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 일. 10월 10일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까지 남은 시간이다.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의 현지시찰 행보에 반복되는 북측 관영언론의 메시지, 위성사진으로 확인되는 미사일 발사기지 동향까지 감안하면, 이날 평양이 장거리로켓 발사라는 ‘기념 이벤트’를 계획하고 있음은 이제 기정사실에 가깝다. 무엇보다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북측이 그간의 ‘자주권 주장’에서 벗어나 이를 외화벌이 사업과 연계하려는 조짐이 엿보인다는 것이다.
먼저 위성사진. 7월 말 미국의 북한 동향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2012년 은하3호를 발사했던 평북 철산군 서해 동창리 로켓발사장 사진을 공개하며 ‘올봄부터 진행돼온 발사대 주변 증축공사가 마무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비슷한 시기 장일훈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대규모 기념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로켓 발사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회당 5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
그리고 김정은의 행보. 5월 3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비서가 최근 완공된 국가우주개발국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시찰했다고 전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연면적 1만3770여㎡에 달하는 기본 건물과 보조 건물, 측정소 등 새로 건설된 지휘소가 상상 이상으로 방대한 규모라는 점. 북한 언론은 위치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국내외 위성사진 분석가들은 배경 등을 분석해 평양 근교로 추적한 바 있다.
2014년 10월 북한 관영언론이 역시 김 제1비서의 현지시찰 소식을 전하며 보도한 평양 인근의 ‘위성과학자주택지구’ 신축 단지 역시 위용을 자랑한다. 로켓 관련 공학자들과 국가우주개발국 관계자들이 거주하는 은하거리와 미래거리 신도시의 규모나 시설은 서방국가의 관련 연구단지 못지않다. 한마디로 북한의 위성발사 기술과 능력이 서구에 준한다는 과시야말로 이어지는 행보의 키워드. 흡사 고객 유치를 위한 홍보용 제스처로 보일 정도다.
이 때문에 남측 정보당국자들은 최근 북한이 다른 국가들의 위성 발사를 대행하는 사업을 새로운 외화벌이 일환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단순히 내부적으로 최고지도자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으로만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 자체 위성을 띄우고 싶지만 로켓을 쏘아 올릴 기술력이나 재원이 없는 국가로부터 발사를 위탁받아 대행해주는 국제 서비스를 포석에 깔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정보당국자는 “평양 당국이 이번 10월 10일 발사를 성공시켜 사업을 본격 추진하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이나 통신, 심지어 군사위성에 이르기까지 로켓 기술이 빈약한 국가는 통상 우주개발사업 초기단계에 해외 전문업체에게 발사를 위탁한다. 한국도 2012년 나로호를 발사하기 전까지 우리별 1호, 우리별 2호 등을 프랑스 아리안스페이스사(社)에 위탁해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한 바 있다. 특히 소련이 해체된 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이 예전 기술을 바탕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려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위성발사 대행 서비스의 회당 비용은 대략 5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에 이른다. 한 해 국가 전체 수출액이 30억 달러 안팎에 불과한 북한으로서는 군침이 돌 만한 금액이다.
최근 위성사진으로 확인된 동창리 발사대는 은하3호를 발사하던 무렵의 50m에서 10m 이상 높아진 것으로 판독된 바 있다. 2013년 말부터 진행된 증축공사를 통해 은하3호(높이 30m)보다 훨씬 큰 로켓을 발사할 수 있게 된 것. 북한 당국이 그간 다음 순서 발사체로 공언해온 은하9호가 대상이 될 개연성이 커 보인다. 은하3호에 비해 1단 로켓 크기와 추진력을 크게 늘린 것으로 추정되는 은하9호는 평양이 2012년 공개한 바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 기술에 기반을 두고 제작했으리라는 게 정보당국자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국제적 묵인, 가장 교묘한 카드
10월 10일 이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된다면 북한이 노리는 위성발사 대행 서비스의 신뢰도 역시 궤도에 오르겠지만, 국내 전문가들의 판단은 일단 유보적이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은하3호가 몇 차례 실패를 거친 뒤에야 성공을 거뒀듯, 새 로켓 역시 첫 시도에서 만족할 만한 성능을 나타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발사가 시도되는 로켓이라면 아직 시험단계에 불과하므로 2~3차례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리라는 얘기다.
더욱 근본적인 한계는 과연 북한에게 위성발사를 맡길 ‘고객’이 있겠느냐는 점이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는 대량살상무기(WMD) 기술 개발 시도에 해당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으로 지목된 지 오래. 특정 국가가 북한에 발사를 위탁할 경우 WMD 개발을 지원하는 행위로 분류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제1비서는 이 사업을 ‘대박 아이템’으로 꿈꿀지 모르지만, 위성을 보유할 만한 경제 능력을 갖춘 국가라면 선뜻 위험을 감수하기 어려우리라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다만 북한이 그간 우호적 관계를 맺어온 제3세계 국가들과 물밑협상을 통해 명의만 빌려 사실상 무상으로 위성을 발사해줄 개연성은 있다. 유엔 제재를 개의치 않을 정도로 낮은 경제 수준의 국가라면 위성을 보유하게 됐다는 상징성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북한으로서는 기술력 과시와 더불어 ‘비즈니스 차원’이라는 핑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 그간 평양이 내세워온 ‘국가 자주권 문제’라는 명분에 더해, ‘다른 나라들도 모두 진행하는 상업적 프로젝트’라는 변명거리를 만드는 일이다. 고객이 나선다면 외화를 벌 수 있고, 없다 해도 기술 개발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양수겸장이다.
가장 염려스러운 대목은 이러한 사례가 반복될 경우 유엔으로서도 발사를 위탁한 국가에 불이익을 가할 방법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기술이 국제적으로 사실상 묵인되는 단계에 접어드는 셈. 우리로서는 끔찍하기 짝이 없는 시나리오지만, 평양은 이미 이를 현실화할 가장 교묘한 카드를 선택해 차곡차곡 진행해왔다는 의미다. 그 전환점이 될 10월 10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남측이 이를 제어할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야말로 가장 큰 딜레마일 것이다.
먼저 위성사진. 7월 말 미국의 북한 동향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2012년 은하3호를 발사했던 평북 철산군 서해 동창리 로켓발사장 사진을 공개하며 ‘올봄부터 진행돼온 발사대 주변 증축공사가 마무리됐다’고 밝힌 바 있다. 비슷한 시기 장일훈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차석대사는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대규모 기념식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로켓 발사 가능성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북한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회당 5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
그리고 김정은의 행보. 5월 3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제1비서가 최근 완공된 국가우주개발국 위성관제종합지휘소를 시찰했다고 전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연면적 1만3770여㎡에 달하는 기본 건물과 보조 건물, 측정소 등 새로 건설된 지휘소가 상상 이상으로 방대한 규모라는 점. 북한 언론은 위치를 특정하지 않았지만, 국내외 위성사진 분석가들은 배경 등을 분석해 평양 근교로 추적한 바 있다.
2014년 10월 북한 관영언론이 역시 김 제1비서의 현지시찰 소식을 전하며 보도한 평양 인근의 ‘위성과학자주택지구’ 신축 단지 역시 위용을 자랑한다. 로켓 관련 공학자들과 국가우주개발국 관계자들이 거주하는 은하거리와 미래거리 신도시의 규모나 시설은 서방국가의 관련 연구단지 못지않다. 한마디로 북한의 위성발사 기술과 능력이 서구에 준한다는 과시야말로 이어지는 행보의 키워드. 흡사 고객 유치를 위한 홍보용 제스처로 보일 정도다.
이 때문에 남측 정보당국자들은 최근 북한이 다른 국가들의 위성 발사를 대행하는 사업을 새로운 외화벌이 일환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단순히 내부적으로 최고지도자의 위상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으로만 보기는 어려운 수준이라는 것. 자체 위성을 띄우고 싶지만 로켓을 쏘아 올릴 기술력이나 재원이 없는 국가로부터 발사를 위탁받아 대행해주는 국제 서비스를 포석에 깔고 있다는 것이다. 한 정보당국자는 “평양 당국이 이번 10월 10일 발사를 성공시켜 사업을 본격 추진하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상이나 통신, 심지어 군사위성에 이르기까지 로켓 기술이 빈약한 국가는 통상 우주개발사업 초기단계에 해외 전문업체에게 발사를 위탁한다. 한국도 2012년 나로호를 발사하기 전까지 우리별 1호, 우리별 2호 등을 프랑스 아리안스페이스사(社)에 위탁해 남미의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발사한 바 있다. 특히 소련이 해체된 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이 예전 기술을 바탕으로 상당한 수익을 올려왔음은 잘 알려진 사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위성발사 대행 서비스의 회당 비용은 대략 5000만 달러에서 1억 달러에 이른다. 한 해 국가 전체 수출액이 30억 달러 안팎에 불과한 북한으로서는 군침이 돌 만한 금액이다.
최근 위성사진으로 확인된 동창리 발사대는 은하3호를 발사하던 무렵의 50m에서 10m 이상 높아진 것으로 판독된 바 있다. 2013년 말부터 진행된 증축공사를 통해 은하3호(높이 30m)보다 훨씬 큰 로켓을 발사할 수 있게 된 것. 북한 당국이 그간 다음 순서 발사체로 공언해온 은하9호가 대상이 될 개연성이 커 보인다. 은하3호에 비해 1단 로켓 크기와 추진력을 크게 늘린 것으로 추정되는 은하9호는 평양이 2012년 공개한 바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 기술에 기반을 두고 제작했으리라는 게 정보당국자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국제적 묵인, 가장 교묘한 카드
10월 10일 이 로켓이 성공적으로 발사된다면 북한이 노리는 위성발사 대행 서비스의 신뢰도 역시 궤도에 오르겠지만, 국내 전문가들의 판단은 일단 유보적이다. 채연석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원장은 “은하3호가 몇 차례 실패를 거친 뒤에야 성공을 거뒀듯, 새 로켓 역시 첫 시도에서 만족할 만한 성능을 나타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처음 발사가 시도되는 로켓이라면 아직 시험단계에 불과하므로 2~3차례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리라는 얘기다.
더욱 근본적인 한계는 과연 북한에게 위성발사를 맡길 ‘고객’이 있겠느냐는 점이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는 대량살상무기(WMD) 기술 개발 시도에 해당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 대상으로 지목된 지 오래. 특정 국가가 북한에 발사를 위탁할 경우 WMD 개발을 지원하는 행위로 분류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정은 제1비서는 이 사업을 ‘대박 아이템’으로 꿈꿀지 모르지만, 위성을 보유할 만한 경제 능력을 갖춘 국가라면 선뜻 위험을 감수하기 어려우리라는 게 전문가들 판단이다.
다만 북한이 그간 우호적 관계를 맺어온 제3세계 국가들과 물밑협상을 통해 명의만 빌려 사실상 무상으로 위성을 발사해줄 개연성은 있다. 유엔 제재를 개의치 않을 정도로 낮은 경제 수준의 국가라면 위성을 보유하게 됐다는 상징성만으로도 의미가 있고, 북한으로서는 기술력 과시와 더불어 ‘비즈니스 차원’이라는 핑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 그간 평양이 내세워온 ‘국가 자주권 문제’라는 명분에 더해, ‘다른 나라들도 모두 진행하는 상업적 프로젝트’라는 변명거리를 만드는 일이다. 고객이 나선다면 외화를 벌 수 있고, 없다 해도 기술 개발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양수겸장이다.
가장 염려스러운 대목은 이러한 사례가 반복될 경우 유엔으로서도 발사를 위탁한 국가에 불이익을 가할 방법이 마땅치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의 장거리로켓 기술이 국제적으로 사실상 묵인되는 단계에 접어드는 셈. 우리로서는 끔찍하기 짝이 없는 시나리오지만, 평양은 이미 이를 현실화할 가장 교묘한 카드를 선택해 차곡차곡 진행해왔다는 의미다. 그 전환점이 될 10월 10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음에도 남측이 이를 제어할 방법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야말로 가장 큰 딜레마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