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은 노출의 계절이다. 팔과 다리, 목이 얇은 옷 밖으로 드러난다. 개중에는 이 때문에 여름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 몸에 타투(tattoo·문신)를 한 사람들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문신을 꺼렸다. 기존 타투 이미지는 근육질의 ‘조폭’들이 팔뚝에 용, 장미꽃 같은 그림을 새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 타투는 상당히 ‘쿨’한 문화가 됐다. 가수 지드래곤 등 연예인들이 타투를 선보이면서 타투도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술 영역도 목, 어깨, 허리, 손목 등으로 확대됐다. 국내 타투업계에서는 타투를 한 사람을 100만 명 이상, 타투이스트(tattooist·문신사)를 2만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의료인인 타투이스트가 시술하는 타투는 불법이다. 최정원 한국타투인협회 부회장은 “법적인 문제로 사업자등록증도 없이 오피스텔에서 월세를 내며 시술하는 타투이스트가 많다. 일부는 미술, 디자인 관련 업종으로 영업신고를 하고 시술한다”고 말했다.
타투이스트들은 왜 음지에 숨어 활동하는 걸까. 국내에서는 타투를 ‘의료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는 1992년 한 여성의 눈썹 반영구 타투 부작용 피해소송에 관한 판례에서 비롯됐다. 당시 대법원은 ‘보건위생상 위험을 이유로 타투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며,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은 타투시술을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008년 2월 개정된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2007년 개정된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부정 의료업자의 처벌’에 따르면 ‘의료법 제27조를 위반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의사가 아닌 자가 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자는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한다.
최정원 부회장은 “최근 10년 사이 타투이스트 영업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심해졌다. 한 해 300여 명의 타투이스트가 법적 처벌을 받고, 실형을 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타투용 잉크 안전성 최근에야 관리
의료인이 아닌 타투이스트에 의한 문신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타투 시술의 위험성 때문이다. 타투를 하려면 피부 진피(眞皮)층을 바늘로 1분에 3000~5000번 찔러야 한다. 그리고 진피층에 잉크를 투입해 그림이나 글씨를 표현한다. 타투 크기나 색깔에 따라 몇 번씩 리터치(재작업)를 하기도 한다. 이로써 피부에 상처가 나고 인공색소가 피부에 영구적으로 스며드는 과정이 반복된다. 시술하는 사람이 보건·위생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국내에는 보건 지식을 필수로 한 타투이스트 자격증이 따로 없다. 일부 타투업소에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곳에선 타투 기술만 가르친다. 지금까지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타투를 했지만 아무런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합법적으로 타투 시술을 하는 의사는 조명식 빈센트의원 원장 등 극소수다.
국내에 유통되는 타투용 잉크의 안전성도 우려된다. 주로 미국, 유럽산 수입 잉크를 쓰는데 잉크에서 발암물질이나 중금속 등이 검출되기도 했다. 2009년 5월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이 시중에서 쓰는 타투용 잉크 30개 제품을 검사했더니 27개 제품에서 납, 비소 등 중금속이 검출됐다. 검출된 양은 화장품의 중금속 기준치 이하였지만 당시 의료계에서는 “중금속이 피부 진피층에 영구적으로 남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 타투 잉크 11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 프랑스산 1개 제품(Jet France)에서 발암 가능 물질인 ‘나프탈렌과 크리센’ 총량이 유럽연합(EU) 허용치를 1320배(660ppm) 초과해 검출됐다. 또한 미국산 2개 제품(Eternal Ink, Intenze Products)에서는 바륨이 EU 허용치보다 최고 485배(24223ppm)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제품들은 여전히 국내 인터넷 쇼핑몰, 중고물품 카페 또는 해외 직접구매 등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타투용 잉크가 아무런 제약 없이 유통돼온 이유는 정부가 이를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타투용 바늘은 의료기기로 구분돼 식약처가 안전성 검증을 담당하지만, 잉크는 관할 부처가 없고 관련된 법령도 없었다. 식약처가 2009년 시행한 타투용 잉크 검사 이후 정부 당국은 거의 ‘손 놓고’ 있었던 셈이다.
최근에서야 타투용 잉크도 관할 부처가 생겼다. 정부는 2015년 4월부터 타투용 잉크를 생활화학용품으로 구분하고 환경부가 안전성 등을 검증하도록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가기술표준원이 타투용 잉크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했고, 이를 토대로 환경부가 법령을 수정하고 있다. 제품에 함유되는 염료 안전기준과 포장표시기준을 정하고 6월 말 또는 7월 초 고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단속이 거의 없던 타투용 잉크 제조 및 유통에 대한 안전기준이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합법화” vs “비의료인 시술 반대”
한편 비의료인인 타투이스트들의 활동을 양지로 이끌어내자는 논의도 활발하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2013년 12월 타투이스트법(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의료인이 아닌 타투이스트들의 예술타투(반영구화장을 제외한 타투)를 허용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따라 2015년 4월 6일 타투이스트법 공청회가 열렸고, 김 위원장은 “개인의 가치관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며 “타투업소를 법적으로 허가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타투를 양성화하자”고 주장했다. 최정원 부회장도 “현재 비의료인에 의한 타투 시술이 불법인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우리도 정부의 허가를 받고 떳떳하게 활동하고 싶다. 타투이스트들도 보건·위생 지식을 갖추고 얼마든지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타투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시행되는 길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의료인들은 대체로 “비의료인의 타투시술이 아직은 위험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유종호 차앤유의원 피부클리닉 대표원장(피부과 전문의)은 “타투용 잉크의 안전성이 검증됐다 하더라도 피부 타입에 따른 반응은 전문적 의학 지식이 있어야 알 수 있다. 예상되는 반응에 따른 약 처방도 의사가 내리는 것이 안전하다”며 “의사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타투를 한다면 모를까, 비의료인인 타투이스트들의 시술은 우려되는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문신을 꺼렸다. 기존 타투 이미지는 근육질의 ‘조폭’들이 팔뚝에 용, 장미꽃 같은 그림을 새기는 것이었다. 하지만 요즘 타투는 상당히 ‘쿨’한 문화가 됐다. 가수 지드래곤 등 연예인들이 타투를 선보이면서 타투도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시술 영역도 목, 어깨, 허리, 손목 등으로 확대됐다. 국내 타투업계에서는 타투를 한 사람을 100만 명 이상, 타투이스트(tattooist·문신사)를 2만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비의료인인 타투이스트가 시술하는 타투는 불법이다. 최정원 한국타투인협회 부회장은 “법적인 문제로 사업자등록증도 없이 오피스텔에서 월세를 내며 시술하는 타투이스트가 많다. 일부는 미술, 디자인 관련 업종으로 영업신고를 하고 시술한다”고 말했다.
타투이스트들은 왜 음지에 숨어 활동하는 걸까. 국내에서는 타투를 ‘의료행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이는 1992년 한 여성의 눈썹 반영구 타투 부작용 피해소송에 관한 판례에서 비롯됐다. 당시 대법원은 ‘보건위생상 위험을 이유로 타투는 의료행위에 해당하며,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은 타투시술을 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2008년 2월 개정된 ‘의료법’ 제27조(무면허 의료행위 등 금지)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2007년 개정된 ‘보건범죄 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5조 ‘부정 의료업자의 처벌’에 따르면 ‘의료법 제27조를 위반하여 영리를 목적으로 의사가 아닌 자가 의료행위를 업으로 한 자는 무기 또는 2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며, 100만 원 이상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병과’한다.
최정원 부회장은 “최근 10년 사이 타투이스트 영업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심해졌다. 한 해 300여 명의 타투이스트가 법적 처벌을 받고, 실형을 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타투용 잉크 안전성 최근에야 관리
의료인이 아닌 타투이스트에 의한 문신을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타투 시술의 위험성 때문이다. 타투를 하려면 피부 진피(眞皮)층을 바늘로 1분에 3000~5000번 찔러야 한다. 그리고 진피층에 잉크를 투입해 그림이나 글씨를 표현한다. 타투 크기나 색깔에 따라 몇 번씩 리터치(재작업)를 하기도 한다. 이로써 피부에 상처가 나고 인공색소가 피부에 영구적으로 스며드는 과정이 반복된다. 시술하는 사람이 보건·위생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국내에는 보건 지식을 필수로 한 타투이스트 자격증이 따로 없다. 일부 타투업소에서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곳에선 타투 기술만 가르친다. 지금까지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타투를 했지만 아무런 법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합법적으로 타투 시술을 하는 의사는 조명식 빈센트의원 원장 등 극소수다.
국내에 유통되는 타투용 잉크의 안전성도 우려된다. 주로 미국, 유럽산 수입 잉크를 쓰는데 잉크에서 발암물질이나 중금속 등이 검출되기도 했다. 2009년 5월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이 시중에서 쓰는 타투용 잉크 30개 제품을 검사했더니 27개 제품에서 납, 비소 등 중금속이 검출됐다. 검출된 양은 화장품의 중금속 기준치 이하였지만 당시 의료계에서는 “중금속이 피부 진피층에 영구적으로 남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 타투 잉크 11개 제품을 검사한 결과, 프랑스산 1개 제품(Jet France)에서 발암 가능 물질인 ‘나프탈렌과 크리센’ 총량이 유럽연합(EU) 허용치를 1320배(660ppm) 초과해 검출됐다. 또한 미국산 2개 제품(Eternal Ink, Intenze Products)에서는 바륨이 EU 허용치보다 최고 485배(24223ppm)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제품들은 여전히 국내 인터넷 쇼핑몰, 중고물품 카페 또는 해외 직접구매 등을 통해 유통되고 있다.
타투용 잉크가 아무런 제약 없이 유통돼온 이유는 정부가 이를 관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타투용 바늘은 의료기기로 구분돼 식약처가 안전성 검증을 담당하지만, 잉크는 관할 부처가 없고 관련된 법령도 없었다. 식약처가 2009년 시행한 타투용 잉크 검사 이후 정부 당국은 거의 ‘손 놓고’ 있었던 셈이다.
최근에서야 타투용 잉크도 관할 부처가 생겼다. 정부는 2015년 4월부터 타투용 잉크를 생활화학용품으로 구분하고 환경부가 안전성 등을 검증하도록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가기술표준원이 타투용 잉크에 대한 안전기준을 마련했고, 이를 토대로 환경부가 법령을 수정하고 있다. 제품에 함유되는 염료 안전기준과 포장표시기준을 정하고 6월 말 또는 7월 초 고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단속이 거의 없던 타투용 잉크 제조 및 유통에 대한 안전기준이 엄격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합법화” vs “비의료인 시술 반대”
한편 비의료인인 타투이스트들의 활동을 양지로 이끌어내자는 논의도 활발하다. 김춘진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새정치민주연합)은 2013년 12월 타투이스트법(法) 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의료인이 아닌 타투이스트들의 예술타투(반영구화장을 제외한 타투)를 허용하자는 내용이 골자다. 이에 따라 2015년 4월 6일 타투이스트법 공청회가 열렸고, 김 위원장은 “개인의 가치관과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야 한다”며 “타투업소를 법적으로 허가해 관리 사각지대에 놓인 타투를 양성화하자”고 주장했다. 최정원 부회장도 “현재 비의료인에 의한 타투 시술이 불법인 국가는 한국과 일본뿐이다. 우리도 정부의 허가를 받고 떳떳하게 활동하고 싶다. 타투이스트들도 보건·위생 지식을 갖추고 얼마든지 안전하게 시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타투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시행되는 길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의료인들은 대체로 “비의료인의 타투시술이 아직은 위험하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유종호 차앤유의원 피부클리닉 대표원장(피부과 전문의)은 “타투용 잉크의 안전성이 검증됐다 하더라도 피부 타입에 따른 반응은 전문적 의학 지식이 있어야 알 수 있다. 예상되는 반응에 따른 약 처방도 의사가 내리는 것이 안전하다”며 “의사와 긴밀히 협력하면서 타투를 한다면 모를까, 비의료인인 타투이스트들의 시술은 우려되는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