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울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모차르트 오페라 ‘후궁으로부터의 도주’(‘후궁’)가 상연됐다. 국립오페라단이 지난해부터 선보이는 ‘중극장 모차르트 오페라 시리즈’ 두 번째 순서로 ‘후궁’이 낙점된 건 매우 반길 만한 일이었다. 이 작품은 풍부한 매력과 역사적 의의에도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레퍼토리였기 때문이다.
‘마술피리’와 함께 모차르트의 대표적인 징슈필(독일 전통 노래극에서 발전한 오페라의 한 갈래)로 꼽히는 ‘후궁’은 종종 ‘가장 모차르트다운 오페라’로 언급되기도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모차르트다움’이란 영화 ‘아마데우스’에 등장하는 ‘장난기 가득한 악동’ 이미지와도 통한다. 이 작품은 아마도 모차르트가 남긴 가장 익살맞고 떠들썩한 오페라일 텐데, 특히 당대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행했던 ‘터키풍’을 음악적으로 나타내고자 큰북, 트라이앵글, 심벌즈, 피콜로 등 요란한 악기들이 동원되고 조역들의 노래에도 희극적 요소가 넘친다. 아울러 모차르트가 남긴 가장 장대하고 화려한 소프라노 아리아를 포함해 지극히 아름답고 다채로우며 매혹적인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 또한 모차르트답다고 하겠다.
필자는 4월 17일 공연을 봤는데, 일단 연주의 전반적인 수준에는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성악적으로 지극히 까다로운 여주인공 콘스탄체 역을 맡은 소프라노 박은주가 고난도 대목들을 무리 없이 소화했고, 상대역 벨몬테로 분한 테너 김기찬도 서정적인 미성으로 준수한 가창을 들려줬다. 다만 이들에 비해 조역들이 조금 더 돋보인 감이 없지 않았는데, 콘스탄체 하녀인 블론트헨 역의 소프라노 서활란과 벨몬테 하인인 페드릴로 역의 테너 민현기가 한결 낭랑하면서 몰입도 높은 가창을 들려줬고, 터키 태수궁 문지기인 오스민 역의 양희준이 선보인 능숙한 연기와 안정적인 저음도 돋보였다.
이들을 받쳐준 군포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대체로 무난한 연주를 들려줬지만, 세기 면에서는 적잖이 미흡한 면을 노출하기도 했다. 독일의 젊은 지휘자 안드레아스 호츠의 뛰어난 리드 덕에 공연의 음악적 완성도는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될 수 있었다.
독일에서 활약 중인 김요나의 연출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통상적인 등장인물 외에 현대 의상을 입은 젊은 배우들을 추가로 투입한 부분은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지향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었지만, 배우들 연기가 다소 어색했고 뒤로 갈수록 배역이 모호해진 감도 없지 않았다. 또 아무리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라고는 하나, 터키 태수의 관용을 빛나게 하는 이유 중 핵심인 벨몬테 부친과의 악연 부분을 생략함으로써 극 자체의 설득력을 약화하고 말았다.
끝으로 공연장소인 CJ토월극장은 양날의 검에 비유할 수 있겠다. 오페라보다 연극을 위해 지은 공연장이다 보니 음향이 건조해 대사와 가사는 또렷이 전달되는 반면 음악적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첫 번째 난점이다. 또 무대와 객석 거리가 가까워 가수와 관객 간 소통은 원활한 반면, 연극에 비해 배역 이미지와 싱크로율이 떨어지는 가수들 외모가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이 두 번째 난점이다. 앞으로 더욱 효과적인 오페라 공연을 위해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보완 내지 고려가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
‘마술피리’와 함께 모차르트의 대표적인 징슈필(독일 전통 노래극에서 발전한 오페라의 한 갈래)로 꼽히는 ‘후궁’은 종종 ‘가장 모차르트다운 오페라’로 언급되기도 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모차르트다움’이란 영화 ‘아마데우스’에 등장하는 ‘장난기 가득한 악동’ 이미지와도 통한다. 이 작품은 아마도 모차르트가 남긴 가장 익살맞고 떠들썩한 오페라일 텐데, 특히 당대 오스트리아 빈에서 유행했던 ‘터키풍’을 음악적으로 나타내고자 큰북, 트라이앵글, 심벌즈, 피콜로 등 요란한 악기들이 동원되고 조역들의 노래에도 희극적 요소가 넘친다. 아울러 모차르트가 남긴 가장 장대하고 화려한 소프라노 아리아를 포함해 지극히 아름답고 다채로우며 매혹적인 음악으로 가득 차 있다는 점 또한 모차르트답다고 하겠다.
필자는 4월 17일 공연을 봤는데, 일단 연주의 전반적인 수준에는 합격점을 줄 수 있었다. 성악적으로 지극히 까다로운 여주인공 콘스탄체 역을 맡은 소프라노 박은주가 고난도 대목들을 무리 없이 소화했고, 상대역 벨몬테로 분한 테너 김기찬도 서정적인 미성으로 준수한 가창을 들려줬다. 다만 이들에 비해 조역들이 조금 더 돋보인 감이 없지 않았는데, 콘스탄체 하녀인 블론트헨 역의 소프라노 서활란과 벨몬테 하인인 페드릴로 역의 테너 민현기가 한결 낭랑하면서 몰입도 높은 가창을 들려줬고, 터키 태수궁 문지기인 오스민 역의 양희준이 선보인 능숙한 연기와 안정적인 저음도 돋보였다.
이들을 받쳐준 군포 프라임필하모닉 오케스트라도 대체로 무난한 연주를 들려줬지만, 세기 면에서는 적잖이 미흡한 면을 노출하기도 했다. 독일의 젊은 지휘자 안드레아스 호츠의 뛰어난 리드 덕에 공연의 음악적 완성도는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될 수 있었다.
독일에서 활약 중인 김요나의 연출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갈렸다. 통상적인 등장인물 외에 현대 의상을 입은 젊은 배우들을 추가로 투입한 부분은 시대를 초월한 공감을 지향했다는 면에서 긍정적이었지만, 배우들 연기가 다소 어색했고 뒤로 갈수록 배역이 모호해진 감도 없지 않았다. 또 아무리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라고는 하나, 터키 태수의 관용을 빛나게 하는 이유 중 핵심인 벨몬테 부친과의 악연 부분을 생략함으로써 극 자체의 설득력을 약화하고 말았다.
끝으로 공연장소인 CJ토월극장은 양날의 검에 비유할 수 있겠다. 오페라보다 연극을 위해 지은 공연장이다 보니 음향이 건조해 대사와 가사는 또렷이 전달되는 반면 음악적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 첫 번째 난점이다. 또 무대와 객석 거리가 가까워 가수와 관객 간 소통은 원활한 반면, 연극에 비해 배역 이미지와 싱크로율이 떨어지는 가수들 외모가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이 두 번째 난점이다. 앞으로 더욱 효과적인 오페라 공연을 위해서는 이런 부분에 대한 보완 내지 고려가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