적만 보면 롯데쇼핑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5%에 불과한 14억 원이다. 



신세계는 백화점과 면세점 타격까지 겹치면서 2분기 사상 첫 영업적자(-431억 원)을 기록했다. 대형마트 사업을 하는 이마트는 2분기 474억 원 영업손실을 보여 지난해 2분기(-299억 원)보다 적자폭이 확대됐다. 

현대백화점 역시 2분기 영업이익이 84%나 감소해 81억 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516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1% 하락했으며, 당기순이익은 147억 원으로 –63.9%를 기록했다. 올해 하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되면서 각종 할인전을 통해 고객을 끌어들이려던 유통업계에 다시 비상이 걸렸다. 

유통업계의 고전은 비단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 추세다. 미국 내 일부 백화점은 실적 악화로 매장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유통업체에 자사 점포를 물류센터로 내주고 있다. 8월 9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최대 쇼핑몰 소유주인 사이먼프로퍼티그룹과 아마존이 문을 닫은 일부 백화점 점포 공간을 아마존 물류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외신에 따르면 물류센터로 바뀌는 곳은 코로나19 사태로 5월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한 백화점 체인 JC페니와 2018년 파산 보호 신청을 한 시어스 백화점이다. 사이먼프로퍼티는 최근 JC페니 백화점 내 154개 점포와 시어스 백화점 내 96개 점포를 닫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줄어드는 백화점 실적을 임대수익으로라도 채우겠다는 계산이다.

현대글로비스에 물류·배송 위탁

현대백화점 새벽배송 서비스 ‘투홈’ 홈페이지 캡처.

현대백화점 새벽배송 서비스 ‘투홈’ 홈페이지 캡처.

이처럼 유통업계의 변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현대백화점이 새벽배송을 시작한 이유도 이러한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업계 평가는 엇갈린다. 프리미엄 신선식품 새벽배송시장을 상대로 ‘반격’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이미 3강 구도(마켓컬리, SSG닷컴, 쿠팡)로 시장이 재편된 상황이라 후발주자로서 한계가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현대백화점은 2018년 백화점업계 최초로 식품 전용 온라인몰인 e슈퍼마켓에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선보인 바 있다. 하지만 서비스 지역이 제한적이고 상품 수도 많지 않아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이렇다 할 만한 실적을 내지 못한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7월 ‘식품 온라인 사업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전략을 모색했다. 그 노력의 결과로 1년 만에 ‘투홈’을 탄생시켰다. 

e슈퍼마켓과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범현대가인 현대글로비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물류창고와 배송을 모두 위탁했다는 점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현대자동차의 물류계열사로 주로 현대자동차 화물 물류를 취급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이 지분 23.3%를 갖고 있다. 범현대가가 특정 사업 파트너로 협력하는 건 이례적이다. 

현대글로비스는 ‘투홈’ 사업을 위해 경기 김포시 ‘M4’ 물류센터를 임차해 상품 입고와 보관·포장·배송을 직접 총괄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백화점의 이런 결정이 투자를 줄이고 경영 효율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신선식품 전자상거래의 핵심 경쟁력은 ‘상품’과 ‘배송’인데, 자체 물류센터와 배송망을 갖추려면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쿠팡과 SSG닷컴, 마켓컬리는 모두 배송 관련 비용이 적잖게 발생하고 있다. 쿠팡이 그간 3조 원 넘는 누적적자를 낸 것도 물류센터와 로켓배송 시스템에 집중 투자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마켓컬리 역시 신규 투자를 유치해 적자를 견뎌가는 구조다. e커머스 기업 티몬과 위메프도 한때 유사한 형태의 신선식품 사업을 시도했다 철수한 바 있다. 따라서 업계는 현대백화점이 과다한 투자를 피하고 경영 효율을 높이고자 현대글로비스에 물류와 배송을 위탁한 것으로 판단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항간에는 ‘로켓배송 건당 원가가 1만 원이 넘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며 “현대백화점이 새벽배송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출하면서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현대글로비스 측 역시 ‘투홈’의 물류·배송 위탁사업을 계기로 풀필먼트(물류일괄대행) 사업에 진출했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풀필먼트란 상품 입고, 분류, 재고 관리, 배송 등을 모두 수행하는 사업으로, 최근 쿠팡 등 유통사와 CJ대한통운 등 물류사가 모두 이 분야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이미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G마켓·옥션·G9)의 배송 서비스를 대행하고 있다.

네이버쇼핑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

현대백화점은 새벽배송시장에서 후발주자인 만큼 온라인 사업 강화를 위해 ‘유통 공룡’ 네이버쇼핑과 손을 잡았다. 단순 링크 제휴를 넘어 네이버쇼핑이 직접 운영하는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한 것. 8월 21일 론칭한 ‘네이버 장보기’는 기존에 운영해온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에 대형 유통채널이 추가 입점한 형태로, 중소상공인 플랫폼인 스마트스토어와 대기업 위주인 브랜드스토어가 공산품을 주로 취급하는 반면, 신선식품과 생필품에 초점을 맞췄다. 

현대백화점은 5월부터 대형 유통업체 중 유일하게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 서비스에 입점해 상품을 판매해왔다.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거점으로 식품관 베이커리와 건강식품 등 100여 종의 상품을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판매하고 있다. 아직 판매 품목이 많진 않지만 장보기 서비스를 통해 매출이 상승할 경우 규모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를 계기로 새벽배송시장에서 후발주자인 현대백화점이 뒷심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당초 업계는 현대백화점의 새벽배송시장 도전을 그리 위협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였다. 새벽배송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이기 때문이다. 

증권사 유통 전문 한 애널리스트는 “온라인 유통이 워낙 강세이다 보니, 방어적 차원에서 새벽배송 서비스를 도입한 측면이 크다”며 “그래도 막강 파워를 지닌 네이버쇼핑과 손잡은 만큼, 그룹 차원에서 온라인 종합몰을 구축한 롯데나 신세계와 격차를 줄일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1254호

김유림 기자 mppm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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