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29

..

李와 격차 벌릴 때 호남 지지 높았던 尹… 실제 단일화 효과는?

“종이쪼가리 뭐가 필요하냐”며 전격 단일화… 대선 후 즉시 합당

  • reporterImage

    최진렬 기자

    display@donga.com

    입력2022-03-04 10:00:02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일화 및 합당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3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단일화 및 합당 관련 공동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소통관을 나서고 있다. [뉴스1]

    20대 대선 사전투표를 하루 앞두고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전격적으로 단일화에 합의했다. 두 후보의 단일화로 차기 대선이 다자 구도에서 양자 구도로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도층 표심 잡기’가 대선 승패를 가를 핵심 요인으로 꼽혀온 만큼 윤 후보와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얻을 유불리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尹-安 “우리 두 사람은 원팀”

    윤 후보와 안 후보는 3월 3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만드는 시작으로서 정권교체, 즉 더 좋은 정권교체를 위해 뜻을 모으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두 사람은 원팀”이라면서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주며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고, 상호보완적으로 유능하고 준비된 행정부를 통해 반드시 성공한 정권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단일화 최대 수혜자는 윤 후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지지율이 이 후보와 오차범위에서 엎치락뒤치락해 두 후보는 중도층 표심 잡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윤 후보로서는 지지율이 낮았던 호남지역 표심을 끌어올리기 위한 동력이 필요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2월 22일부터 사흘간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윤 후보는 37% 지지율로 이 후보(38%)에 1%p차로 뒤졌다(그래프 참조, 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서 ±3.1%p. 이하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다른 지역에 비해 지지율이 낮은 호남지역 표심을 끌어올려야 한다는 인식이 당내에서 확대된 배경이다.

    윤 후보 지지율은 그간 호남 표심에 큰 영향을 받았다. 한국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 중 윤 후보 지지율이 가장 낮게 나온 1월 7일 발표에서 윤 후보는 26% 지지율을 받았다. 호남지역 지지율이 7%에 그친 점이 저조한 지지율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같은 조사에서 안 후보의 호남지역 지지율은 14%로 나와 윤 후보의 2배에 달했다. 안 후보가 윤 후보의 보완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윤 후보는 지난해 10월 ‘전두환 옹호 논란’을 겪으며 호남지역 유권자들로부터 눈총을 받았다. 이후 복합 쇼핑몰 유치 등 광주 개발 공약과 지역감정 해소 행보를 밟으면서 표심을 다져왔다. 다만 선거일이 가까워지면 호남지역에서 이 후보 지지층이 결집할 가능성이 커 지지율 상승세를 이어나갈 모멘텀이 필요했다.

    단일화 합의 장소 장제원 의원 매형 집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가 2월 21일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대선 후보 법정 TV토론에 앞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 인사를 나눈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오른쪽)가 2월 21일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에서 열린 대선 후보 법정 TV토론에 앞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와 인사를 나눈 후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단일화가 성사되면서 호남에서 순항을 이어갈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내부에서도 나오고 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김종인 체제와 이준석 체제에 있었던 유의미한 변화 덕분에 국민의힘이 호남지역에서 투표 대상 중 하나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며 “윤 후보의 광주 복합 쇼핑몰 공약 이슈로 호남지역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 정당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윤 후보가 단일 후보가 되면서 정권교체를 바라는 유권자들이 좀 더 수월하게 지지할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고 덧붙였다.

    단일화 과정에는 숱한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초 안 후보가 여론조사 방식 단일화를 제안했으나 국민의힘 측이 ‘담판 단일화’를 내세워 무산됐다. 안 후보는 2월 13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제 더는 할 말이 없다”며 단일화에 선을 그었다. 이후로도 물밑에서 단일화 협상이 이어졌지만 두 후보가 모두 만족할 만한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협상이 치열해지는 만큼 선거대책위원회 간 다툼도 커지면서 윤 후보는 급기야 대선을 열흘가량 앞둔 2월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단일화 최종 결렬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윤 후보 측에서는 단일화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기류도 감지됐다.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은 3월 1일 “(단일화에) 현실적 어려움은 있다”면서도 “우리가 먼저 끈을 놓는 일은 없다고 했으니 이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 후보 측도 단일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국민의당 이태규 총괄선거대책본부장 등 당 관계자들이 안 후보에게 잇따라 단일화를 요구했고, 윤 후보 측 관계자들과도 수차례 연락하며 일정을 조율했다. 안 후보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당내 단일화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선거비 보전 등 현실적 문제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의 득표수가 유효투표 총수의 15% 이상이면 선거비가 전액 보전되고, 10% 이상 15% 미만이면 반액 보전된다. 지지율이 10% 미만으로 내려갈 경우 한 푼도 보전받을 수 없다. 안 후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10%를 밑도는 경우가 적잖아 이런 구도가 대선 투표까지 이어진다면 선거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단일화 과정에서 선거비를 국민의힘이 떠안는 것으로 윤 후보 측과 내부 합의를 했을 경우 안 후보는 대선 후 합당을 통해 선거비 부담을 덜게 된다.

    단일화 난맥상은 의외 장소에서 풀렸다.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매형 집이다. 장 의원과 국민의당 이 총괄선대본부장, 두 후보는 3월 3일 자정 이곳에 모여 단일화 문제를 합의했다. 장 의원의 매형은 KAIST 교수로, 과거 안 후보가 같은 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할 때 알고 지낸 사이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안 후보가 해당 자리에서 윤 후보에게 “이제껏 정치하면서 만든 단일화 각서와 약속은 결국 지켜지지 못했다”며 “나에게 어떻게 신뢰를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물었고 윤 후보는 “종이쪼가리 뭐가 필요하겠나. 나를 믿어라. 나도 안 후보를 믿겠다”라고 답하며 단일화를 성사시켰다. 두 후보는 정부 운영 및 합당 방안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이후 안 후보가 단일화 공동선언문 초안을 밤새 다듬었고, 이를 윤 후보가 “고칠 부분이 없다. 그대로 하자”고 답하며 수용했다. 두 후보는 대선 후 즉시 합당을 추진하기로 약속했다.

    “중도층에 정권교체 시그널”

    여권에서는 단일화를 ‘야합’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이재명 후보는 3월 3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기자들과 만나 “역사와 국민을 믿는다”며 “민생경제, 평화, 통합의 길을 꿋꿋하게 걸어가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이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민주당 우상호 총괄선대본부장도 이날 “새벽에 갑자기 이뤄진 윤석열-안철수 두 후보의 단일화를 자리 나눠 먹기형 야합으로 규정한다”며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두 후보의 단일화가 중도층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시그널은 줬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안 후보 지지자의 절반은 윤 후보 지지를, 30%가량은 이 후보 지지를 선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결과적으로는 윤 후보가 더 득을 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채 교수는 “초박빙 구도로 선거가 진행 중인 가운데 정권교체를 원하는 유권자들이 표심을 정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진렬 기자

    최진렬 기자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최진렬 기자입니다. 산업계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아내의 현명치 못한 처신” 사과한 尹, ‘김건희 특검’은 반대

    완전자율주행 ‘사이버캡’, 테슬라 반전 모멘텀 기대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