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탄수화물의 부작용을 집중적으로 조명한 책이 여러 권 출간되면서 탄수화물을 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 않다. 그동안 단순히 ‘다이어트’의 적으로만 여겨지던 탄수화물이 ‘해악의 원천’인 양 비춰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책들은 한쪽에 치우친 연구결과만 편향적으로 취합했을 개연성이 높다며 이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입을 모은다.
우리는 학교에서 탄수화물 1g과 단백질 1g은 각각 체내에서 4kcal의 에너지를, 지방은 9kcal의 에너지를 낸다고 배운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한 종류의 영양소가 다른 영양소를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열량(칼로리)만 따지면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각 영양소마다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탄수화물은 우리 뇌가 가장 선호하다 못해 고집스럽게 편식하는 영양소다. 탄수화물은 체내에서 분해과정을 거친 뒤 포도당이 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포도당은 뇌가 생각하고 스스로를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시험공부 등으로 한껏 머리를 쓴 뒤 “포도당이 당겨!”라고 외치는 건 틀린 표현이 아닌 것이다.
최근 연구에선 공부 등으로 머리를 혹사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뇌에서 사용하는 포도당의 양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어쨌든 탄수화물은 뇌의 대사활동에 중요한 영양소이기 때문이다.
‘라면+찬밥’ 식습관이 문제
탄수화물 섭취가 수명 연장과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저단백-고탄수화물 식단이 식사량을 평균치에서 40% 정도 줄인 소식(小食)에 맞먹을 만큼 장기적으로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5월 ‘셀 리포트’에 실린 것이다. 쥐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이긴 하나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반적으로 소식은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연구팀은 식사량을 40% 줄이는 극단적인 소식보다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식단을 유지하는 편이 쉽다고 밝혔다. 또 ‘장기간의 소식은 골밀도 감소, 성욕 감소, 불임 등 부작용을 일으키지만 탄수화물 식단은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당 수치 등을 마치 소식을 하는 것처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 ‘연구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연령에 따른 적당한 영양소 비율을 먼저 알아내고, 쥐와 달리 사람에게 꼭 필요한 단백질을 선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국인이 아무 생각 없이 먹는 식단에 탄수화물이 과다 포함된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야식으로 라면을 끓여 먹은 뒤 그 국물에 찬밥을 말아 먹는다거나, 아침 식탁에서 잼 바른 식빵과 과일주스를 같이 먹는 데 대한 지적이다. 박 교수는 “각 영양소마다 권장량이 있는데 한국인이 즐겨 먹는 식단의 경우 탄수화물 비중이 이를 초과한다. 이처럼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하면 살이 찌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육류만 섭취하는 ‘황제다이어트’나, 마찬가지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달걀과 자몽 등을 먹는 ‘덴마크다이어트’가 인기를 끈다. 이런 다이어트 방법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먼저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는 것 자체는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g당 칼로리가 가장 높은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보다 더 효과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툴레인대 연구결과다. 연구팀은 비만한 사람 14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은 저탄수화물 식단을, 다른 그룹은 저지방 식단을 먹게 했다. 12개월 후 체중을 측정한 결과, 저탄수화물 식단을 먹은 그룹의 체중이 평균 3.5kg 덜 나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결과는 지난해 9월 미국 내과의사학회(ACP)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내과학회보’에 실렸다.
문제는 이러한 식단을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가다. 위 연구를 수행한 툴레인대 연구팀 또한 ‘12개월간의 연구결과에 불과한 만큼 1년 이상 장기적으로 다이어트 식단을 유지했을 때 건강상 문제나 체중 변화는 결과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교수 역시 “엄격한 다이어트 식단을 지키면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를 계속 유지하기 힘들어 ‘요요현상’이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한 식이 조절
반면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는 식이요법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은 줄이면서 좋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의대와 중국 양저우대 의대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2월 ‘내과학회보’에 식이섬유만 충분히 섭취해도 미국심장협회(AHA)가 제시한 다이어트 식단을 지키는 것만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AHA 다이어트 식단은 대사증후군 예방 및 치료 효과는 입증됐지만, 장기간 지키기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포화지방 섭취량을 하루 열량의 5~6% 이하로 줄이고, 생선을 일주일에 2회 이상 먹으며, 나트륨 섭취를 엄격히 제한하는 등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비만 상태의 실험참가자 24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은 12개월간 AHA 다이어트 식단을 먹게 했다. 다른 한 그룹에 속한 참가자들에게는 일반적인 식단에 더해 하루 30g 이상 식이섬유를 같은 기간 섭취하게 했다. 이후 측정 결과 식이섬유를 섭취한 그룹은 체중이 평균 2.1kg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AHA 다이어트 식단을 먹은 집단의 체중은 평균 2.7kg 줄었다.
참가자들이 갖고 있던 인슐린 저항성(성인 당뇨의 원인 중 하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은 양쪽 그룹 모두에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까다로운 다이어트 식단이 체중 감소에 좀 더 효과적이긴 하지만, 식이섬유를 기존 식단에 포함하는 것만으로도 비만 및 대사질환 개선 효과가 있었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비만은 평생 동안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며 “급격한 다이어트로 반짝 효과를 보기보다 자신이 먹는 식단의 영양소 구성을 이해하고 권장량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체중 감량은 물론 장기적으로 건강에도 좋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학교에서 탄수화물 1g과 단백질 1g은 각각 체내에서 4kcal의 에너지를, 지방은 9kcal의 에너지를 낸다고 배운다. 숫자만 놓고 보면 한 종류의 영양소가 다른 영양소를 대체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렇게 열량(칼로리)만 따지면 함정에 빠질 수 있다. 각 영양소마다 용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특히 탄수화물은 우리 뇌가 가장 선호하다 못해 고집스럽게 편식하는 영양소다. 탄수화물은 체내에서 분해과정을 거친 뒤 포도당이 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포도당은 뇌가 생각하고 스스로를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하다. 시험공부 등으로 한껏 머리를 쓴 뒤 “포도당이 당겨!”라고 외치는 건 틀린 표현이 아닌 것이다.
최근 연구에선 공부 등으로 머리를 혹사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뇌에서 사용하는 포도당의 양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긴 했지만, 이 부분에 대해선 일단 넘어가도록 하자. 어쨌든 탄수화물은 뇌의 대사활동에 중요한 영양소이기 때문이다.
‘라면+찬밥’ 식습관이 문제
탄수화물 섭취가 수명 연장과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최근 발표됐다. 저단백-고탄수화물 식단이 식사량을 평균치에서 40% 정도 줄인 소식(小食)에 맞먹을 만큼 장기적으로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5월 ‘셀 리포트’에 실린 것이다. 쥐 실험을 통해 얻은 결과이긴 하나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반적으로 소식은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를 장기간 지속하는 것은 쉽지 않다. 연구팀은 식사량을 40% 줄이는 극단적인 소식보다 탄수화물 비중이 높은 식단을 유지하는 편이 쉽다고 밝혔다. 또 ‘장기간의 소식은 골밀도 감소, 성욕 감소, 불임 등 부작용을 일으키지만 탄수화물 식단은 부작용이 적으면서도 콜레스테롤 수치와 혈당 수치 등을 마치 소식을 하는 것처럼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단 ‘연구결과를 사람에게 적용하려면 연령에 따른 적당한 영양소 비율을 먼저 알아내고, 쥐와 달리 사람에게 꼭 필요한 단백질을 선별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경희 한림대 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한국인이 아무 생각 없이 먹는 식단에 탄수화물이 과다 포함된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야식으로 라면을 끓여 먹은 뒤 그 국물에 찬밥을 말아 먹는다거나, 아침 식탁에서 잼 바른 식빵과 과일주스를 같이 먹는 데 대한 지적이다. 박 교수는 “각 영양소마다 권장량이 있는데 한국인이 즐겨 먹는 식단의 경우 탄수화물 비중이 이를 초과한다. 이처럼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하면 살이 찌기 쉽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보니 탄수화물 대신 단백질이 많이 함유된 육류만 섭취하는 ‘황제다이어트’나, 마찬가지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달걀과 자몽 등을 먹는 ‘덴마크다이어트’가 인기를 끈다. 이런 다이어트 방법은 과연 효과가 있을까.
먼저 탄수화물 섭취량을 줄이는 것 자체는 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g당 칼로리가 가장 높은 지방 섭취를 줄이는 것보다 더 효과가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툴레인대 연구결과다. 연구팀은 비만한 사람 148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한 그룹은 저탄수화물 식단을, 다른 그룹은 저지방 식단을 먹게 했다. 12개월 후 체중을 측정한 결과, 저탄수화물 식단을 먹은 그룹의 체중이 평균 3.5kg 덜 나가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결과는 지난해 9월 미국 내과의사학회(ACP)에서 발행하는 학술지 ‘내과학회보’에 실렸다.
문제는 이러한 식단을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가다. 위 연구를 수행한 툴레인대 연구팀 또한 ‘12개월간의 연구결과에 불과한 만큼 1년 이상 장기적으로 다이어트 식단을 유지했을 때 건강상 문제나 체중 변화는 결과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박 교수 역시 “엄격한 다이어트 식단을 지키면 빠르게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를 계속 유지하기 힘들어 ‘요요현상’이 발생하기 쉽다”고 설명했다.
지속가능한 식이 조절
반면 식이섬유 섭취를 늘리는 식이요법은 상대적으로 어려움은 줄이면서 좋은 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매사추세츠대 의대와 중국 양저우대 의대 등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2월 ‘내과학회보’에 식이섬유만 충분히 섭취해도 미국심장협회(AHA)가 제시한 다이어트 식단을 지키는 것만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AHA 다이어트 식단은 대사증후군 예방 및 치료 효과는 입증됐지만, 장기간 지키기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하다. 포화지방 섭취량을 하루 열량의 5~6% 이하로 줄이고, 생선을 일주일에 2회 이상 먹으며, 나트륨 섭취를 엄격히 제한하는 등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비만 상태의 실험참가자 24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눈 뒤 한 그룹은 12개월간 AHA 다이어트 식단을 먹게 했다. 다른 한 그룹에 속한 참가자들에게는 일반적인 식단에 더해 하루 30g 이상 식이섬유를 같은 기간 섭취하게 했다. 이후 측정 결과 식이섬유를 섭취한 그룹은 체중이 평균 2.1kg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AHA 다이어트 식단을 먹은 집단의 체중은 평균 2.7kg 줄었다.
참가자들이 갖고 있던 인슐린 저항성(성인 당뇨의 원인 중 하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은 양쪽 그룹 모두에서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까다로운 다이어트 식단이 체중 감소에 좀 더 효과적이긴 하지만, 식이섬유를 기존 식단에 포함하는 것만으로도 비만 및 대사질환 개선 효과가 있었다는 뜻이다.
박 교수는 “비만은 평생 동안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며 “급격한 다이어트로 반짝 효과를 보기보다 자신이 먹는 식단의 영양소 구성을 이해하고 권장량을 골고루 섭취하는 것이 체중 감량은 물론 장기적으로 건강에도 좋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