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말 독일에선 때아닌 폭염이 기승을 부렸다. 뉴스를 검색해보니 대서양 연안의 저기압과 동유럽의 고기압이 팽팽하게 맞서는 와중에 사하라 사막의 열기가 그 사이로 빨려 올라오면서 생긴 현상이란다. 그 때문에 도르트문트에서 뒤셀도르프로 향할 즈음에는 숙소를 에어컨 있는 호텔로 변경하느라 부산을 떨기도 했다.
뒤셀도르프 다음은 슈투트가르트, 그다음은 뮌헨과 스위스 취리히였다. 코스를 그렇게 정한 이유는 일정 부분 카를로스 클라이버 때문이었다. 물론 그 전에 해당 도시들에서 관심 가는 공연이 열리기 때문이었지만, 다른 도시들을 제외하고 동선을 정리하는 데는 ‘클라이버가 거쳐 간 도시’라는 주제의식이 작용했던 것. 뒤셀도르프와 슈투트가르트는 그가 카펠마이스터로 있었던 곳이고, 뮌헨은 가장 자주 객원지휘를 했던 곳, 취리히는 대학을 다니다 그만두고 진로를 결정했던 곳이다.
가장 기대가 컸던 곳은 뒤셀도르프와 슈투트가르트였다. 두 도시에서 오페라를 보는 건 처음인 데다, 두 도시의 오페라극장은 공히 국제적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긴 해도 독일에서는 손꼽히는 명문이었기 때문이다. 베를린이나 뮌헨의 극장들처럼 정상급 가수들이 출연하는 건 아니지만, 장래가 촉망되는 신진 가수들을 위한 테스트마켓 기능을 하면서 악단과 지휘자의 역량, 무대 연출 수준도 상당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기에 전부터 궁금했다.
뒤셀도르프에서는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오페라 ‘불의 천사’를 보았다. 이른바 ‘악마주의 오페라’로 일컬어지는 기괴한 스토리에 난해한 현대음악이 결합된 괴작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다분히 은유적이고 의미심장한 설정에 작곡가 특유의 강렬함과 오묘함이 적절히 배합된 음악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도이체 오퍼 암 라인’(라인 강변의 독일 오페라 극장)은 건물 자체로는 썩 매력적이지 못했다. 외관은 수수한 편이며, 내부는 나쁘게 말해 썰렁하고, 좋게 말해 절제된 인테리어가 당혹감마저 안겨준다. 극장 안보다 극장 밖, 바로 옆 공원 어귀에 서 있는 멘델스존 기념상과 주위 풍경이 한결 매력적이다. 멘델스존은 한때 이 도시에서 음악감독으로 일한 적이 있다.
내적인 면에서 공연에 대한 평가도 성패가 반반이었다. 러시아 출신 가수들의 역량은 빼어났지만 오케스트라는 프로코피예프 음악 특유의 묘미를 살리기에 조금 부족했고, 이제는 식상한 정신병원 콘셉트의 전위적인 연출은 작품을 지나칠 정도로 어둡고 심각하게 치장해버린 감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완성도 있는 공연이었지만, 평소 작품의 유일한 영상물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실황을 접하고 더욱 환상적인 연출을 기대했던 터라 만족보다 불만이 조금 더 컸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공연 후 커튼콜에서 연출됐다. 출연자들의 인사가 끝난 후 극장 지배인이 앞으로 나서더니 스태프들을 무대 위로 불러 올려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인사를 시켰는데, 그 모습 자체, 그리고 그들에게 따뜻한 미소와 박수를 보내는 뒤셀도르프 시민들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뒤셀도르프 다음은 슈투트가르트, 그다음은 뮌헨과 스위스 취리히였다. 코스를 그렇게 정한 이유는 일정 부분 카를로스 클라이버 때문이었다. 물론 그 전에 해당 도시들에서 관심 가는 공연이 열리기 때문이었지만, 다른 도시들을 제외하고 동선을 정리하는 데는 ‘클라이버가 거쳐 간 도시’라는 주제의식이 작용했던 것. 뒤셀도르프와 슈투트가르트는 그가 카펠마이스터로 있었던 곳이고, 뮌헨은 가장 자주 객원지휘를 했던 곳, 취리히는 대학을 다니다 그만두고 진로를 결정했던 곳이다.
가장 기대가 컸던 곳은 뒤셀도르프와 슈투트가르트였다. 두 도시에서 오페라를 보는 건 처음인 데다, 두 도시의 오페라극장은 공히 국제적 인지도가 다소 떨어지긴 해도 독일에서는 손꼽히는 명문이었기 때문이다. 베를린이나 뮌헨의 극장들처럼 정상급 가수들이 출연하는 건 아니지만, 장래가 촉망되는 신진 가수들을 위한 테스트마켓 기능을 하면서 악단과 지휘자의 역량, 무대 연출 수준도 상당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었기에 전부터 궁금했다.
뒤셀도르프에서는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의 오페라 ‘불의 천사’를 보았다. 이른바 ‘악마주의 오페라’로 일컬어지는 기괴한 스토리에 난해한 현대음악이 결합된 괴작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다분히 은유적이고 의미심장한 설정에 작곡가 특유의 강렬함과 오묘함이 적절히 배합된 음악이 매력적인 작품이다.
‘도이체 오퍼 암 라인’(라인 강변의 독일 오페라 극장)은 건물 자체로는 썩 매력적이지 못했다. 외관은 수수한 편이며, 내부는 나쁘게 말해 썰렁하고, 좋게 말해 절제된 인테리어가 당혹감마저 안겨준다. 극장 안보다 극장 밖, 바로 옆 공원 어귀에 서 있는 멘델스존 기념상과 주위 풍경이 한결 매력적이다. 멘델스존은 한때 이 도시에서 음악감독으로 일한 적이 있다.
내적인 면에서 공연에 대한 평가도 성패가 반반이었다. 러시아 출신 가수들의 역량은 빼어났지만 오케스트라는 프로코피예프 음악 특유의 묘미를 살리기에 조금 부족했고, 이제는 식상한 정신병원 콘셉트의 전위적인 연출은 작품을 지나칠 정도로 어둡고 심각하게 치장해버린 감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완성도 있는 공연이었지만, 평소 작품의 유일한 영상물인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 실황을 접하고 더욱 환상적인 연출을 기대했던 터라 만족보다 불만이 조금 더 컸다.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공연 후 커튼콜에서 연출됐다. 출연자들의 인사가 끝난 후 극장 지배인이 앞으로 나서더니 스태프들을 무대 위로 불러 올려 한 시즌을 마무리하는 인사를 시켰는데, 그 모습 자체, 그리고 그들에게 따뜻한 미소와 박수를 보내는 뒤셀도르프 시민들의 모습에 부러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