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전에서 만날 수 있는 호안 미로의 ‘여인’과 클로드 모네의 ‘지베르니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 파블로 피카소의 ‘소나무가 있는 풍경’(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첫손에 꼽을 것은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는 ‘간송문화 2부-보화각’. 간송미술관이 DDP 개관 기념으로 마련한 기획전의 두 번째 순서다. ‘빛나는 보물을 모아둔 집’이라는 부제처럼 전시작 면면이 눈부시다. 간송미술관 개관 후 처음으로 바깥나들이를 한 혜원 신윤복의 ‘미인도’(‘혜원전신첩’·국보 제135호)는 명불허전이다. 겸재 정선의 ‘풍악내산총람’, 단원 김홍도의 ‘황묘농접’, 추사 김정희의 ‘고사소요’ 등 이름만으로도 가슴 설레게 하는 거장들의 대표작도 눈길을 끈다. 20cm도 되지 않는 작은 조각상에 연꽃봉오리와 불꽃 등을 섬세하게 새겨 넣은 금동계미명삼존불입상(국보 제72호) 등 오랜 시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은 불상과 도자기도 두루 선을 보인다. 전시작 가운데 국보가 12점, 보물이 8점이다. 9월 28일까지, 문의 02-762-0442.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는 옛사람들이 꿈꿨던 낙원의 모습이 펼쳐져 있다. 먹과 붓으로 유교적 이상향을 표현한 한중일 화가들의 산수화를 한자리에 모은 전시 ‘산수화, 이상향을 꿈꾸다’ 덕분이다. 전시장 가장 안쪽에 있는 폭 8m 56cm의 대작 ‘강산무진도(江山無盡圖)’는 박진감 넘치는 구도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웅대한 자연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소박한 사람들, 농부, 뱃사람, 가마꾼 등의 어우러짐이 빼어나다. 이 작품을 그린 이는 조선후기 궁중화원을 지낸 이인문. 그의 동갑내기 친구로, 같은 시기 역시 궁중화원이었던 김홍도의 산수화도 시선을 붙든다. ‘자연 속에서의 삶은 삼공(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의 벼슬과도 바꿀 수 없다’는 메시지를 담은 그의 ‘삼공불환도(三公不換圖)’ 화폭 안에는 깊은 산속 기와집에 머무는 선비의 모습이 담겨 있다.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중국 상하이박물관, 일본 교토국립박물관 등에서 들여온 해외 거장들의 작품 42점도 멋스럽다. 9월 28일까지, 문의 02-2077-9000.
서울에서 서양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볼 기회도 있다. 르누아르, 샤갈, 피카소, 마티스 등 미술교과서에 등장하는 20세기 대표 화가들과 앤디 워홀, 키스 해링 같은 현대 팝아티스트의 작품이 어우러진 전시 ‘르누아르에서 데미안 허스트까지’다. 제목에 등장하는 데미안 허스트는 현대미술계에서 주목받는 ‘yBa(young British artists)’ 그룹을 대표하는 작가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부은 뒤 빠르게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완성한 해골 스핀 페인팅을 감상할 수 있다. 9월 17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문의 1899-51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