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공공부문은 비정상적 관행과 낮은 생산성이 고착화됐습니다. 이 오랜 관행과 비리가 국가 경제와 국민 경제 발전을 더는 발목 잡아서는 안 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 25일 취임 1주년 대국민 담화문에서 공공부문 개혁을 첫 번째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비정상적 관행의 핵심인 공기업 방만 경영과 부채 비율, 각종 비리를 척결하고 구조적 부패와 불공정 행위의 근본적 꼬리를 끊겠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혁신을 통해 국민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면 임기 내 다른 목표 달성도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올 한전 목표는 ‘집사광익’
이처럼 공공부문 개혁이 정부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공공기관 부채가 한국 경제 숨통을 옥죄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의 공공기관 경영공시에 따르면 2012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전력공사(한전), 예금보험공사 등 12개 공기업 부채는 전체 295개 공공기관 부채의 83.6%를 차지하는 412조 원으로, 올해 정부 예산 355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그럼에도 이들 공기업의 복지비가 최근 5년간 3000억 원을 넘어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한전은 부채가 95조 원에 달해 공기업 개혁 여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그러나 부채와 방만 경영에서 벗어나 개혁적 미래를 향해 가는 길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전략적 고려 없이는 개혁이 자칫 기업 비전을 축소하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2월 24일 본사에서 만난 조환익 한전 사장은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2년째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을 반납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경영 흑자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 공기업 개혁이 지상과제로 떠올랐다. 한전도 과다한 직원 복리후생비 등을 지적받았다.
“한전이 당면한 과제는 방만 경영만이 아니다. 공기업 대표성을 띠는 한전이 언제나 공기업 혁신에 앞장서왔다고 자부하는 만큼 올해 한전 목표는 ‘집사광익’, 즉 지혜를 모아 크고 넓은 이익을 얻는 데 있다. 부채 비율을 줄이고 고용을 창출하는 등 혁신 과정을 거듭해야 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나도 2년째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을 반납하면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려 애썼고 임직원들도 동참했다. 빠른 시일 안에 부채를 감축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이미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 부채 감축을 위한 구체적 계획은 무엇인가.
“이미 한전은 경영합리화를 통해 매년 5000억 원 정도를 절감해왔는데 전남 나주로 본사 사옥을 이전하면 서울 삼성동 사옥 토지 매각으로 부채를 추가적으로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타 매각자산과 지분, 주식을 매각하는 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해엔 LG유플러스 지분을 매각해 1조 원을 절감했다. 또한 비전 없는 해외 사업을 최대한 자제해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익 창출이 가능한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흑자를 통해 부채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떻게든 벌어서 갚는 것 아니겠나.”
▼ 불필요한 해외 사업과 필요한 해외 사업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가령 과거 한전에서 진행했던 자원개발 사업이나 해외 부동산 투자 같은 것이 대표적인 불필요한 해외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장기적으론 자원개발 사업이 필요하지만, 현 시점에선 단기적으로 수익 구조를 빨리 창출하는 사업 위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전은 1995년 이후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해외 사업을 추진한 결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다졌는데, 일반적으로 20~30년간 전력판매를 보장받는 PPA 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전력판매계약)이 수반되는 해외 발전사업 특성상 앞으로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11월 나주 이전 순조롭게 진행
▼ 해외 사업 현황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2013년 해외 사업 매출액은 3조 원에 달하며, 2014년 2월 현재 전 세계 22개국에서 총 39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동남아시아를 넘어 중동과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필리핀 일리한 사업의 경우 필리핀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자 한전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을 처음 도입한 사업으로, 총사업비의 약 75%를 차지하던 차입금이 4월 전액 상환될 예정이어서 한전의 해외 사업 수익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3월 2일에는 멕시코 화력발전소 준공식이 예정돼 있는데 이때 정부 인사를 비롯한 전력 부문 인사들을 만나 새로운 수주 기회를 엿볼 생각이다.”
▼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 진행 사항은 어떤가.
“당초 계획된 일정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규모도 규모지만, 각국 노동자가 한데 모여 일하다 보니 언어문제를 비롯해 건설 방식 차이로 구미 전문가들과 트러블이 생기는 등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이 조율돼 UAE 측도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다.”
▼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사고사가 발생했고, 일부 주민의 반대도 여전한 것 같다.
“이번 노동자 사고사는 작업자의 부주의와 추락방지용 그물망 설치 상태 미흡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였다. 사고 직후 해당 공구의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점검과 교육을 시행하는 등 재발 방지 조치를 취했다. 현재 밀양시 4개 면 전체 30개 마을 가운데 25개 마을이 송전탑 건설에 합의한 상태며, 개별 보상과 관련해서도 전체 2206가구의 82%인 1811가구가 개별지원 약정서를 제출했다. 취임 이후 30번도 넘게 밀양에 내려가 주민들과 만났다. 과거에는 용역을 쓰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우리 직원이 10~15명씩 상주하며 주민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 취임 후 사내 문화는 좀 바뀌었나.
“취임 당시 목표가 S.O.S, 즉 ‘Soft, Open, Speedy’ 이렇게 세 가지였다. 취임사에서도 한전을 개혁하러 온 게 아니라 사랑하러 왔다고 말할 정도로 사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꾸려고 노력했다. 또한 한전의 내적 갈등을 불식하고 대외적인 소통을 강화하려고 오픈마인드를 강조하면서 투명 경영에도 힘썼다. 그 덕에 노사관계도 굉장히 좋아져 노동조합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고 있다.”
▼ 본사 이전 문제는 순조롭게 진행되나.
“11월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물 공사는 80% 이상 진행된 상태다. 나주로의 이전은 정부 시책 이행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전뿐 아니라 한전KPS, 한전KDN, 전력거래소 등 관련 업체와 협력업체까지 대거 나주로 이전하기 때문에 나주는 앞으로 대한민국 에너지밸리, 에너지 산업의 허브로 육성될 것이다.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지 않겠나. 지방화시대를 여는 포석이 될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월 25일 취임 1주년 대국민 담화문에서 공공부문 개혁을 첫 번째 과제로 내세웠다. 그는 비정상적 관행의 핵심인 공기업 방만 경영과 부채 비율, 각종 비리를 척결하고 구조적 부패와 불공정 행위의 근본적 꼬리를 끊겠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 혁신을 통해 국민 지지를 끌어내지 못하면 임기 내 다른 목표 달성도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었다.
올 한전 목표는 ‘집사광익’
이처럼 공공부문 개혁이 정부의 핵심 과제로 떠오른 것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공공기관 부채가 한국 경제 숨통을 옥죄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의 공공기관 경영공시에 따르면 2012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국전력공사(한전), 예금보험공사 등 12개 공기업 부채는 전체 295개 공공기관 부채의 83.6%를 차지하는 412조 원으로, 올해 정부 예산 355조 원을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그럼에도 이들 공기업의 복지비가 최근 5년간 3000억 원을 넘어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거센 비판 여론에 시달려야 했다.
한전은 부채가 95조 원에 달해 공기업 개혁 여론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처지다. 그러나 부채와 방만 경영에서 벗어나 개혁적 미래를 향해 가는 길이 결코 쉽지만은 않다. 전략적 고려 없이는 개혁이 자칫 기업 비전을 축소하는 일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2월 24일 본사에서 만난 조환익 한전 사장은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2년째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을 반납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이는 한편, 경영 흑자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실질적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 공기업 개혁이 지상과제로 떠올랐다. 한전도 과다한 직원 복리후생비 등을 지적받았다.
“한전이 당면한 과제는 방만 경영만이 아니다. 공기업 대표성을 띠는 한전이 언제나 공기업 혁신에 앞장서왔다고 자부하는 만큼 올해 한전 목표는 ‘집사광익’, 즉 지혜를 모아 크고 넓은 이익을 얻는 데 있다. 부채 비율을 줄이고 고용을 창출하는 등 혁신 과정을 거듭해야 하는 때이기 때문이다. 나도 2년째 임금 인상분과 성과급을 반납하면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려 애썼고 임직원들도 동참했다. 빠른 시일 안에 부채를 감축하는 구체적인 계획을 이미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상태다.”
▼ 부채 감축을 위한 구체적 계획은 무엇인가.
“이미 한전은 경영합리화를 통해 매년 5000억 원 정도를 절감해왔는데 전남 나주로 본사 사옥을 이전하면 서울 삼성동 사옥 토지 매각으로 부채를 추가적으로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타 매각자산과 지분, 주식을 매각하는 일도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해엔 LG유플러스 지분을 매각해 1조 원을 절감했다. 또한 비전 없는 해외 사업을 최대한 자제해 리스크를 줄이면서 수익 창출이 가능한 해외 사업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흑자를 통해 부채를 해결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가장 좋은 방법은 어떻게든 벌어서 갚는 것 아니겠나.”
▼ 불필요한 해외 사업과 필요한 해외 사업을 구분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가령 과거 한전에서 진행했던 자원개발 사업이나 해외 부동산 투자 같은 것이 대표적인 불필요한 해외 사업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장기적으론 자원개발 사업이 필요하지만, 현 시점에선 단기적으로 수익 구조를 빨리 창출하는 사업 위주로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전은 1995년 이후 지난 20여 년간 지속적으로 해외 사업을 추진한 결과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다졌는데, 일반적으로 20~30년간 전력판매를 보장받는 PPA 계약(Power Purchase Agreement·전력판매계약)이 수반되는 해외 발전사업 특성상 앞으로도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11월 나주 이전 순조롭게 진행
▼ 해외 사업 현황을 구체적으로 알려달라.
“2013년 해외 사업 매출액은 3조 원에 달하며, 2014년 2월 현재 전 세계 22개국에서 총 39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동남아시아를 넘어 중동과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필리핀 일리한 사업의 경우 필리핀 정부가 국책사업으로 추진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이자 한전의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을 처음 도입한 사업으로, 총사업비의 약 75%를 차지하던 차입금이 4월 전액 상환될 예정이어서 한전의 해외 사업 수익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3월 2일에는 멕시코 화력발전소 준공식이 예정돼 있는데 이때 정부 인사를 비롯한 전력 부문 인사들을 만나 새로운 수주 기회를 엿볼 생각이다.”
▼ 아랍에미리트(UAE) 원자력발전소(원전) 건설 진행 사항은 어떤가.
“당초 계획된 일정에 따라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규모도 규모지만, 각국 노동자가 한데 모여 일하다 보니 언어문제를 비롯해 건설 방식 차이로 구미 전문가들과 트러블이 생기는 등 크고 작은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모든 것이 조율돼 UAE 측도 상당히 만족해하고 있다.”
▼ 밀양 송전탑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 사고사가 발생했고, 일부 주민의 반대도 여전한 것 같다.
“이번 노동자 사고사는 작업자의 부주의와 추락방지용 그물망 설치 상태 미흡 등 복합적인 원인으로 발생한 안타까운 사고였다. 사고 직후 해당 공구의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점검과 교육을 시행하는 등 재발 방지 조치를 취했다. 현재 밀양시 4개 면 전체 30개 마을 가운데 25개 마을이 송전탑 건설에 합의한 상태며, 개별 보상과 관련해서도 전체 2206가구의 82%인 1811가구가 개별지원 약정서를 제출했다. 취임 이후 30번도 넘게 밀양에 내려가 주민들과 만났다. 과거에는 용역을 쓰기도 했다는데, 지금은 우리 직원이 10~15명씩 상주하며 주민들과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
▼ 취임 후 사내 문화는 좀 바뀌었나.
“취임 당시 목표가 S.O.S, 즉 ‘Soft, Open, Speedy’ 이렇게 세 가지였다. 취임사에서도 한전을 개혁하러 온 게 아니라 사랑하러 왔다고 말할 정도로 사내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꾸려고 노력했다. 또한 한전의 내적 갈등을 불식하고 대외적인 소통을 강화하려고 오픈마인드를 강조하면서 투명 경영에도 힘썼다. 그 덕에 노사관계도 굉장히 좋아져 노동조합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고 있다.”
▼ 본사 이전 문제는 순조롭게 진행되나.
“11월 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건물 공사는 80% 이상 진행된 상태다. 나주로의 이전은 정부 시책 이행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전뿐 아니라 한전KPS, 한전KDN, 전력거래소 등 관련 업체와 협력업체까지 대거 나주로 이전하기 때문에 나주는 앞으로 대한민국 에너지밸리, 에너지 산업의 허브로 육성될 것이다.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하지 않겠나. 지방화시대를 여는 포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