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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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령 얼룩 MB식 경제교육 산실

경제교육협회 특혜 논란 속 수십억 혈세 빼돌린 의혹…MB정권 실세들 개입 여부 촉각

  • 최영철 기자 ftdog@donga.com

    입력2014-02-17 1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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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령 얼룩 MB식 경제교육 산실
    “정부에서 돈을 대 만든 경제교육용 신문이라 학생들에게 주긴 하는데, 정부의 경제정책과 기업을 홍보하는 내용 일색이라 정작 학생에게 정보가 될 내용은 별로 없어요.”

    요즘 중고교 경제 과목 담당 일선 교사들은 (사)한국경제교육협회(회장 박병원·협회)가 제작해 매주 전국 초중고교에 3만5000부씩 배포하는 경제신문 ‘아하경제’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역사 교과서 편향성 논란 이후 교육계에선 그 내용이 보수든 진보든 한쪽으로 기울어 보이는 교과서나 교재는 무조건 피하고 보자는 풍조가 팽배해졌기 때문이다. ‘아하경제’는 협회가 기획재정부(기재부)로부터 정부보조금을 받아 제작한 뒤 각 학교에 무료로 배포하는 청소년 경제교육용 신문으로, 2009년 12월 창간됐다.

    2008년 12월 기재부로부터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 허가를 받은 협회는 교사, 공무원, 민간인 등에게 건전한 경제교육을 한다는 명목으로 지난 5년 동안 ‘아하경제’ 제작비를 포함해 정부보조금 271억 원을 지원받았다. 설립 당시 협회 자본금은 0원으로, 발기인과 이사들이 출연한 돈이 전혀 없는데도 법인 설립 신청 1개월 만에 허가가 난 까닭에 “국민 혈세로 MB정권의 홍보비를 지불한다”는 특혜 지원 논란이 일기도 했다. 또한 야권과 진보 시민단체들은 협회와 ‘아하경제’를 “MB노믹스와 재벌, 기업에 편향된 교육 및 내용을 홍보한다”고 비판해왔다.

    협회에 대한 정부보조금 특혜 지원 시비의 불씨가 되살아난 건 2월 초. 감사원이 1월 중순 경찰에 협회 간부 A씨의 횡령혐의에 대한 수사를 정식으로 의뢰한 사실이 일부 언론에 공개되면서다. 당시 언론에 공개된 A씨의 혐의 내용은 횡령금액이 수십억 원에 달한다는 것과 그 방법이 ‘교육비 부풀려 되받기’ ‘용역대금 부풀려 지급 후 되받기’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자세한 횡령 방법과 연루자에 대한 구체적 정황은 보도되지 않았다.

    하지만 ‘주간동아’가 경찰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드러난 A씨의 횡령혐의는 대부분 ‘아하경제’ 제작과 배포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이 감사원에서 수사의뢰한 혐의 내용을 요약한 이 자료에 따르면, 간부 A씨는 2010년부터 2013년까지 B업체에 ‘아하경제’ 제작을 대행하게 하고 제작비 명목으로 연간 15억 원씩 4년간 총 60여억 원을 지급한 후 친인척과 지인 이름으로 만든 차명계좌를 통해 제작비 일부를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총 20여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B업체는 이 과정에서 A씨의 친인척, 지인을 실제 직원이 아닌데도 근무한 것처럼 속여 그 명의로 인건비를 타냈고, 그들의 월급 중 일부가 A씨에게 전달됐다는 게 감사원 측 조사 내용이다. 감사 내용이 사실이라면 A씨는 ‘아하경제’ 제작비의 30%가 훨씬 넘는 금액을 리베이트로 받은 셈이 된다.

    감사원 조사 결과, B업체 대주주인 C씨는 A씨와 부부관계인 것으로 밝혀졌으며 B사의 또 다른 대주주 D씨는 C씨와 모 일간지 출신 선후배 사이로 지금은 친구로 지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A씨는 D씨와 부부관계인 E씨가 경영하는 F사를 비롯해, 지인이 경영하는 관련 업체에 보조사업을 몰아주고 C씨 계좌로 납품 대금 일부를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3억여 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고 있다.

    ‘주간동아’는 감사원의 횡령 조사와 관련해 A씨의 해명을 듣기 위해 협회를 찾았지만 만남을 거부했다. 추후 연락도 오지 않았다. 협회 관계자는 “감사를 받은 건 사실이지만 아직 A씨에게 소명 기회를 주지 않은 것으로 안다. 감사원의 감사와 경찰 수사가 끝나지 않은 만큼 뭐라 할 말이 없다”고 밝혔다.

    협회 차원 조직적 개입 의혹

    일각에서는 감사원 조사가 빙산의 일각에 그쳤다는 비판도 나온다. 4년 동안 수십억 원이라는 금액을 일개 간부가 횡령하는 동안 결재 라인에 있는 사무총장과 회장뿐 아니라 실무진이 어떻게 모를 수 있느냐는 의문 때문이다. 즉, 감사원이 협회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이나 묵인에 대해서는 전혀 조사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이에 대해 감사원 한 관계자는 “감사원은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조사에 한계가 있다. 경찰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제 나머지는 경찰 수사 몫”이라고 밝혔다.

    협회 차원의 조직적인 개입 또는 묵인 의혹과 관련, ‘MB정권 실세 개입설’이 시중에 나도는 것도 이런 사연 때문이다. 협회는 2008년 11월 출범 당시부터 자본금 0원으로 법인 허가와 관련법의 초스피드 국회 본회의 통과 등으로 ‘MB정권 실세들이 만든 단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2008년 9월 한국개발연구원(KDI)과 대한상공회의소, 전국은행연합회,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등 4개 기관이 ‘미진한 학교 안팎의 경제교육을 개선한다’며 협회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트(TF)를 구성한 후 3개월 만인 12월 협회 인가가 떨어졌고, 4개월 만인 2009년 1월 경제교육지원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후 기재부, 산업통상자원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공정거래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위원회, 신용회복위원회, 한국은행, 예금보험공사, KDI 등 정부기관은 물론 전경련, 대한상공회의소 등 굵직한 민간 경제단체가 후원사로 참여했다. 이와 관련해 협회 설립과 운영에 박영전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협회 고문과 회장을 맡은 이들의 면면을 봐도 MB정부 막강 실세가 주류를 이룬다. 고문은 MB정부에서 국정기획수석비서관을 지낸 곽승준 전 미래기획위원장이고 초대회장은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2대 회장은 이석채 전 KT회장(2009년 11월 취임)이었으며, 3대 회장이자 현 회장은 경제수석을 지낸 박병원 전국은행연합회장(국민행복기금 이사장, 2011년 12월 취임)이 맡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이 전 KT 회장은 부임 1개월 만에 ‘아하경제’를 발행했으며 KT를 기업 중 유일하게 협회 신규이사 겸 회원사로 끌어들이는 한편, 정부보조금을 파격적으로 많이 받아 구설수에 올랐다. 실제 협회에 대한 정부보조금은 2009년 10억7000만 원에서 그가 부임한 후인 2010년 80억4000만 원으로 크게 늘었다. MB정부 기간 70억 원대를 유지하던 정부보조금은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2013년 35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 올해도 36억 원에 그쳤다.

    박병원 회장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무총장과 함께 기재부에 사의를 표명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무총장은 1월 말 내가 직접 사표를 수리했다. 경찰 수사가 빨리 마무리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항간에 감사원의 이번 감사가 MB 실세가 관여한 기관에 대한 ‘표적감사’라는 지적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정부보조금 집행 전반에 대한 감사를 하던 중 적발한 것일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횡령사건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 관계자는 “감사원이 수사의뢰한 내용뿐 아니라 협회의 조직적 개입이나 묵인, 실세 개입 의혹 등 모든 방면에 대해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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