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한국 팬 여러분. 저는 ‘어벤져스 :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에서 호크아이 역을 맡은 제러미 레너입니다. 저희가 서울에서 촬영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조만간 멋진 작품으로 만나길 기대하겠습니다.”
4월 1일 ‘어벤져스2’ 제작사 측은 조스 웨던 감독과 호크아이 역을 맡은 제러미 레너의 영상 메시지를 통해 서울 시내 일부 구간의 교통 통제에 협조해준 한국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어벤져스2’ 촬영을 위한 교통 통제는 3월 30일 마포대교를 시작으로 4월 9일까지 세빛둥둥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월드컵북로, 청담대교, 강남대로 일부, 문래동 철강거리, 그리고 계원예술대 인근 도로 등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3월 30일 마포대교에서는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 분)와 헐크(마크 러펄로 분)의 대역이 등장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틀 뒤인 4월 1일에는 상암 DMC 월드컵북로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월드컵북로 촬영은 30일 진행한 마포대교 촬영 때와는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마포대교 촬영 때는 다리 위에서 촬영을 진행한 탓에 멀리 떨어진 고층 건물에 올라가야 촬영 현장을 겨우 볼 수 있었지만, 월드컵북로 인근에는 고층 빌딩이 늘어서 있어 촬영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만 건물 밀집 지역이라 교통 통제로 시민 불편이 훨씬 컸고, 이를 항의하는 이들도 있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스포일러 영상
제작사 측은 스포일러를 방지하려고 통제 인력에게조차 어떤 장면을 촬영하는지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촬영 현장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한때 3월 30일 마포대교 촬영 현장을 몰래 카메라에 담은 스포일러 영상이 인터넷에 떠돌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3분 30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캡틴 아메리카의 대역 모습이 담겨 있다.
국내 촬영에 앞서 투자 배급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보도자료를 통해 저작권이나 초상권을 위배하는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은 전혀 불가하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영화사의 저작권 보호는 엄격하다. 그래서 이번 촬영을 앞두고 “‘어벤져스2’의 스포일러가 되면 3대가 불행해진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았을 정도다.
시민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국가 홍보와 그에 따른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감안하면 약간의 불편은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쪽과 해외 작품의 국내 촬영에 지나치게 관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방식을 ‘굴욕적’이라고 보는 쪽이 맞서면서 설전이 계속되고 있다.
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태국 영화 ‘헬로 스트레인저’ 덕에 방한 태국 관광객이 35% 이상 늘어났듯이 이번 영화를 통해 국내 관광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영화산업에서도 국내 스태프 일자리 창출, 선진 영화 제작 노하우 습득, 향후 국내 촬영 활성화 계기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는 다소 부정적이다. 곽영진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이사는 “영화가 관광객 유치에 일조할 수도 있지만 다른 모든 요소를 배제한 채 단순 수치화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곽 이사는 ‘어벤져스2’ 촬영으로 2조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영화진흥위원회 측 주장에 대해서도 다소 회의적이다. 국가 이미지 제고와 브랜드 홍보 효과를 금액으로 단순 수치화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영화 촬영으로 초유의 대규모 교통 통제가 이뤄지자 한국 정부가 해외 대작 촬영에만 관대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 당시 10시간 교통 통제를 한 사례가 있으며, 최근 영화 ‘감시자’ 촬영을 위해서도 강남 일대 교통을 통제한 바 있어 이 논리는 궁색하다.
해외에서는 도심을 통제하고 영화를 촬영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트랜스포머 3’의 경우 2010년 7월 10일부터 45일간이나 미국 시카고 시내 곳곳을 통제해가며 촬영에 임했다. 일본 도쿄 중심부 시부야를 배경으로 촬영한 ‘레지던트 이블 5’ 역시 교통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는 촬영이 불가능했다. ‘007 스카이폴’은 터키 당국 협조로 이스탄불의 한 재래시장을 며칠씩 통제해가며 촬영했다.
해외선 45일간 시내 통제하기도
심지어 ‘반지의 제왕’ 후속편인 ‘호빗’의 촬영을 앞두고는 촬영지가 뉴질랜드가 아닌 다른 지역으로 옮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뉴질랜드 시민이 발 벗고 나서 뉴질랜드에서 촬영을 진행할 것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였을 정도다. 결국 뉴질랜드 정부는 ‘호빗’ 촬영을 유치하는 조건으로 세금을 감면하고 마케팅비를 정부가 부담하는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이미 ‘반지의 제왕’ ‘아바타’ 등 전 세계 흥행 대작의 잇따른 성공으로 관광 수입이 연 15% 증대하는 효과를 누린 터라 뉴질랜드 정부로선 시민의 요구에 적극 부응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세간에서 논란이 된 국내 촬영 제작비 30% 환급 방침은 과연 적절한가. 일명 ‘로케이션 인센티브 제도’라고 부르는 제작비 환급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 나라에서 시행하는 보편적 제도다.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잘 알려진 뉴질랜드의 경우는 최대 40%, 대만은 30%, 캐나다는 16%를 환급해주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환급금이 50%에 달한다.
이처럼 영화 촬영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기대가 큰 이유는 무엇보다 ‘어벤져스2’의 흥행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작 ‘어벤져스’가 세계 흥행 3위를 기록해 전 세계인에게 잘 알려진 만큼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은 게 사실이다.
곽영진 이사는 “우리나라는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 5위 안에 들 정도로 영화시장 규모가 크다”면서 “영화 ‘겨울왕국’만 보더라도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 2위 흥행을 기록할 정도로 영화산업의 노른자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에 비해 대작을 촬영한 사례가 적었던 점이 지금 같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을 내놓았다. 결국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은 처음부터 우리나라 영화팬을 노린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이다.
물론 ‘어벤져스2’의 경우 ‘반지의 제왕’이나 ‘아바타’처럼 그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을 매력적으로 녹여낸 영화가 아니라 배우들 액션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영화를 본 해외 관객이 ‘서울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지는 미지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서울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첨단 도시로 그려낼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지만 뉴욕, 홍콩, 도쿄, 두바이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첨단 도시는 서울 말고도 세계 곳곳에 많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과대 포장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상황이 아니다. 다만 영화시장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왔던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흥행 대작의 촬영지로 등장함으로써 세계 영화시장에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게 더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지적이 많다.
4월 1일 ‘어벤져스2’ 제작사 측은 조스 웨던 감독과 호크아이 역을 맡은 제러미 레너의 영상 메시지를 통해 서울 시내 일부 구간의 교통 통제에 협조해준 한국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어벤져스2’ 촬영을 위한 교통 통제는 3월 30일 마포대교를 시작으로 4월 9일까지 세빛둥둥섬,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월드컵북로, 청담대교, 강남대로 일부, 문래동 철강거리, 그리고 계원예술대 인근 도로 등에서 광범위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3월 30일 마포대교에서는 캡틴 아메리카(크리스 에번스 분)와 헐크(마크 러펄로 분)의 대역이 등장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이틀 뒤인 4월 1일에는 상암 DMC 월드컵북로에서 촬영이 이뤄졌다. 월드컵북로 촬영은 30일 진행한 마포대교 촬영 때와는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마포대교 촬영 때는 다리 위에서 촬영을 진행한 탓에 멀리 떨어진 고층 건물에 올라가야 촬영 현장을 겨우 볼 수 있었지만, 월드컵북로 인근에는 고층 빌딩이 늘어서 있어 촬영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다만 건물 밀집 지역이라 교통 통제로 시민 불편이 훨씬 컸고, 이를 항의하는 이들도 있었다.
3월 30일 영화 ‘어벤져스2’제작진이 교통을 통제하고 서울 마포대교에서 촬영하고 있다.
제작사 측은 스포일러를 방지하려고 통제 인력에게조차 어떤 장면을 촬영하는지 알려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촬영 현장에 대한 호기심이 커지면서 한때 3월 30일 마포대교 촬영 현장을 몰래 카메라에 담은 스포일러 영상이 인터넷에 떠돌아 논란이 일기도 했다. 3분 30초 분량의 이 영상에는 캡틴 아메리카의 대역 모습이 담겨 있다.
국내 촬영에 앞서 투자 배급사인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보도자료를 통해 저작권이나 초상권을 위배하는 사진 및 동영상 촬영은 전혀 불가하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영화사의 저작권 보호는 엄격하다. 그래서 이번 촬영을 앞두고 “‘어벤져스2’의 스포일러가 되면 3대가 불행해진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돌았을 정도다.
시민 반응은 크게 엇갈린다. 국가 홍보와 그에 따른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감안하면 약간의 불편은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쪽과 해외 작품의 국내 촬영에 지나치게 관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 방식을 ‘굴욕적’이라고 보는 쪽이 맞서면서 설전이 계속되고 있다.
조현재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은 “태국 영화 ‘헬로 스트레인저’ 덕에 방한 태국 관광객이 35% 이상 늘어났듯이 이번 영화를 통해 국내 관광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며, 영화산업에서도 국내 스태프 일자리 창출, 선진 영화 제작 노하우 습득, 향후 국내 촬영 활성화 계기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는 다소 부정적이다. 곽영진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이사는 “영화가 관광객 유치에 일조할 수도 있지만 다른 모든 요소를 배제한 채 단순 수치화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곽 이사는 ‘어벤져스2’ 촬영으로 2조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거둘 것이라는 영화진흥위원회 측 주장에 대해서도 다소 회의적이다. 국가 이미지 제고와 브랜드 홍보 효과를 금액으로 단순 수치화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영화 촬영으로 초유의 대규모 교통 통제가 이뤄지자 한국 정부가 해외 대작 촬영에만 관대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드라마 ‘아이리스’ 촬영 당시 10시간 교통 통제를 한 사례가 있으며, 최근 영화 ‘감시자’ 촬영을 위해서도 강남 일대 교통을 통제한 바 있어 이 논리는 궁색하다.
해외에서는 도심을 통제하고 영화를 촬영하는 사례를 흔히 볼 수 있다. ‘트랜스포머 3’의 경우 2010년 7월 10일부터 45일간이나 미국 시카고 시내 곳곳을 통제해가며 촬영에 임했다. 일본 도쿄 중심부 시부야를 배경으로 촬영한 ‘레지던트 이블 5’ 역시 교통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는 촬영이 불가능했다. ‘007 스카이폴’은 터키 당국 협조로 이스탄불의 한 재래시장을 며칠씩 통제해가며 촬영했다.
해외선 45일간 시내 통제하기도
영화 ‘어벤져스’의 한 장면.
세간에서 논란이 된 국내 촬영 제작비 30% 환급 방침은 과연 적절한가. 일명 ‘로케이션 인센티브 제도’라고 부르는 제작비 환급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대부분 나라에서 시행하는 보편적 제도다. 영화 ‘반지의 제왕’ 촬영지로 잘 알려진 뉴질랜드의 경우는 최대 40%, 대만은 30%, 캐나다는 16%를 환급해주도록 제도화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환급금이 50%에 달한다.
이처럼 영화 촬영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과 기대가 큰 이유는 무엇보다 ‘어벤져스2’의 흥행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전작 ‘어벤져스’가 세계 흥행 3위를 기록해 전 세계인에게 잘 알려진 만큼 후속편에 대한 기대감 역시 높은 게 사실이다.
곽영진 이사는 “우리나라는 미국을 제외하고 세계 5위 안에 들 정도로 영화시장 규모가 크다”면서 “영화 ‘겨울왕국’만 보더라도 미국을 제외하면 세계 2위 흥행을 기록할 정도로 영화산업의 노른자위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다른 나라에 비해 대작을 촬영한 사례가 적었던 점이 지금 같은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 아닌가 하는 분석을 내놓았다. 결국 ‘어벤져스2’의 한국 촬영은 처음부터 우리나라 영화팬을 노린 마케팅 전략이라는 것이다.
물론 ‘어벤져스2’의 경우 ‘반지의 제왕’이나 ‘아바타’처럼 그 지역의 아름다운 풍광을 매력적으로 녹여낸 영화가 아니라 배우들 액션에 초점을 맞추는 만큼 영화를 본 해외 관객이 ‘서울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할지는 미지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영화진흥위원회는 서울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첨단 도시로 그려낼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지만 뉴욕, 홍콩, 도쿄, 두바이 등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첨단 도시는 서울 말고도 세계 곳곳에 많다.
따라서 지금으로선 과대 포장된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상황이 아니다. 다만 영화시장 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돼왔던 우리나라가 세계적인 흥행 대작의 촬영지로 등장함으로써 세계 영화시장에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는 게 더 현실적인 접근이라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