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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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 위기, 오바마의 IS 격퇴전략

바그다드·다마스쿠스마저 위태…종파 갈등에 무신경한 미국의 오판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truth21c@empas.com

    입력2015-06-01 11: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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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부터 추진해온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략이 자칫 수포로 돌아갈 개연성이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IS를 소탕하기 위해 이라크와 시리아를 공습하는 한편, 동맹이나 우방국들과 함께 국제연합전선을 구성하고, 이라크 정부군과 쿠르드자치정부의 민병대 및 시리아 온건 반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미군은 그동안 전투기와 폭격기, 무인공격기 등을 2500여 회 출격시키며 공습을 가해왔다. 지금까지 사용한 전비는 25억 달러(약 2조7700억 원). 하지만 공습 위주의 IS 격퇴전략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데다 IS는 오히려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전략 요충지들을 함락하면서 세를 확대하고 있다.

    IS는 5월 17일 이라크의 전략 요충지 라마디를 점령하고 수도 바그다드로 진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라마디는 이라크 서부 안바르 주의 주도로 바그다드에서 110km 떨어진 곳. 안바르 주는 이라크 18개 주 가운데 가장 크다. IS는 지난 한 달간 이라크 정부군과 전투를 벌인 끝에 라마디를 장악, 점령했다.

    IS는 사막에 모래폭풍이 부는 시기가 닥치자 전광석화처럼 기습공격을 가해 오합지졸인 이라크 정부군을 수월하게 격퇴했다. 이라크 정부군은 병력 6000여 명을 배치하고 탱크와 장갑차까지 동원했지만 IS 공격을 막지 못했다. 특히 모래폭풍 때문에 미국 전투기와 폭격기들이 출격하지 못해 이라크 정부군을 지원할 수 없었다. 첨단무기가 ‘자연의 힘’ 앞에 무릎을 꿇은 셈이다. IS 대원들은 불도저로 이라크 정부군의 방어선을 뚫은 뒤 폭탄을 실은 트럭과 험비 30여 대를 몰고 자살공격을 감행해 승기를 잡았다. 라마디는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지지 세력이 밀집했던 이른바 ‘수니파 트라이앵글’의 거점으로, 2004~2007년 미군 1000여 명이 전사한 곳이다.

    지키지 못할 약속

    이라크 정부군은 수니파와 시아파의 종파 갈등 때문에 IS 공격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IS 병력이 2만5000~3만 명밖에 되지 않는 반면 이라크 정부군 병력은 30만여 명에 이른다. 그럼에도 이라크 정부군은 IS와 전투를 벌일 때마다 패배하고 있다. 이라크 정부군의 지휘부는 시아파지만 병사는 대부분 수니파기 때문이다.



    미국이 독재자 후세인을 몰아내고 세운 이라크 정부는 현재 시아파가 장악하고 있다. 권력에서 밀려난 수니파 중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바로 IS이다. 이라크 북부는 쿠르드족의 자치 지역. IS는 쿠르드족 민병대와 전투에서는 우세를 보이지 못하지만, 이라크 정부군에게는 연전연승하고 있다. 수니파 병사들은 같은 수니파인 IS에 대항할 의지가 약해, 싸우는 대신 도망치기에 급급하다. 반면 IS 대원들은 종교적 신념과 조직력이 강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데다 실전 경험도 풍부하다. 애슈턴 카터 미 국방부 장관은 “이라크 정부군은 IS에 맞서 싸우지 않았고 전투 의지조차 없다”고 지적했다.

    IS의 공세에 비상이 걸린 이라크 정부는 가용 병력을 총동원해 바그다드 사수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이라크 정부는 이란의 배후 지원을 받는 시아파 민병대를 투입했다. 시아파 민병대는 지난해 6월 이라크 시아파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의 명령에 따라 구성된 전투조직으로, 3월 이라크 정부군이 IS 수중에 넘어갔던 티크리트를 재탈환할 때 혁혁한 전과를 거두기도 했다. 하지만 시아파 민병대의 개입이 수니파와의 종파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시아파 민병대는 이라크 정부군과 공동작전을 벌이지만 직접적인 통제는 받지 않는다. 그 대신 이들은 이란 혁명수비대 정예부대인 쿠드스가 군사고문 형식으로 파견한 장교들의 지휘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은 시아파 민병대와 선을 긋고 있다.

    IS는 시리아에서도 5월 20일 전략 요충지 팔미라를 점령했다. 팔미라는 ‘사막의 진주’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고대 유적이 밀집해 있는 시리아의 오아시스 도시다. IS는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북동쪽으로 210km 떨어진 팔미라를 장악함으로써 시리아 영토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됐다.

    IS는 또 여세를 몰아 이라크와 접경한 시리아의 국경도시들도 모두 점령했다. 그에 따라 이들은 시리아 동부와 이라크 서부를 잇는 통로를 확보해 자유자재로 무기와 인력을 이동할 수 있게 됐다. 특히 IS는 팔미라와 고속도로로 이어진 다마스쿠스를 다음 공격 목표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수도까지 전장(戰場)이 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다면 IS는 중동 지역에 새로운 지도를 그릴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와 시리아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자 미국에서는 대규모 지상군을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공화당 대선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공습 위주의 IS 격퇴전략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면서 “이라크에 지상군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앤서니 지니 전 중부군 사령관도 “지상군 2개 여단 1만 명을 이라크에 파견해야 한다”고 밝혔다. 공화당 의원들과 상당수 전직 장성은 공습은 IS를 약화할 수 있지만 분쇄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오바마 대통령은 “전술적으로 차질이 생긴 것은 맞지만 IS에 미군이 지고 있는 건 아니다”라면서 기존 전략을 수정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좌초 위기, 오바마의 IS 격퇴전략
    지상군 투입 논쟁과 오바마의 위기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지상군 투입을 꺼리는 이유는 자칫 잘못하면 전임 부시 대통령 때처럼 또 다른 중동전쟁이란 ‘수렁’에 빠질까 봐 우려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2003년부터 2011년까지 8년간 이라크에 병력 17만 명을 주둔시키고 1조7000억 달러(약 1877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이라크의 평화와 안정이란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이라크 전쟁이 오히려 중동 지역에서 반미주의를 확산하는 계기가 되는 바람에 미국의 국력도 함께 쇠퇴했다.

    미국은 현재 육군 특수부대 그린베레와 해병대 등 병력 3100명을 파견해 이라크 정부군 7000명과 쿠르드족 민병대 5000명, 시리아 온건 반군 1500명을 훈련시켜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이들 병력이 IS 격퇴를 위한 지상전을 벌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IS와 지상전을 펼치는 것은 이라크 국민과 시리아 국민의 몫”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군이 훈련시킨 병력이 IS를 격퇴할 만큼 뛰어난 전투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특히 IS가 바그다드와 다마스쿠스까지 점령한다면 미국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이란이 같은 시아파를 돕는다는 명분을 내세워 본격적으로 개입할 경우 중동 지역 전체가 전쟁에 휘말릴 게 틀림없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수니파 아랍국들이 이라크와 시리아의 전세에 벌써부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오바마 대통령의 남은 임기는 1년 6개월. 이 기간 IS를 무력화하지 못한 채 퇴임한다면 엄청난 불명예를 피할 수 없다. 자신의 전략을 앞으로도 계속 고수할지 아니면 지상군을 투입할지, 그의 고심은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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