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면 차에 텐트, 버너 등을 챙기고 가족과 캠핑장으로 떠나는 사람이 많아졌다. 통계청은 2014년 전국 캠퍼(캠핑 이용객) 수를 300만 명 정도로 추산했다. 2011년 60만 명, 2012년 82만 명, 2013년 130만 명에 이어 꾸준히 증가한 결과다. 전국에서 영업 중인 캠핑장 수는 공공 380개, 사설 1580개로 총 1960개다.
캠핑 문화도 다양해졌다. 차에 장비를 싣고 떠나는 오토캠핑, 호텔이나 펜션의 부대시설을 이용하며 고정식 텐트에서 자는 글램핑, 캠핑카 안에서 요리하고 잠도 자는 캐러밴캠핑 등이다. 이맘때 여름, 캠퍼들은 더욱 설렌다. 푸르른 자연을 즐기며 밤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인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캠퍼들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5월 22일 발표한 ‘야영장의 안전·위생 기준’(관광진흥법 시행규칙)이다. 주요 내용은 △이동식 천막 안에서 전기, 가스, 화기 사용 일절 금지 △고정식 천막(글램핑)에 누전차단기와 연기감지기 비치, 방염천막 사용 의무화 △야영장 공동 전기, 가스 시설은 적법하게 설치 △정기적 안전점검 및 관리요원 안전교육 의무화 등이다. 문체부는 법안의 세부 내용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캠핑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후 8월 4일부터 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캠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동식 천막 안에서 전기, 가스, 화기 일절 사용 금지’ 항목 때문이다. 이 규칙대로라면 일반 캠핑에서 텐트 안 취사나 난방기구 사용이 불가능하다. 밤 기온이 떨어져도 전기난방기를 틀 수 없고, 비가 오는 날 캠핑장에 공동 취사시설이 없으면 밥을 지을 수도 없다. 법안에 ‘야영장 공동 전기, 가스 시설은 적법하게 설치’라는 항목이 있지만 이는 ‘시설이 있으면 적법하게 설치하라’는 것이지 시설을 필수로 설치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안전 사각지대 양산
캠핑 마니아 박모 씨는 “관광진흥법이 아니라 금지 법안이나 마찬가지다. 캠핑의 의미는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밥도 못 하고 잠도 못 자면 누가 캠핑을 오겠나. 캠핑 와서 배달음식을 시킬 수도 없고, 여름이라도 일교차가 심한 날은 밤에 무척 춥다”고 말했다. 캠핑업계에 종사하는 이모 씨는 “캠핑은 ‘작은 이사’인데 의식주 가운데 식(食)과 주(住)가 없어지는 법안이다. 법안을 만든 공무원들은 도대체 캠핑을 해본 건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왜 이런 법안을 내놓은 걸까. 3월 22일 인천 강화군에서 일어난 캠핑 화재사고의 여파가 컸다. 당시 두 가족 7명이 잠자던 텐트 안에서 전기전열기 과열로 불이 났는데, 순식간에 불이 붙어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야영장은 불법 펜션이 운영하고 있었다. 정부는 사고 직후인 3월 27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 지자체 야영장 안전점검과 실태조사를 시행했고, 야영장 내 안전수칙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5월 법안을 발표했다.
캠퍼들은 “정부 계획은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한다. ‘올 어바웃 캠핑’ 저자이자 파워블로거인 강대현 씨는 “법안을 시행하면 오히려 또 다른 안전 사각지대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한다. 캠퍼들이 캠핑장 통제를 피해 각자 계곡이나 산으로 이동해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한 텐트 내 전기·화기 시설이 없는지 캠핑장 관리자가 일일이 확인하면 사생활 침해 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야영장업 등록제’도 원래 목적인 안전관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제도는 지난해 10월 28일 도입돼 올해 8월 3일까지로 등록 기한을 정해놓았다. 하지만 등록 진행은 더디다. 대한캠핑장협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으로 문체부에 등록된 캠핑장은 전국 1960개 중 232개, 12%에 그친다. 왜 대다수 캠핑장이 미등록 상태일까.
캠핑장으로 등록하려면 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법적으로 개발 가능한 토지인지 확인하고, 소유한 땅이 밭·논·임야인 경우 용도 변경이 필요하며, 각종 인허가용 설계비, 환경검토비, 건축허가비, 개발부담금 등을 납부하고 야영장 내 차로도 확보해야 한다. 만약 용도 변경 없이 밭·논 등에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었다면 환경을 원상복구한 후 다시 법적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일부 사용 허가로 합리적 방안 찾아야
캠핑업계에서는 “등록 조건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한다. 김광회 대한캠핑장협회 회장은 “기존 토지를 원상복구하고 다시 캠핑장을 설치하려면 최소 수억 원이 깨진다. 캠핑장 운영자가 모두 부자도 아니고 그렇게 큰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오히려 음성적인 캠핑장이 늘어날 테고 주말에만 운영하는 캠핑장은 단속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7월 14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야영장의 안전·위생기준안 공청회’를 열었다. 김윤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기획팀장, 이종영 중앙대 법학과 교수, 임종민 한국전기안전연구원 재해관리부장, 김광회 대한캠핑장협회 회장 등이 토론한 이날 핵심 화두는 ‘이동식 천막 안에서 전기·가스·전기 사용 일절 금지’였다. 한 토론자가 “기존 법안에 대해 계속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하자 방청석에서는 “고민한 후 법안을 만들지 않고 왜 법을 만든 후 고민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법안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법안 개정에 대해 아직 뚜렷하게 정해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캠핑 문화가 활성화된 미국, 독일, 호주에서도 ‘캠핑용 텐트 내 전기·가스·화기 사용 일절 금지’ 조항은 없다. 다만 미국의 일부 국립공원 내에서 사용 규제가 있을 뿐이다. 강대현 씨는 “안전한 캠핑을 위해 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안전 인증제품인 600W 이내 단독 전열기를 사용하고, 실외용 화롯대를 실내에서 사용하지 말며, 캠핑장에 연기감지기·일산화탄소감지기 임대를 의무화하면 지금보다 사고 위험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한 야영장의 안전·위생 기준안. 과연 현실적인 방향으로 조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캠핑 문화도 다양해졌다. 차에 장비를 싣고 떠나는 오토캠핑, 호텔이나 펜션의 부대시설을 이용하며 고정식 텐트에서 자는 글램핑, 캠핑카 안에서 요리하고 잠도 자는 캐러밴캠핑 등이다. 이맘때 여름, 캠퍼들은 더욱 설렌다. 푸르른 자연을 즐기며 밤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인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캠퍼들에게 ‘날벼락’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가 5월 22일 발표한 ‘야영장의 안전·위생 기준’(관광진흥법 시행규칙)이다. 주요 내용은 △이동식 천막 안에서 전기, 가스, 화기 사용 일절 금지 △고정식 천막(글램핑)에 누전차단기와 연기감지기 비치, 방염천막 사용 의무화 △야영장 공동 전기, 가스 시설은 적법하게 설치 △정기적 안전점검 및 관리요원 안전교육 의무화 등이다. 문체부는 법안의 세부 내용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지자체)와 캠핑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후 8월 4일부터 법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캠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동식 천막 안에서 전기, 가스, 화기 일절 사용 금지’ 항목 때문이다. 이 규칙대로라면 일반 캠핑에서 텐트 안 취사나 난방기구 사용이 불가능하다. 밤 기온이 떨어져도 전기난방기를 틀 수 없고, 비가 오는 날 캠핑장에 공동 취사시설이 없으면 밥을 지을 수도 없다. 법안에 ‘야영장 공동 전기, 가스 시설은 적법하게 설치’라는 항목이 있지만 이는 ‘시설이 있으면 적법하게 설치하라’는 것이지 시설을 필수로 설치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안전 사각지대 양산
캠핑 마니아 박모 씨는 “관광진흥법이 아니라 금지 법안이나 마찬가지다. 캠핑의 의미는 가족끼리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그런데 밥도 못 하고 잠도 못 자면 누가 캠핑을 오겠나. 캠핑 와서 배달음식을 시킬 수도 없고, 여름이라도 일교차가 심한 날은 밤에 무척 춥다”고 말했다. 캠핑업계에 종사하는 이모 씨는 “캠핑은 ‘작은 이사’인데 의식주 가운데 식(食)과 주(住)가 없어지는 법안이다. 법안을 만든 공무원들은 도대체 캠핑을 해본 건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는 왜 이런 법안을 내놓은 걸까. 3월 22일 인천 강화군에서 일어난 캠핑 화재사고의 여파가 컸다. 당시 두 가족 7명이 잠자던 텐트 안에서 전기전열기 과열로 불이 났는데, 순식간에 불이 붙어 5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한 것이다. 사고가 발생한 야영장은 불법 펜션이 운영하고 있었다. 정부는 사고 직후인 3월 27일부터 한 달 동안 전국 지자체 야영장 안전점검과 실태조사를 시행했고, 야영장 내 안전수칙을 강화한다는 취지로 5월 법안을 발표했다.
캠퍼들은 “정부 계획은 탁상공론”이라고 비판한다. ‘올 어바웃 캠핑’ 저자이자 파워블로거인 강대현 씨는 “법안을 시행하면 오히려 또 다른 안전 사각지대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한다. 캠퍼들이 캠핑장 통제를 피해 각자 계곡이나 산으로 이동해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또한 텐트 내 전기·화기 시설이 없는지 캠핑장 관리자가 일일이 확인하면 사생활 침해 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야영장업 등록제’도 원래 목적인 안전관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제도는 지난해 10월 28일 도입돼 올해 8월 3일까지로 등록 기한을 정해놓았다. 하지만 등록 진행은 더디다. 대한캠핑장협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으로 문체부에 등록된 캠핑장은 전국 1960개 중 232개, 12%에 그친다. 왜 대다수 캠핑장이 미등록 상태일까.
캠핑장으로 등록하려면 긴 절차를 거쳐야 한다. 먼저 법적으로 개발 가능한 토지인지 확인하고, 소유한 땅이 밭·논·임야인 경우 용도 변경이 필요하며, 각종 인허가용 설계비, 환경검토비, 건축허가비, 개발부담금 등을 납부하고 야영장 내 차로도 확보해야 한다. 만약 용도 변경 없이 밭·논 등에 캠핑장을 운영하고 있었다면 환경을 원상복구한 후 다시 법적 허가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일부 사용 허가로 합리적 방안 찾아야
캠핑업계에서는 “등록 조건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한다. 김광회 대한캠핑장협회 회장은 “기존 토지를 원상복구하고 다시 캠핑장을 설치하려면 최소 수억 원이 깨진다. 캠핑장 운영자가 모두 부자도 아니고 그렇게 큰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며 “오히려 음성적인 캠핑장이 늘어날 테고 주말에만 운영하는 캠핑장은 단속하기도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7월 14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야영장의 안전·위생기준안 공청회’를 열었다. 김윤영 한국문화관광연구원 기획팀장, 이종영 중앙대 법학과 교수, 임종민 한국전기안전연구원 재해관리부장, 김광회 대한캠핑장협회 회장 등이 토론한 이날 핵심 화두는 ‘이동식 천막 안에서 전기·가스·전기 사용 일절 금지’였다. 한 토론자가 “기존 법안에 대해 계속 고민해나갈 것”이라고 하자 방청석에서는 “고민한 후 법안을 만들지 않고 왜 법을 만든 후 고민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으며 법안을 수정할 가능성도 있다”면서도 “법안 개정에 대해 아직 뚜렷하게 정해진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캠핑 문화가 활성화된 미국, 독일, 호주에서도 ‘캠핑용 텐트 내 전기·가스·화기 사용 일절 금지’ 조항은 없다. 다만 미국의 일부 국립공원 내에서 사용 규제가 있을 뿐이다. 강대현 씨는 “안전한 캠핑을 위해 더 합리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안전 인증제품인 600W 이내 단독 전열기를 사용하고, 실외용 화롯대를 실내에서 사용하지 말며, 캠핑장에 연기감지기·일산화탄소감지기 임대를 의무화하면 지금보다 사고 위험이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제안했다.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에 직면한 야영장의 안전·위생 기준안. 과연 현실적인 방향으로 조정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