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빛이 감도는 하얀 꽃잎 위에 나비가 사뿐 올라앉아 있다. 투명해 보일 만큼 얇은 날개를 펼쳐 금세라도 훨훨 날아오를 것 같다.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궁중채화’전 풍경이다.
채화(彩花)는 비단과 천연재료를 사용해 만든 꽃을 가리키는 말. 조선시대 왕실 연회 등에서 널리 쓰였다. 당시 사료에는 궁궐에서 잔치 때마다 비단, 종이, 가죽, 밀랍 등으로 만든 각종 가화(假花·조화)를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많다. 그중에서도 최고급 비단으로 만든 채화는 왕실의 품격과 위엄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왕실은 궁내에 전문 공예인인 ‘화장’을 두고 이들이 만든 꽃으로 연회장 곳곳을 꾸몄다. 붉은색과 흰색 오얏꽃을 대형 백자 항아리에 꽂은 화준(花樽)을 어좌 양쪽에 세우고, 궁궐 기둥과 연회에 쓰는 촛대, 심지어 요리 위까지 꽃으로 장식했다. 참석자들도 모두 머리에 꽃을 꽂았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수로문화재단과 함께 기획한 ‘아름다운 궁중채화’전은 이 호화로운 잔치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1829년 순조 즉위 30년을 기념해 창경궁에서 열린 ‘기축년 진찬’ 현장을 재현했다. 꽃가지 사이로 날아든 벌과 나비, 새까지 형상화한 화준과 왕가의 잔칫상을 화려하게 수놓은 연꽃 상화(床花)를 감상할 수 있다. 궁중 무용가들이 공연한 지당판(池塘板ㆍ연못을 상징하는 평상 모양의 가구) 위 연꽃과 모란 장식도 눈길을 끈다. 사료에 따르면 ‘기축년 진찬’ 당시 자경전에서 열린 내진찬(대비, 왕비가 주체가 된 잔치)에만 가화 6557송이가 쓰였는데, 제작비가 요즘 돈으로 약 1억4000만 원에 달했다.
이 화려함을 생생히 되살린 이는 궁중채화(중요무형문화재 제124호) 기능보유자 황수로 씨다. 그는 질 좋은 비단을 골라 천연재료로 염색하고 마름질한 뒤 일일이 홍두깨로 두드리고 인두로 다려 꽃잎 모양을 만드는 등 제작 전 과정에서 전통 기법을 따랐다. 꽃을 완성한 뒤엔 노루털 끝에 꽃가루를 묻혀 만든 꽃술을 붙이고, 밀랍을 발라 형태를 고정했다. 황씨는 “우리 왕실은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살아 있는 꽃을 꺾지 않았다. 장식용 꽃은 모두 직접 만들어 썼고,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한 송이 한 송이에 각별한 정성을 기울였다”고 했다. 그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대가 끊긴 ‘화장’의 전통을 잇고자 수십 년간 옛 문헌을 뒤지며 채화 작업에 몰두해왔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4대째 비단꽃을 만들고 있는 프랑스 장인 가문 브뤼노가의 꽃 장식도 감상할 수 있다. 5월 25일까지, 문의 02-3701-7500.
채화(彩花)는 비단과 천연재료를 사용해 만든 꽃을 가리키는 말. 조선시대 왕실 연회 등에서 널리 쓰였다. 당시 사료에는 궁궐에서 잔치 때마다 비단, 종이, 가죽, 밀랍 등으로 만든 각종 가화(假花·조화)를 사용했음을 보여주는 기록이 많다. 그중에서도 최고급 비단으로 만든 채화는 왕실의 품격과 위엄을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왕실은 궁내에 전문 공예인인 ‘화장’을 두고 이들이 만든 꽃으로 연회장 곳곳을 꾸몄다. 붉은색과 흰색 오얏꽃을 대형 백자 항아리에 꽂은 화준(花樽)을 어좌 양쪽에 세우고, 궁궐 기둥과 연회에 쓰는 촛대, 심지어 요리 위까지 꽃으로 장식했다. 참석자들도 모두 머리에 꽃을 꽂았다.
국립고궁박물관이 수로문화재단과 함께 기획한 ‘아름다운 궁중채화’전은 이 호화로운 잔치 풍경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1829년 순조 즉위 30년을 기념해 창경궁에서 열린 ‘기축년 진찬’ 현장을 재현했다. 꽃가지 사이로 날아든 벌과 나비, 새까지 형상화한 화준과 왕가의 잔칫상을 화려하게 수놓은 연꽃 상화(床花)를 감상할 수 있다. 궁중 무용가들이 공연한 지당판(池塘板ㆍ연못을 상징하는 평상 모양의 가구) 위 연꽃과 모란 장식도 눈길을 끈다. 사료에 따르면 ‘기축년 진찬’ 당시 자경전에서 열린 내진찬(대비, 왕비가 주체가 된 잔치)에만 가화 6557송이가 쓰였는데, 제작비가 요즘 돈으로 약 1억4000만 원에 달했다.
이 화려함을 생생히 되살린 이는 궁중채화(중요무형문화재 제124호) 기능보유자 황수로 씨다. 그는 질 좋은 비단을 골라 천연재료로 염색하고 마름질한 뒤 일일이 홍두깨로 두드리고 인두로 다려 꽃잎 모양을 만드는 등 제작 전 과정에서 전통 기법을 따랐다. 꽃을 완성한 뒤엔 노루털 끝에 꽃가루를 묻혀 만든 꽃술을 붙이고, 밀랍을 발라 형태를 고정했다. 황씨는 “우리 왕실은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에서 살아 있는 꽃을 꺾지 않았다. 장식용 꽃은 모두 직접 만들어 썼고,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으로 한 송이 한 송이에 각별한 정성을 기울였다”고 했다. 그는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대가 끊긴 ‘화장’의 전통을 잇고자 수십 년간 옛 문헌을 뒤지며 채화 작업에 몰두해왔다.
전시장 한쪽에서는 4대째 비단꽃을 만들고 있는 프랑스 장인 가문 브뤼노가의 꽃 장식도 감상할 수 있다. 5월 25일까지, 문의 02-3701-7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