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라는 슬로건 아래 소통과 화합·배려의 대회,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대회, 최첨단 IT(정보기술)와 탄소 중립 대회를 목표로 내건 이번 아시아경기는 항구도시 인천을 아시아에 알리며 대한민국 문화와 힘을 또 한 번 보여줄 수 있는 계기다.
인천아시아경기에는 올림픽 종목 28개와 비올림픽 종목 8개 등 36개 종목에 439개 금메달이 걸렸다. 45개국에서 온 1만3000여 명 선수단이 뜨거운 선의의 경쟁을 펼치게 된다. 한국 선수단을 중심으로 인천아시아경기에서 눈여겨봐야 할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한국은 1994 히로시마 대회에서 중국, 일본에 이어 3위를 기록한 뒤 1998 방콕 대회부터 2010 광저우 대회까지 4회 연속 중국에 이어 종합 순위 2위에 올랐다(표 참조). 4년 전 금메달 76개를 땄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90개 이상 금메달을 따내 5개 대회 연속 종합 2위를 목표로 한다.
한국이 역대 가장 많은 금메달을 딴 아시아경기는 안방에서 열렸던 2002 부산 대회였다. 2002년 96개 금메달을 차지했던 한국은 내심 이번 대회에서 최다 금메달 경신도 노리고 있다. 전통적인 효자 종목인 양궁과 태권도, 사격, 유도에서 목표를 달성하고 볼링, 골프 등 메달 전략 종목에서 기대치를 만족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능하리라는 전망이다.
진종오(KT), 김장미(우리은행) 등 남녀 명사수가 버티는 사격은 광저우 대회에서 13개 금메달을 수확하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볼링(이하 광저우 대회·금메달 8개)과 펜싱(7개), 유도(6개), 태권도(4개)도 큰 기대를 모은다. 2위 자리를 위협하는 일본을 안정적으로 제치고 역대 최다 금메달을 경신하려면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되던 수영과 육상 등 기초 종목에서 어느 정도 선전하느냐가 중요하다. 수영에는 금메달 53개, 육상에는 47개가 걸렸다. 한국은 4년 전 수영과 육상에서 나란히 4개씩 금메달을 따는 데 그쳤다.
# 4대 프로 스포츠 동반 금메달 도전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4대 프로 종목의 성적 역시 이번 아시아경기에서 지켜봐야 할 포인트 중 하나다. 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일부 병역 미필 선수에게 아시아경기 금메달은 병역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되기도 한다. 4대 프로 종목에 걸린 금메달은 모두 7개. 야구만 1개고 나머지 종목은 남녀 1개씩 금메달이 걸렸다. 4대 프로 종목 동반 금메달을 포함해 축구, 배구, 농구도 남녀가 같이 금메달을 목에 거는 시나리오를 꿈꾸고 있다.
야구, 금메달 아니면 의미 없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야구 대표팀 류중일 감독과 김광현, 박병호 선수(왼쪽부터).
이번 대회는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를 3년 연속 통합우승으로 이끈 류중일 감독이 사령탑을 맡아 광저우에 이어 2연패에 도전한다.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 소속 선수들이 합류하지 못해 과거보다 대표팀 전력이 약해졌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 그러나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두 좌완 김광현(SK)과 양현종(KIA)을 비롯해 거포 박병호(넥센) 등 내로라하는 선수들로 구성돼 금메달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다. 기본기가 탄탄한 사회인 야구 선수들로 짜인 일본이나 미국 마이너리그 소속 선수들이 주축을 이룬 대만이 한국의 대항마로 꼽히지만 객관적 전력 측면에서 한국이 앞서 있다. 방심만 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금메달을 딸 수 있고, 금메달을 따야만 하는 종목이 야구다.
사상 첫 남녀 동반 제패 꿈꾸는 축구
여자축구 대표팀의 유영아와 남자축구 대표팀 박주호, 김신욱 선수(왼쪽부터).
축구 대표팀 김승규 선수.
농구도 남녀 동반 금메달 노려
남자농구 대표팀은 ‘어게인(Again) 2002년’을 꿈꾼다. 2002 부산 대회에서 한국 남자농구는 결승전에서 드라마 같은 대역전극을 펼치며 중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2년 만에 정상 재탈환을 노리는 남자농구의 가장 큰 ‘믿는 구석’은 바로 유재학 감독(모비스)이다. ‘만수’라는 별명처럼 뛰어난 지략을 갖춘 유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 강한 체력과 스피드를 갖춘 ‘한국형 농구’를 이식했다. 높이 열세를 만회하면서 중국, 이란, 필리핀 등 난적들을 제칠 수 있다는 기대를 품게 한다.
1978 방콕 대회에서 금메달을 건 뒤 1990 베이징 대회와 1994 히로시마 대회에서 2연패를 차지했던 여자농구는 그 후 아시아 정상에 서지 못했다. 춘천 우리은행을 두 시즌 연속 통합우승으로 이끈 위성우 감독이 지휘봉을 잡아 선수들을 집중 조련하고 있다. 신장 우위를 내세운 중국이 최대 강적이고, 지난해 FIBA 아시아 여자농구선수권대회 정상에 선 일본도 방심할 수 없는 상대다.
거친 견제 이겨내야 하는 배구
남자배구는 2002년과 2006년 연속 우승으로 맹위를 떨쳤지만 4년 전 광저우 대회 때는 준결승에서 일본에 2-3으로 통한의 역전패를 당하며 동메달에 머물렀다. 안방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가 ‘한풀이 무대’인 셈. 대표팀은 국방부의 협조를 얻어 상근예비역으로 군복무 중인 세터 한선수를 합류시키는 등 최정예 라인업을 꾸리고 패권 탈환을 노리고 있다. 전광인(한국전력)과 송명근(러시앤캐시) 등 젊은 피가 부쩍 성장해 충분히 해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보적인 기량을 갖춘 김연경(페네르바체)이 가세한 여자배구 대표팀은 20년 만에 패권을 노리지만 세계 랭킹 상위권에 속하는 중국과 일본 등의 거센 견제를 뚫어야 한다.
◆ 빅스타 5인 ‘금빛 감동’의 순간
늘 팬들의 관심을 받는 프로 종목 선수와 달리 열악한 환경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아마추어 종목 선수들은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뿐이다. 한국이 낳은 최고 수영스타 박태환 등이 써나갈 금빛 스토리는 화려한 프로 선수들보다 더 감동적이다.
# ‘마린보이’ 박태환의 ‘복수혈전’
박태환(인천시청)과 쑨양(중국)의 맞대결은 이번 대회 최고 흥행 카드다. 특히 자유형 400m는 아시아를 넘어 사실상 세계 최강을 가리는 경기다. 박태환은 아시아경기, 세계선수권, 올림픽 등 메이저대회 자유형 400m에서 최근 4년간 쑨양에게 2승1패를 거뒀다. 2010 광저우 대회와 2011 상하이세계선수권에선 쑨양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2012 런던올림픽에선 쑨양에 이어 은메달에 머물렀다. 런던올림픽 예선에서 실격 파동을 겪은 후 판정이 번복돼 결승 무대에 섰지만 제 기량을 발휘할 수 없는 여건이었다. 박태환은 복수혈전을 다짐하며 아시아경기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도마 양학선, 펜싱 남현희, 사격 진종오, 역도 사재혁 선수(왼쪽부터).
기계체조 남자 도마 양학선(한체대)의 경쟁 상대는 이세광(북한)이다. 2006 도하 대회 금메달리스트인 이세광은 양학선이 등장하기 전까지 도마 아시아 최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양학선은 2010 광저우 대회와 2012 런던올림픽에서 연이어 금메달을 획득하며 ‘도마의 신’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국제대회에서 여러 번 만나 양학선은 이세광을 형이라 부를 정도로 호형호제하는 사이지만, 승부에서 양보란 없다. 우정을 나누는 두 사람의 대결 결과도 놓치지 말아야 할 관심사다.
# 3연속 2관왕 도전 ‘주부’ 남현희
‘펜싱여왕’ 남현희(성남시청)는 2002 부산 대회 여자플뢰레 단체전에서 첫 금메달을 목에 건 이후 2006 도하 대회와 2010 광저우 대회에서 2회 연속 2관왕(개인·단체)에 오른 ‘아시아의 별’이다. 이번 대회에선 3회 연속 2관왕에 도전한다. 남현희는 5월 오른쪽 무릎 전방 십자인대가 부분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수술이 최선이었지만, 그러면 아시아경기를 포기해야 해 차선책으로 치료와 재활을 택했고 불굴의 투혼으로 이번 대회에 나선다. 기존의 노련함에 ‘아줌마 힘’까지 갖춘 ‘주부 검객’은 또 한 번의 신화를 다짐하고 있다.
# 첫 개인전 금메달 노리는 총잡이 진종오
진종오는 2004, 2008, 2012 올림픽에서 5개 메달(금3·은2)을 목에 건 ‘권총황제’. 한국 스포츠 역사상 3명뿐인 올림픽 3회 연속 메달리스트다. 하지만 유독 아시아경기와는 인연이 없었다. 단체전 금메달 기록은 있지만, 개인전에선 한 번도 정상에 서지 못했다. 그래서 홈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대한 열망이 남다르다. 일단 최근 페이스는 좋다. 7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제사격연맹(ISSF) 월드컵 남자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 50m 권총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 ‘오뚝이 역사(力士)’ 사재혁
사재혁(제주도청)은 2001년 무릎, 2003년 어깨(2회), 2005년 손목 등 4번의 수술을 딛고 2008 베이징올림픽 남자 77kg급에서 감격의 금메달을 차지했다. 하지만 2010 광저우 대회에는 어깨수술 덫에 걸려 또다시 울분을 삼켰다. 2011 세계선수권에서 동메달로 재기한 사재혁은 2012 런던올림픽 때는 경기 도중 팔꿈치 탈구라는 치명적인 부상으로 또 한 번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도 ‘오뚝이 역사’라는 별명처럼 다시 일어섰다. 이번에 그는 체급을 올려 85kg급에서 금메달에 도전한다. 그에게 역도는 삶 그 자체다. 다시 일어선 사재혁의 새로운 도전은 결과를 떠나 박수를 받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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