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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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언에 업무상 과실치사 기소 방침

검찰, 세월호 증축 과정 참여 “복원성 문제 있다” 보고받고 묵살 확인

  • 최우열 동아일보 기자 dnsp@donga.com

    입력2014-06-02 11: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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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병언에 업무상 과실치사 기소 방침

    5월 21일 오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관피아 척결’ 관련 전국 검사장회의가 열렸다. 김진태 검찰총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도주한 청해진해운 운영자 일가의 검거를 위해 인천지검 수사팀을 비롯해 전국 5대 지검에서 강력부장을 반장으로 하는 검거반이 가동 중이다. 세월호 사고 관련 책임자들이 법을 무시하고 공권력 집행에 도전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

    5월 27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주례 간부회의에서 김진태 검찰총장은 의미심장한 용어를 선택했다.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을 ‘청해진해운의 운영자’로 못 박았고 유 전 회장 일가를 ‘세월호 사고 관련 책임자들’이라고 규정했다. 검찰이 유 전 회장에게 회사 돈을 빼돌린 횡령과 배임, 조세포탈 혐의 외에도 300여 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직접적인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결론, 즉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하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한 것이다.

    세월호 사고 원인을 수사 중인 검경합동수사본부(수사총괄 안상돈 광주고등검찰청 차장)는 청해진해운 압수수색 등 수사 초기 과정에서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 회장’으로 표기된 문서 2건을 확보했다. 세월호 참사 발생 하루 전인 4월 15일 작성한 ‘청해진해운 인원 현황표’와 비상연락망이 그것. 현황표에는 유 전 회장이 ‘회장’으로 명시됐으며 유 전 회장의 사번 ‘A99001’도 표시돼 있다. 이 사번은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회사 설립일인 1999년 2월 24일 가장 먼저 입사해 1번을 부여했다는 의미다.

    또 유 전 회장 일가의 경영 비리를 수사하는 인천지방검찰청(인천지검) 특별수사팀(팀장 김회종 2차장)은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경영에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와 관련자 진술을 확보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정도 증거만으론 “회사 주식 한 주도 갖고 있지 않고 사진만 찍으러 다녔을 뿐 경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는 유 전 회장에게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법조계 의견이 엇갈렸다.

    세월호에 개인 전시실 만들라고 지시



    유병언에 업무상 과실치사 기소 방침

    세월호 침몰 사고 공동정범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김한식 청해진 해운 대표.

    그러나 검찰은 수사 마무리 단계에서 유 전 회장이 세월호의 복원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김한식(71) 청해진해운 대표로부터 직접 보고받고도 계속 운항을 지시한 사실을 밝혀냈다. 검찰의 공소사실 등에 따르면 김 대표는 인천-제주 항로를 운항하는 ‘오하마나호’가 1989년 건조돼 선령이 다 돼가는 점을 고려해 이를 대체하려고 유 전 회장의 승인을 받아 2012년 10월 일본 연안에서 운항되던 ‘나미노우에호’를 115억 원에 수입했다.

    이후 김 대표는 나미노우에호의 이름을 세월호로 바꾸고 여객실과 화물적재 공간을 늘린 뒤 유 전 회장의 개인전시실을 만들려고 2012년 10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세월호 수리 및 증축공사를 진행, 그해 3월 15일부터 운항을 시작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김 대표가 유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았다는 것.

    하지만 적자가 누적되자 청해진해운 간부들은 지난해 11월 기획관리팀에서 작성한 ‘제주항로 선박운영 구조조정안’을 기반으로 세월호 매각 방안을 포함한 인천-제주 항로 운영 방안에 대해 논의했으며, 그 결과 세월호의 복원성에 문제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해 매각을 결정했다. 김 대표는 간부 회의에서 도출한 결론을 올해 1월쯤 유 전 회장에게 “증축공사로 세월호의 복원성에 문제가 생겨 화물을 적게 실을 수밖에 없으며 화물을 많이 싣게 되면 과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면서 매각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도 함께 보고했다.

    그러나 유 전 회장은 김 대표의 보고를 받고도 복원성 문제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선령이 먼저 25년을 초과하는 오하마나호를 매각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세월호 복원성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묵인, 계속 운항하라고 지시한 것이 침몰 사고로 이어졌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이런 세월호와 관련한 구체적인 경영 보고와 지시가 반복됐을 뿐 아니라 유 전 회장이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최근까지 월급 1000만 원과 기타 상여금을 받아왔다는 내용이 적힌 근로소득 지급명세서도 검찰이 확보했다. 이런 증거들 때문에 김 총장의 발언에서도 드러나듯 검찰은 유 전 회장이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청해진해운의 실운영자’이며 그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유병언에 업무상 과실치사 기소 방침
    부당하게 빼돌린 2398억 원 추정

    유병언에 업무상 과실치사 기소 방침
    검찰은 5월 28일 유 전 회장 일가의 실명 재산에 대해 기소 전 추징보전 명령을 청구했다. 도주한 유 전 회장 일가를 붙잡아놓고 숨겨둔 재산을 찾아내 자백을 받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일단 드러난 재산이라도 ‘동결’해놓고자 한 조치다. 추징보전이란 피의자가 범죄로 얻은 재산을 형이 확정되기 전 빼돌려 추징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을 사전에 막으려고 양도나 매매 등 처분행위를 일절 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민사상 가압류와 같은 효력을 갖는다.

    검찰은 계열사로부터 부당하게 빼돌린 범죄 수익이 유 전 회장 1291억 원, 장녀 섬나(48) 씨 492억 원, 장남 대균(44) 씨 56억 원, 차남 혁기(42) 씨 559억 원 등 총 2398억 원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밝힌 1차 추징보전 대상은 유 전 회장과 섬나, 대균, 혁기 씨 등 4명의 실명 재산으로 은행 예금(22억 원), 서울 강남구 삼성동 건물과 서초구 염곡동 대지 등 부동산 159건(공시지가 기준 126억1000만 원), 대균 씨 명의의 벤틀리 아나지 승용차와 혁기 씨 명의의 플라잉스퍼 승용차 등 차량 5대(13억700만 원) 등 161억1700만 원 상당이다. 추징보전 대상에 포함된 다판다 등 계열사 주식 63만5080주와 대균, 혁기 씨가 각각 4.7%씩 보유한 보현산영농조합법인 지분의 시가도 추후 산정할 계획이다.

    일단 부패재산몰수특례법으로 재산 확보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가 빼돌린 금액을 횡령 배임에 의한 범죄 수익 및 책임 재산이라 판단하고 여기에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부패재산몰수특례법)을 적용했다. 피해를 입은 회사는 유 전 회장 일가에 대해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있는데, 각 회사에서 유 전 회장의 지위와 구실, 영향력 등을 감안할 때 회사가 이런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 현행 부패재산몰수특례법은 횡령·배임 범죄 피해자(유 전 회장 측 회사들)가 재산반환청구권이나 손해배상청구권 등을 행사할 수 없는 등 피해 회복이 곤란하다고 인정될 경우 몰수 및 추징을 허용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에 따른 보상금 및 구조비용은 최소 6000억 원가량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추징금은 국고로 귀속할 수 없고 범죄 피해자(계열사)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세월호 보상금에 충당할 수는 없지만, 정부가 나중에 청해진해운에 구상권을 청구할 경우에 대비해 일정 금액을 유 전 회장 일가의 책임재산으로 남겨둔다는 데 의미가 있다. 검찰은 유 전 회장 일가의 차명 재산도 계속 추적하고 있다.

    유병언과 함께 도피 33세 여인

    숲 속 별장에서 둘이 무슨 일을 했나


    유병언에 업무상 과실치사 기소 방침

    유섬나 씨가 체포 당시 머물렀던 월세 1000만 원의 프랑스 아파트(위).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은신했던 전남 순천의 별장 안 모습.

    재산확보전도 중요하지만 지금 검찰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을 검거하는 일이다. 프랑스에서 체포된 딸 섬나 씨는 상고심 재판이 끝나고 국내로 인도되기까지 짧으면 10개월, 길면 1년이 걸릴 예정이다.

    검찰은 전남 순천에서 유 전 회장과 도피생활을 함께 하면서 도피에 도움을 준 혐의로 신모(33∙여) 씨를 체포, 구속했는데 이로써 유 전 회장의 신병 확보가 가시권에 들어왔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신씨와 유 전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선“사생활인 점을 고려해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검찰 조사 결과 유 전 회장은 한 달 남짓 전인 4월 29일부터 이미 전남 순천시 서면 학구리 별장으로 도피할 준비를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검찰이 계열사 대표를 줄소환하며 수사 칼끝이 자신을 향해 오자 도망갈 준비를 한 것이다. 유 전 회장의 최측근인 금수원 이석환 상무(잠적)는 4월 29일 순천시에 사는 구원파 신도 변모(62) 씨 부부에게 전화를 걸어 “별장 ‘숲 속의 추억’을 비워달라”고 했고, 변씨 부부는 이 상무의 요구대로 별장을 깔끔히 청소한 뒤 자물쇠 비밀번호를 추모(60) 씨 에게 알려줬다(추씨는 유 전 회장의 호남 지역 측근으로 이미 범인도피 혐의로 구속됐다).

    순천 별장이 은신처로 정해지자 유 전 회장의 최측근인 양모(56∙지명수배) 씨와 설계업자 한모(49) 씨는 5월 6~8일 별장 인근에 머물며 유 전 회장의 은신이 용이하도록 별장 내부 수리에 나섰다. 목수인 양씨는 별장 창문을 가리려고 순천 시내 마트에서 커튼을 구매하는 등 각종 물품을 샀다.

    창문에는 부직포를 붙여 빛이 새나갈 틈을 모두 막았다. 또 변씨에게 차량 번호판을 수시로 교체할 수 있도록 충전형 드릴을 준비하게 했다. 유 전 회장이 가짜 번호판을 달고 검경 추적을 피할 수 있도록 치밀하게 대비한 것이다.

    한씨는 5월 17일쯤 경기 안성시 금수원에서 미네랄 생수 3~4박스와 말린 과일등유 전 회장이 먹을 음식물을 차량에 실어 별장에 가져왔다. 이들은 추적을 피해 차명 휴대전화로 서로 연락했다. 5월25일 별장에서 체포된 신씨는 유 전 회장과 이 과정을 함께한 거의 유일한 사람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신씨 가방에서 여러 대의 차명 휴대전화와 도청감지 장치, 현금 800만 원을 발견했는데, 이 차명 휴대전화로 핵심 측근들과 수시로 연락하며 검경 추적을 따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가 은신처인 별장에서 유 전 회장의 식사를 챙겨주고 도청감지 장치를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정황도 드러났다.

    미스터리는 마흔 살 이상 차이가 나는 두 남녀의 관계다. 별장에서 유 전 회장과 신씨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증명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하고 검찰과 경찰 관계자도 깜짝 놀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두 사람의 관계를 확인하려고 이 증거물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맡기는 한편, 신씨의 유전자 검사, 소변 검사, 모발 검사도 했다. 또한 신씨 일기장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판단하는 데 참고할 만한 내용을 확인했다. 그러나 신씨는 유 전 회장의 소재나 그와의 관계에 대해선 일절 진술하지 않았다.


    [반론보도문]

    2014년 06월 02일자(주간동아 939호) ‘구원파에 농락…검찰 ‘허탕 수색’ 참담‘ 기사와 2014년 06월 09일자(주간동아 940호) ‘유병언에 업무상 과실치사 기소 방침‘ 제하 기사 중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이라거나 실질적 운영자”란 표현과 관련해 유 전 회장측은 “유 전 회장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주식은 물론, 청해진해운의 대주주인 회사들의 주식을 전혀 소유하지 않았으므로 실소유주가 아닐 뿐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배하거나 운영하지 않았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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