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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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총리 내정 ‘숨은그림찾기’

황우여-최경환과 ‘친박’ 3각 편대 완성…‘충청 대망론’ 고려한 다목적 카드

  • 전예현 내일신문 기자 whatisnew@naver.com

    입력2015-02-02 09: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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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완구 총리 내정 ‘숨은그림찾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오른쪽에서 두 번째)가 1월 23일 국무총리로 내정된 직후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에서 세 번째)을 만나 인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적절한 선택이다.” “감동 없는 아쉬운 인선이다.”

    청와대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내정에 대한 여권 내부 분위기는 엇갈렸다. 공식적으로는 ‘기대’가 컸다. 여당 원내대표 출신 총리가 나오면 당청 소통이 나아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일부 의원은 자기관리에 철저한 것으로 유명한 이 후보자의 모습을 떠올리며 “여권의 악재였던 청문회를 이번에는 무사히 통과할 것”이라고 벌써부터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 후보자의 별명이 ‘자판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근거 없는 전망도 아니다. 그는 본인은 물론 가족 관련 의혹이 제기되면 미리 알고 준비했다는 듯 해명 자료를 적극적으로 즉각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물밑에서는 “지나치게 안정 추구 인선”이란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흔들리는 시점에 여론을 반전할 ‘쇄신 카드’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 리더십 변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일 기회를 놓쳤다는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청와대의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여권 관계자들은 ‘이완구 총리 후보자 발탁’에 세 가지 목적이 있다고 본다.

    당정청 일체형 총리 발탁



    첫째는 새누리당 지도부 출신 정치인으로 ‘3각 편대’를 완성해 청와대의 국정운영 구심점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에게 집권 3년 차인 올해는 ‘나라를 위해 살겠다’는 꿈을 국정에 반영해 성과를 내야 할 중요한 시기. 대통령의 주요 연설과 청와대에서 진행되는 부처 업무보고 현장에서 이런 분위기가 느껴진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올해는’ ‘빨리’ ‘국민이 혜택을 느껴야 한다’고 연이어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로 보인다. 또 박 대통령은 고위 공직자 발탁 기준에서 ‘갈등 해결’ 능력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를 사후에 해결하는 ‘소방수’ 스타일보다 사전에 갈등을 예측해 최악의 사태를 미리 막는 ‘예방형’을 선호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앞서 박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표 출신인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원내대표 출신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이미 양쪽 날개로 배치했다. 그리고 차기 총리 후보로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면서도 △정치 감각이 있고 △당내 의원들과도 교류가 활발한 이완구 전 원내대표를 낙점했다는 것.

    청와대는 이완구 총리 후보자 내정을 1월 23일 급하게 발표했다. 이 후보자 당사자에게도 전날 밤 늦게야 연락이 갔다고 한다. 여기에는 ‘최근의 심상치 않은 여론’이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새해 들어 대통령 지지율은 신년 기자회견 효과를 누리지 못했다. 오히려 ‘문고리 3인방 감싸기’ 논란이 불거져 급격히 하락했다.

    여기에 어린이집 학대 문제로 보육 불안감이 커지고, ‘연말정산 후폭풍’까지 불었다. 대통령 리더십에 대한 실망에 ‘생활 공약 폐기 비판론’까지 얹어진 것이다. 이로 인해 청와대는 당초 예정보다 일정을 앞당겨 부랴부랴 차기 총리 카드를 선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새로운 인물을 통해 뿔난 여론을 일부분 달래보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대야 협상력과 차기 대선까지 고려

    이완구 총리 내정 ‘숨은그림찾기’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월 27일 집무실인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에서 기자들에게 부동산 투기 논란과 관련해 계약서를 보여주며 해명하고 있다.

    이완구 총리 후보자 내정의 두 번째 배경에는 복잡한 ‘소통’ 문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관측이다. 박 대통령의 집권 초기부터 ‘야당과의 신경전’ ‘당내 분란’은 골칫거리였다. 2013년 3월 박 대통령은 국회의 정부조직법 개정 지연으로 대국민담화까지 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굳은 표정으로 답답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례적으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또 2014년 세월호 침몰 정국에서는 한때 국회가 마비돼 “결국 대통령이 결단하고 나서야 한다”며 여론의 화살이 청와대를 향했다.

    게다가 청와대는 새해 ‘수첩 파문’ 이후 새누리당 일부 의원으로부터 “여당을 무시한다”는 노골적 항의에 직면했다. 이래저래 ‘불통’ 논란으로 난처한 처지에 놓인 청와대가 ‘범비박(비박근혜)계’이면서 ‘야당과의 소통’ 능력을 경험한 이완구 후보자를 낙점했다는 관측이 많다.

    이 후보자는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례적으로 범계파의 ‘추대’를 받았다. 또 ‘세월호 정국’에서 고전을 거듭하면서도 결국 야당과의 대화 및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내부 평가를 받았다. 앞으로 공무원연금 개혁 등을 위해 당청 협조와 국회의 입법 지원이 절실한 청와대로서는 이 후보자의 ‘두루두루 관계’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 후보자 인선에 대한 야당의 반응은 나쁘지 않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1월 23일 이완구 후보자 인선에 대해 “박근혜 정부 들어 처음으로 정치인을 지명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긍정 평가했다.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게 독설을 퍼붓고 사퇴를 공공연히 압박하던 것과는 다소 대조적인 모습이다. 이 후보자도 인선 발표 후 새정치연합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우윤근 원내대표를 잇따라 찾아가 ‘친근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셋째, 이완구 총리 후보자 내정은 내년 총선과 2017년 대통령선거(대선)를 고려한 카드라는 분석도 있다. 이른바 ‘친박(친박근혜) 출신의 충청 대망론’이다. 여권 내부 사정만 보면 ‘범비박계’에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 같은 차기 대선후보군이 존재한다.

    하지만 ‘친박계’에는 딱히 꼽히는 인물이 없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친박’ 정치인은 다음 총선에서 ‘끈 떨어진 연’ 신세가 된다. 미래권력을 점치기 어려운 세력이 총선을 통해 물갈이 된 ‘공천 학살’ 사례는 새누리당 내에서 이미 여러 번 있었던 일이다. 따라서 ‘친박 출신 이완구 대망론’은 박 대통령이나 ‘친박’ 정치인 모두에게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미래에 대한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부분이다.

    더불어 충남 여야 지형을 보면 ‘이완구 대망론’은 야당의 전력을 분산할 가능성도 있다. 19대 국회 지역 의석수는 새누리당 7석, 새정치연합 3석이다. 야당이 아직 약세지만 20대 총선에서 여권이 압승을 자신하기는 어렵다. 2014년 지방선거에서 새정치연합 소속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재선에 성공했고 2017년 차기 대선주자로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 이대로 가면 내년 총선에서 야권은 ‘안희정 효과’ ‘충청 대망론’을 배경으로 지역 민심을 파고들 개연성이 있다. 여권 처지에서는 △충남도지사 출신 △부여 청양군 3선 출신 △최초의 충청 출신 여당 원내대표인 이완구 총리 후보자 발탁으로 야당의 ‘안희정 대망론’에 맞불을 놓는 효과를 점쳐볼 수 있다.

    하지만 여권의 기대가 현실화할지는 더 지켜볼 일이다. 여권의 시나리오와 여론의 흐름이 엇박자를 낼 개연성도 있기 때문이다. 민심은 ‘대통령 리더십 변화’와 ‘청와대 쇄신’을 강하게 요구하는데, ‘총리 인물 교체’만으로는 이를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이란 지적도 나온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1월 27일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박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에 단행한 각종 인사에도 29.7%로 집계됐다. 역대 최저치였고 30% 선까지 붕괴됐다(무선 및 유선전화 각각 50% 반영, 전화면접·자동응답(ARS) 방식,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이완구 총리 후보자 내정과 청와대 개편을 발표한 1월 23일 대통령 지지율은 34.2%였지만, 주말인 26일을 거치면서 4.1%p 하락했다.

    2월 9, 10일로 예정된 이완구 총리 후보자 청문회도 아직 넘어야 할 관문이다. 새정치연합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인 진성준 의원은 1월 28일 TBS FM ‘열린아침 고성국입니다’와 인터뷰에서 ‘부드러운 청문회’가 될 것이란 전망을 정면 반박했다. 그는 “당장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나에게 ‘눈 질끈 감고 야무지게 하라’고 말했다”며 “제기되는 모든 의혹, 검증 과정에서 드러나는 문제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 후보자의 도덕성, 청렴성을 집중적으로 따져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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