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 2. 이에 그들이 동방으로 옮기다가 시날 평지를 만나 거기 거류하며, 3. 서로 말하되 자, 벽돌을 만들어 견고히 굽자 하고 이에 벽돌로 돌을 대신하며 역청으로 진흙을 대신하고, 4. 또 말하되 자,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우리 이름을 내고 온 지면에 흩어짐을 면하자 하였더니, 5. 여호와께서 사람들이 건설하는 그 성읍과 탑을 보려고 내려오셨더라, 6.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이 무리가 한 족속이요 언어도 하나이므로 이같이 시작하였으니 이 후로는 그 하고자 하는 일을 막을 수 없으리로다, 7. 자,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그들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하시고, 8.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으므로 그들이 그 도시를 건설하기를 그쳤더라, 9. 그러므로 그 이름을 바벨이라 하니 이는 여호와께서 거기서 온 땅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셨음이니라 여호와께서 거기서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더라.”
언어 습득 과정 미스터리
오늘날 세상에 수많은 언어가 존재하게 된 내력에 대해 성경 ‘창세기’ 제11장에서는 그 유명한 바벨탑 일화를 소개하며 이같이 설명하고 있다. 성경 설명대로 이 세상에 수많은 언어가 존재하게 된 것이 신이 내린 저주라면, 다른 언어를 습득하고 이해해 이 저주를 풀려는 인간의 도전은 인류 처지에서 볼 때 그 자체로 숭고한 노력이 아닐 수 없다.
‘주간동아’ 961호에서 소개했던 ‘언어의 천재들 : 세계에서 가장 비범한 언어학습자를 찾아서’(마이클 에라드/ 민음사)의 원제도 ‘Babel No More’이다. 이는 많은 언어를 습득한 초다언어 구사자들을 통해 바벨탑의 저주와 그로 인한 인류의 숙명적 혼란을 극복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말해, 초다언어 구사자들의 세계를 탐구하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초다언어 구사자로 주세페 카스파르 메초판티(Giuseppe Caspar Mezzofanti·1774~1849) 추기경을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 볼로냐 출신의 이 전설적인 성직자는 실제로 수십여 개 언어를 구사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생전에 구사할 줄 안다고 주장했던 언어가 워낙 많아 문헌마다 소개하는 언어 수가 다르다는 점. 적게는 39개에서 많게는 58개, 72개, 심지어 114개까지 다양하다.
워낙 많은 언어를 구사하다 보니 메초판티 추기경과 관련한 일화도 적잖다. 어느 날 그는 다음 날 아침 처형이 예정돼 있던 사형수 2명으로부터 고해성사를 받아야 했다. 성직자로서 그가 맡은 임무 가운데 하나가 외국인의 고해성사를 받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시 이 외국인들이 쓰는 언어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 그는 밤새 해당 언어를 열심히 공부해 다음 날 아침 사형 집행 전 그들의 언어로 고해성사를 듣고 성공적으로 죄의 사함을 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이야기 진위와 관계없이 메초판티 추기경이 어릴 때부터 신학공부와 함께 언어공부를 시작했으며 남다른 기억력과 자신감을 가진 인물이었음에는 틀림없어 보인다. 하지만 요즘과 달리 외국어를 가르치는 학원이나 시청각 학습재료가 전무하던 시절, 그것도 외국 방문 경험이나 외국인과의 접촉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이 어떻게 그 많은 언어를 습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여전히 미스터리다.
그 때문일까. 메초판티 추기경이 구사한 언어의 수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이도 적잖다. 그가 살던 시대만 언어 구사에 대한 판단기준이 애매했기 때문이다. ‘언어를 구사한다’고 해봐야 몇 마디 말을 알거나 간단한 문장을 해독하거나 쓸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그를 생전에 직접 만난 찰스 윌리엄 러셀은 1858년 출간한 전기 ‘메초판티 추기경의 생애’에서 메초판티가 실제 제대로 구사할 수 있었던 언어는 이탈리아어를 포함해 정확히 29개였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29개 언어에 대해서도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예를 들어 중국어 경우를 보자. 중국을 가보지 않고, 중국인을 접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가 어떤 경로로 중국어를 배웠을지도 의문이고, 중국어 구사 능력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가 남다른 비범함과 언어에 대한 열정으로 초다언어 구사자 반열에 올랐음은 분명하지만 얼마나 많은 언어를, 실제 어떤 수준으로 구사했는지를 밝히는 것은 시대 간격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메초판티 추기경 이후에도 많은 초다언어 구사자가 역사 무대에 등장했다 사라졌다. ‘아라비안나이트’ 번역가이자 29개 언어를 구사했다고 알려진 리처드 프랜시스 버턴(1821~1890)도 있고 65개 언어를 구사했다는 에스토니아 철학자 우쿠 마싱(1909~85)도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중에는 메초판티 추기경처럼 신비의 베일에 싸인 채 단편적인 기록들과 함께 전설로 남은 경우도 있고, 또 스스로의 주장만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런가 하면 일부 초다언어 구사자는 주위 증언이나 ‘기네스북’ 같은 권위의 힘을 빌려 신뢰도를 높이려 하기도 한다.
책 한 권에 2000개 정도 단어
최근에는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등을 통해 일부 초다언어 구사자의 언어 구사 능력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초다언어 구사자 간에도 인터넷을 통해 종종 접촉이 이뤄지고, 심지어 공식적으로 국제 모임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런 세상이니 언어 구사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수립하려는 노력도 적잖다. 주로 구미국가 학자들 연구에 따르면 2000개 정도의 단어가 대부분 책 내용의 75~80%에서 사용된다고 한다. 또 이 정도 단어만 알면 이들로 설명될 수 있는 고급 단어 3만~4만 개의 뜻도 추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단어 2000개만 알면 한 언어를 웬만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반 대학생이 평균 2만5000~3만 개의 기본 어휘력을 갖췄고, 나이가 들면서 5만 개 이상으로 어휘력을 확장해나가는 것을 볼 때 2000개 정도의 기본 단어를 아는 것만으로 어떤 언어를 제대로 구사한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결론적으로 진정한 언어 구사 능력에 대한 평가는 그 속성상 예나 지금이나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언어 습득 과정 미스터리
오늘날 세상에 수많은 언어가 존재하게 된 내력에 대해 성경 ‘창세기’ 제11장에서는 그 유명한 바벨탑 일화를 소개하며 이같이 설명하고 있다. 성경 설명대로 이 세상에 수많은 언어가 존재하게 된 것이 신이 내린 저주라면, 다른 언어를 습득하고 이해해 이 저주를 풀려는 인간의 도전은 인류 처지에서 볼 때 그 자체로 숭고한 노력이 아닐 수 없다.
‘주간동아’ 961호에서 소개했던 ‘언어의 천재들 : 세계에서 가장 비범한 언어학습자를 찾아서’(마이클 에라드/ 민음사)의 원제도 ‘Babel No More’이다. 이는 많은 언어를 습득한 초다언어 구사자들을 통해 바벨탑의 저주와 그로 인한 인류의 숙명적 혼란을 극복할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말해, 초다언어 구사자들의 세계를 탐구하는 일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라는 뜻이다.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초다언어 구사자로 주세페 카스파르 메초판티(Giuseppe Caspar Mezzofanti·1774~1849) 추기경을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 볼로냐 출신의 이 전설적인 성직자는 실제로 수십여 개 언어를 구사했다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가 생전에 구사할 줄 안다고 주장했던 언어가 워낙 많아 문헌마다 소개하는 언어 수가 다르다는 점. 적게는 39개에서 많게는 58개, 72개, 심지어 114개까지 다양하다.
워낙 많은 언어를 구사하다 보니 메초판티 추기경과 관련한 일화도 적잖다. 어느 날 그는 다음 날 아침 처형이 예정돼 있던 사형수 2명으로부터 고해성사를 받아야 했다. 성직자로서 그가 맡은 임무 가운데 하나가 외국인의 고해성사를 받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당시 이 외국인들이 쓰는 언어를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는 점. 그는 밤새 해당 언어를 열심히 공부해 다음 날 아침 사형 집행 전 그들의 언어로 고해성사를 듣고 성공적으로 죄의 사함을 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메초판티 추기경.
그 때문일까. 메초판티 추기경이 구사한 언어의 수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이도 적잖다. 그가 살던 시대만 언어 구사에 대한 판단기준이 애매했기 때문이다. ‘언어를 구사한다’고 해봐야 몇 마디 말을 알거나 간단한 문장을 해독하거나 쓸 수 있는 수준이었다. 그럼에도 그를 생전에 직접 만난 찰스 윌리엄 러셀은 1858년 출간한 전기 ‘메초판티 추기경의 생애’에서 메초판티가 실제 제대로 구사할 수 있었던 언어는 이탈리아어를 포함해 정확히 29개였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 29개 언어에 대해서도 의문은 가시지 않는다. 예를 들어 중국어 경우를 보자. 중국을 가보지 않고, 중국인을 접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그가 어떤 경로로 중국어를 배웠을지도 의문이고, 중국어 구사 능력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그가 남다른 비범함과 언어에 대한 열정으로 초다언어 구사자 반열에 올랐음은 분명하지만 얼마나 많은 언어를, 실제 어떤 수준으로 구사했는지를 밝히는 것은 시대 간격만큼이나 힘든 일이다.
메초판티 추기경 이후에도 많은 초다언어 구사자가 역사 무대에 등장했다 사라졌다. ‘아라비안나이트’ 번역가이자 29개 언어를 구사했다고 알려진 리처드 프랜시스 버턴(1821~1890)도 있고 65개 언어를 구사했다는 에스토니아 철학자 우쿠 마싱(1909~85)도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그중에는 메초판티 추기경처럼 신비의 베일에 싸인 채 단편적인 기록들과 함께 전설로 남은 경우도 있고, 또 스스로의 주장만 있는 경우도 많다. 그런가 하면 일부 초다언어 구사자는 주위 증언이나 ‘기네스북’ 같은 권위의 힘을 빌려 신뢰도를 높이려 하기도 한다.
책 한 권에 2000개 정도 단어
최근에는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 등을 통해 일부 초다언어 구사자의 언어 구사 능력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다. 초다언어 구사자 간에도 인터넷을 통해 종종 접촉이 이뤄지고, 심지어 공식적으로 국제 모임을 만들고자 하는 움직임도 보인다. 이런 세상이니 언어 구사 능력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기준을 수립하려는 노력도 적잖다. 주로 구미국가 학자들 연구에 따르면 2000개 정도의 단어가 대부분 책 내용의 75~80%에서 사용된다고 한다. 또 이 정도 단어만 알면 이들로 설명될 수 있는 고급 단어 3만~4만 개의 뜻도 추가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결국 단어 2000개만 알면 한 언어를 웬만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일반 대학생이 평균 2만5000~3만 개의 기본 어휘력을 갖췄고, 나이가 들면서 5만 개 이상으로 어휘력을 확장해나가는 것을 볼 때 2000개 정도의 기본 단어를 아는 것만으로 어떤 언어를 제대로 구사한다고 말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결론적으로 진정한 언어 구사 능력에 대한 평가는 그 속성상 예나 지금이나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