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관심을 별로 끌지는 못했지만 7월 말 골프장 회원권을 보유한 골퍼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일이 생겼다. 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은 경기 안성시 골프클럽Q안성 골프장을 새로 인수한 골프존카운티-케이스톤파트너스 컨소시엄에게 기존 회원들의 입회보증금(회원권) 전액을 인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했다. 기존 회원들은 이에 불복해 대법원에 재항고했지만 법조계에선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이 경우 기존 회원들은 수원지방법원이 인가한 회생계획안에 따라 입회보증금의 17%만 변제받게 된다.
이에 앞서 7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인가한 ㈜동양레저 회생 계획도 비슷했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경기 안성시 파인크리크CC 골프장과 강원 삼척시 파인밸리CC 골프장 회원들의 입회보증금을 100% 출자전환하되 10 대 1로 감자하기로 했다. 파인크리크CC의 10억 원 법인회원권을 보유한 한 회사 관계자는 “입회보증금 가치가 1억 원으로 줄어든 데다 그마저도 10년 후부터나 배당해준다고 하는데, 그럼 휴지조각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업회생절차 통한 ‘세탁’ 의도
9월 23일 만난 법무법인 민우 정찬수 대표변호사(사진)는 “그동안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체육시설법)에 따라 회원 권리가 100% 보호받았는데, 이제 도산한 골프장을 먼저 살려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내려진 만큼 회원 권리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우려했다. 그는 골프장 회원권을 보유한 지인의 권유로 공익 소송 차원에서 입회보증금 반환 소송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로 꼽힌다. 8년간 검사로 재직한 그는 2002년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에게 최근 벌어지는 골프장 입회보증금 반환 소송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봤다.
“무엇보다 서울고법의 결정은 골프장 오너들의 모럴 해저드를 조장할 수 있다. 경영을 엉터리로 한 오너가 회원들의 입회보증금 반환 소송이 잇따르면 이를 피하려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회생 계획에 따라 회원들의 입회보증금 채무를 대폭 삭감받은 후 다른 사람을 내세워 해당 골프장을 다시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기업회생절차를 통한 세탁인 셈이다.”
▼ 서울고법 결정 이후 전국적으로 골프장 20여 곳이 법정관리 신청을 했거나 준비한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부는 ‘세탁’ 의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에 대해서는 법원이 엄격하게 감시해야 한다. 또 국내 골프장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투자금보다 많은 입회보증금을 받아 공사비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빼먹은 일부 골프장 오너에 대해서는 사법처리를 먼저 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재산을 추적해 회원들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하루빨리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켜야 한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이 법무법인 최국현 전무는 “적어도 수도권에 있는 골프장은 정상적으로만 경영하면 적자가 날 수 없는 구조인데,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골프장이 왜 이리 많은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최 전무는 1998년부터 골프장 개발 기획 및 골프장 회원권 분양 사업을 해오다 2011년부터 법무법인 민우에 합류했다. 그의 설명이다.
“일본은 골프장이 2800여 곳인데 골프 인구는 800만~900만 명이다. 우리는 골프장 420곳에 골프 인구가 400만 명이다. 일본의 그린피는 5만~6만 원인 반면, 우리는 대중제 골프장도 20만 원이 넘는다. 거기다 최고급 차량인 에쿠스의 하루 렌트비가 20만 원 수준인 데 비해 골프장 전동카트는 18홀 라운딩에 8만 원이나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골프장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 회원제 골프장 측은 개별소비세를 비롯해 과도한 재산세 등 각종 규제가 심하다고 주장하는데.
“일부 부도덕한 골프장 오너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얼마 전 만난 한 일본 골프장 오너는 ‘한국 골프장 사장들은 아직도 배가 부른 것 같다’고 말하더라. 기사가 운전하는 대형 승용차를 타면서 월급도 많이 받는 한국 골프장 오너들의 행태를 꼬집는 얘기다. 규제를 탓하기 전 자구 노력부터 먼저 해야 한다.”
골프장 자산 빼돌리는 경우도
▼ 지난해 하반기부터 골프장 회원들의 입회보증금 반환 소송이 증가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원권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골프장은 금융위기 전 고가 회원권을 집중적으로 분양해 문제가 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회원권 분양 후 5년이 지나면 회원 요구에 따라 반환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골프장이 경영이 어렵다는 등의 핑계를 대면서 돌려주지 않아 소송이 늘고 있다. 소송 과정에서 일부 골프장이 ‘5년 후 회원 계약 자동 갱신’ ‘천재지변이니 기타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입회보증금 반환 연기 가능’ 등 일방적으로 회원에게 불리한 약관을 집어넣은 사실도 밝혀졌다. 모두 회원의 원상회복 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무효 결정을 내렸다.”
▼ 소송에서 진 골프장 측이 쉽게 입회보증금을 반환하고 있는가.
“대체로 잘 반환하는 편이다. 다만 경영이 어렵다면서 2~3회로 분할해 반환하는 곳도 있다. 문제는 극히 일부 골프장이 법원 판결을 아예 무시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골프장 자산을 빼돌리는 경우까지 있다. 신용카드 매출 채권이나 전동카트, 기계류 등 동산을 압류하려고 보면 이미 다른 사람 이름으로 넘겨놓은 경우도 있다.
심지어 입회보증금보다 우선시하는 국세와 지방세를 체납하고 직원 월급을 체불하기도 한다.
▼ 일부에선 골프장 회원권 시세가 바닥이라며 지금 투자할 만하다고 말한다.
“골프장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경영 상태를 정확히 알아본 후 결정해야 한다. 5년 정도 지나면 골프장이 제대로 정리될 것으로 믿는다.”
이에 앞서 7월 11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인가한 ㈜동양레저 회생 계획도 비슷했다. 이 회사가 운영하는 경기 안성시 파인크리크CC 골프장과 강원 삼척시 파인밸리CC 골프장 회원들의 입회보증금을 100% 출자전환하되 10 대 1로 감자하기로 했다. 파인크리크CC의 10억 원 법인회원권을 보유한 한 회사 관계자는 “입회보증금 가치가 1억 원으로 줄어든 데다 그마저도 10년 후부터나 배당해준다고 하는데, 그럼 휴지조각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업회생절차 통한 ‘세탁’ 의도
9월 23일 만난 법무법인 민우 정찬수 대표변호사(사진)는 “그동안 체육시설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체육시설법)에 따라 회원 권리가 100% 보호받았는데, 이제 도산한 골프장을 먼저 살려야 한다는 법원 결정이 내려진 만큼 회원 권리가 유명무실해졌다”고 우려했다. 그는 골프장 회원권을 보유한 지인의 권유로 공익 소송 차원에서 입회보증금 반환 소송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이 분야에서 국내 최고로 꼽힌다. 8년간 검사로 재직한 그는 2002년 변호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에게 최근 벌어지는 골프장 입회보증금 반환 소송의 이모저모에 대해 알아봤다.
“무엇보다 서울고법의 결정은 골프장 오너들의 모럴 해저드를 조장할 수 있다. 경영을 엉터리로 한 오너가 회원들의 입회보증금 반환 소송이 잇따르면 이를 피하려고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회생 계획에 따라 회원들의 입회보증금 채무를 대폭 삭감받은 후 다른 사람을 내세워 해당 골프장을 다시 인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기업회생절차를 통한 세탁인 셈이다.”
▼ 서울고법 결정 이후 전국적으로 골프장 20여 곳이 법정관리 신청을 했거나 준비한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전부는 아니겠지만 일부는 ‘세탁’ 의도가 있는 것으로 안다. 이들에 대해서는 법원이 엄격하게 감시해야 한다. 또 국내 골프장의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전제 조건이 있다. 투자금보다 많은 입회보증금을 받아 공사비를 부풀리는 등의 방법으로 돈을 빼먹은 일부 골프장 오너에 대해서는 사법처리를 먼저 해야 한다. 그리고 이들의 재산을 추적해 회원들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국회에서 하루빨리 ‘유병언법’(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켜야 한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이 법무법인 최국현 전무는 “적어도 수도권에 있는 골프장은 정상적으로만 경영하면 적자가 날 수 없는 구조인데,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골프장이 왜 이리 많은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최 전무는 1998년부터 골프장 개발 기획 및 골프장 회원권 분양 사업을 해오다 2011년부터 법무법인 민우에 합류했다. 그의 설명이다.
“일본은 골프장이 2800여 곳인데 골프 인구는 800만~900만 명이다. 우리는 골프장 420곳에 골프 인구가 400만 명이다. 일본의 그린피는 5만~6만 원인 반면, 우리는 대중제 골프장도 20만 원이 넘는다. 거기다 최고급 차량인 에쿠스의 하루 렌트비가 20만 원 수준인 데 비해 골프장 전동카트는 18홀 라운딩에 8만 원이나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골프장이 수익을 내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 회원제 골프장 측은 개별소비세를 비롯해 과도한 재산세 등 각종 규제가 심하다고 주장하는데.
“일부 부도덕한 골프장 오너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규제 완화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격이다. 얼마 전 만난 한 일본 골프장 오너는 ‘한국 골프장 사장들은 아직도 배가 부른 것 같다’고 말하더라. 기사가 운전하는 대형 승용차를 타면서 월급도 많이 받는 한국 골프장 오너들의 행태를 꼬집는 얘기다. 규제를 탓하기 전 자구 노력부터 먼저 해야 한다.”
골프장 자산 빼돌리는 경우도
기존 회원들과 입회보증금 반환 소송을 벌이고 있는 골프클럽Q안성 골프장 전경.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원권 가격이 폭락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골프장은 금융위기 전 고가 회원권을 집중적으로 분양해 문제가 되고 있다. 원칙적으로 회원권 분양 후 5년이 지나면 회원 요구에 따라 반환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 골프장이 경영이 어렵다는 등의 핑계를 대면서 돌려주지 않아 소송이 늘고 있다. 소송 과정에서 일부 골프장이 ‘5년 후 회원 계약 자동 갱신’ ‘천재지변이니 기타 불가피한 사정이 있는 경우 입회보증금 반환 연기 가능’ 등 일방적으로 회원에게 불리한 약관을 집어넣은 사실도 밝혀졌다. 모두 회원의 원상회복 청구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법원에서 무효 결정을 내렸다.”
▼ 소송에서 진 골프장 측이 쉽게 입회보증금을 반환하고 있는가.
“대체로 잘 반환하는 편이다. 다만 경영이 어렵다면서 2~3회로 분할해 반환하는 곳도 있다. 문제는 극히 일부 골프장이 법원 판결을 아예 무시한다는 점이다. 심지어 강제집행을 피하려고 골프장 자산을 빼돌리는 경우까지 있다. 신용카드 매출 채권이나 전동카트, 기계류 등 동산을 압류하려고 보면 이미 다른 사람 이름으로 넘겨놓은 경우도 있다.
심지어 입회보증금보다 우선시하는 국세와 지방세를 체납하고 직원 월급을 체불하기도 한다.
▼ 일부에선 골프장 회원권 시세가 바닥이라며 지금 투자할 만하다고 말한다.
“골프장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경영 상태를 정확히 알아본 후 결정해야 한다. 5년 정도 지나면 골프장이 제대로 정리될 것으로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