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예능프로그램 ‘일밤-아빠! 어디가?’의 준수 아빠 이종혁과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미생’ 장백기 역의 강하늘이 가진 공통점이 있다. 연극배우 박정자와 같은 공연에, 같은 역(해롤드)으로 출연했다는 점이다. 연극 ‘해롤드&모드’가 2003년 초연 이후 국내에서 다섯 번째 재연을 맞았다. 콜린 히긴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국내에는 ‘19 그리고 80’이라는 제목으로 더 잘 알려졌다. 연극과 뮤지컬 ‘19 그리고 80’으로 국내 관객을 만나온 작품은 올해 영어 원제로 다시 팬들을 찾는다.
이 작품이 여러 차례 변주를 거치고도 오랜 시간 사랑받는 비결은 뭘까. 1962년 연극 ‘페드라’에서 시녀 역으로 데뷔해 올해로 데뷔 53년을 맞은 연극계의 거목 박정자의 힘이기도 하지만, 매번 새롭게 발굴된 해롤드를 보는 재미도 있기 때문. 죽음을 동경해 매번 자살 쇼를 벌이고 규범에 얽매이는 것을 거부하는 19세 소년 해롤드가 우연히 장례식장에서 엉뚱하지만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80세 할머니 모드를 만나 61세 나이 차를 극복하고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게 작품의 주요 줄거리다.
모드를 만나고 삶이 달라지는 해롤드는 그로부터 살아갈 의미와 삶의 교훈을 얻는, 어찌 보면 관객과도 같은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대배우의 에너지를 잘 받아낼 수 있는 서포트 역이기에 실력은 물론이고, 예전 기사에 따르면 “때 묻지 않은 신선함과 열정, 의지, 거기에 외모까지” 갖춰야 한다고 한다. 그간 이종혁, 김영민, 윤태웅, 이신성, 조의진 등 5명이 해롤드를 거쳤다. 박정자와 함께 호흡하는 여섯 번째 해롤드는 드라마 ‘미생’부터 영화 ‘쎄시봉’까지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배우 강하늘이다.
처음엔 네 물건도 내 것, 내 물건도 내 것이라며 신부의 자동차를 훔쳐 몰고, 매연으로 힘들어하는 도심의 가로수를 뽑아 숲에 옮겨 심으며, 탁한 수족관에 갇힌 바다표범을 훔쳐 바다에 풀어주는 ‘사고뭉치’ 모드를 보며 ‘어떻게 해롤드가 이런 괴짜 할머니에게 매력을 느낄까’ 싶었다. 극 초반 모드의 기행을 관찰하는 처지인 해롤드의 표정도 관객과 비슷했다. 모드는 해롤드에게 다양한 ‘첫 경험’을 선사하고 “사람은 바보 같은 짓을 할 자유도 있는 거야”라며 삶을 즐기는 법도 알려준다. 마지막을 생각하면서도 하루하루를 즐기는 모드와 한창 살기 좋을 나이에 죽음을 생각하는 해롤드. 석양이 져도 여명은 밝아오기에 이 둘의 만남과 이별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2008년, 그러니까 연극 ‘해롤드&모드’가 뮤지컬 ‘19 그리고 80’이었을 때 공연을 봤다. 모드 역은 늘 그랬듯 박정자였고, 해롤드 역은 뮤지컬 배우 이신성이었다. ‘과연 19세와 80세의 사랑이 가능한가’라는 생각을 안고 관람했는데, 마지막에 모드의 에너지에 감화돼 해롤드의 마음을 이해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박정자는 원숙미로 객석을 사로잡고, 강하늘은 주체할 수 없는 젊음을 발산하며 자신만의 해롤드를 보여준다. 연극을 다 보고 나면 해롤드가 왜 모드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월 1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이 작품이 여러 차례 변주를 거치고도 오랜 시간 사랑받는 비결은 뭘까. 1962년 연극 ‘페드라’에서 시녀 역으로 데뷔해 올해로 데뷔 53년을 맞은 연극계의 거목 박정자의 힘이기도 하지만, 매번 새롭게 발굴된 해롤드를 보는 재미도 있기 때문. 죽음을 동경해 매번 자살 쇼를 벌이고 규범에 얽매이는 것을 거부하는 19세 소년 해롤드가 우연히 장례식장에서 엉뚱하지만 유쾌하고 천진난만한 80세 할머니 모드를 만나 61세 나이 차를 극복하고 우정과 사랑을 나누는 게 작품의 주요 줄거리다.
모드를 만나고 삶이 달라지는 해롤드는 그로부터 살아갈 의미와 삶의 교훈을 얻는, 어찌 보면 관객과도 같은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대배우의 에너지를 잘 받아낼 수 있는 서포트 역이기에 실력은 물론이고, 예전 기사에 따르면 “때 묻지 않은 신선함과 열정, 의지, 거기에 외모까지” 갖춰야 한다고 한다. 그간 이종혁, 김영민, 윤태웅, 이신성, 조의진 등 5명이 해롤드를 거쳤다. 박정자와 함께 호흡하는 여섯 번째 해롤드는 드라마 ‘미생’부터 영화 ‘쎄시봉’까지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준 배우 강하늘이다.
처음엔 네 물건도 내 것, 내 물건도 내 것이라며 신부의 자동차를 훔쳐 몰고, 매연으로 힘들어하는 도심의 가로수를 뽑아 숲에 옮겨 심으며, 탁한 수족관에 갇힌 바다표범을 훔쳐 바다에 풀어주는 ‘사고뭉치’ 모드를 보며 ‘어떻게 해롤드가 이런 괴짜 할머니에게 매력을 느낄까’ 싶었다. 극 초반 모드의 기행을 관찰하는 처지인 해롤드의 표정도 관객과 비슷했다. 모드는 해롤드에게 다양한 ‘첫 경험’을 선사하고 “사람은 바보 같은 짓을 할 자유도 있는 거야”라며 삶을 즐기는 법도 알려준다. 마지막을 생각하면서도 하루하루를 즐기는 모드와 한창 살기 좋을 나이에 죽음을 생각하는 해롤드. 석양이 져도 여명은 밝아오기에 이 둘의 만남과 이별은 필연적일지도 모른다.
2008년, 그러니까 연극 ‘해롤드&모드’가 뮤지컬 ‘19 그리고 80’이었을 때 공연을 봤다. 모드 역은 늘 그랬듯 박정자였고, 해롤드 역은 뮤지컬 배우 이신성이었다. ‘과연 19세와 80세의 사랑이 가능한가’라는 생각을 안고 관람했는데, 마지막에 모드의 에너지에 감화돼 해롤드의 마음을 이해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박정자는 원숙미로 객석을 사로잡고, 강하늘은 주체할 수 없는 젊음을 발산하며 자신만의 해롤드를 보여준다. 연극을 다 보고 나면 해롤드가 왜 모드를 사랑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3월 1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단로 국립극장 달오름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