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는 개명이 쉽지 않았다. 개인 편익보다 개명에 따른 혼란과 폐단 등 사회적 부작용을 피해야 한다는 국가 위주의 편의적 발상이 앞선 탓이다. 개명하려면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나, 명확한 기준도 없었다. 그러니 이상한 이름으로 고통 받는 사람도 이름을 바꾸려면 엄청난 ‘빽’을 찾아 동원하거나, 개명에 대해 사실상 전권을 지닌 법원장에게 읍소하면서 ‘선처’를 구하는 수밖에 없던 게 현실이다. 법원의 이런 태도는 2005년 11월 16일 대법원 결정으로 바뀌어 현재는 개명 신청 건수가 연간 15만 건을 넘고 허가율도 90%에 달한다. 당시 대법원 결정 취지는 이렇다.
‘성명권은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루는 것이어서 자기결정권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본인의 주관적인 의사가 중시돼야 한다. 그런데 이름은 통상 부모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그 과정에서 이름 주체인 본인 의사가 개입될 여지가 없어 본인이 그 이름에 대해 불만을 가지거나 그 이름으로 심각한 고통을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경우에도 평생 그 이름을 갖고 살아가라고 강요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합리적이지도 아니한 점, 주민등록번호는 변경되지 않고 종전 그대로 존속하므로 개인에 대한 혼동으로 초래되는 법률관계의 불안정이 그리 크지 않으리라 예상되는 점, 사회적·경제적 이해관계가 훨씬 더 크고 복잡한 대규모 기업도 자유롭게 상호를 변경하는 점 (중략) 등을 종합해보면, 개명을 허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돼 있는 등 개명신청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충남에 사는 주부 A(36) 씨도 2012년 2월 법원 허가를 받아 이름을 바꿨다. 자매들의 돌림자가 들어간 이름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소망을 이룬 기쁨도 잠시, 이내 예기치 못한 비극이 시작됐다. 새로 바꾼 이름이 남편 조카와 같다는 이유로 시댁에서 새 이름을 쓰지 말라며 반대한 것이다. 이후 부부갈등까지 이어지면서 A씨는 1년 넘게 새 이름을 사용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결국 A씨는 이름을 바꾼 지 13개월 만인 지난해 3월 본래 이름으로 다시 바꿔줄 것을 법원에 신청했다. 1심 법원은 1년여 만에 다시 개명을 신청하는 것은 경솔한 행동인 데다 개명신청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시댁과의 갈등에 따른 고통을 해소하려고 자신의 바람을 접고 부득이 재개명을 신청한 만큼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굳이 대법원 결정이나 작명가 견해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이름은 평생 자신과 함께하는 중요한 징표다. 그러니 이름을 바꾸고자 할 때는 본인 생각은 물론, 가족이나 가까운 친족의 의사도 살펴 새 이름이 적정한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물론 이름을 지을 때부터 아이 장래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다.
설이 지나면 개명신청이 급증한다고 하니, 뭐든 쉽게 버리고 새로운 것만 찾는 우리의 습속이 이어지는 게 아닌지 성찰해보자.
‘성명권은 헌법상 행복추구권과 인격권의 한 내용을 이루는 것이어서 자기결정권의 대상이 되는 것이므로 본인의 주관적인 의사가 중시돼야 한다. 그런데 이름은 통상 부모에 의해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그 과정에서 이름 주체인 본인 의사가 개입될 여지가 없어 본인이 그 이름에 대해 불만을 가지거나 그 이름으로 심각한 고통을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는데, 그런 경우에도 평생 그 이름을 갖고 살아가라고 강요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고 합리적이지도 아니한 점, 주민등록번호는 변경되지 않고 종전 그대로 존속하므로 개인에 대한 혼동으로 초래되는 법률관계의 불안정이 그리 크지 않으리라 예상되는 점, 사회적·경제적 이해관계가 훨씬 더 크고 복잡한 대규모 기업도 자유롭게 상호를 변경하는 점 (중략) 등을 종합해보면, 개명을 허가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인정되고,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각종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개입돼 있는 등 개명신청권의 남용으로 볼 수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개명을 허가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충남에 사는 주부 A(36) 씨도 2012년 2월 법원 허가를 받아 이름을 바꿨다. 자매들의 돌림자가 들어간 이름을 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랜 소망을 이룬 기쁨도 잠시, 이내 예기치 못한 비극이 시작됐다. 새로 바꾼 이름이 남편 조카와 같다는 이유로 시댁에서 새 이름을 쓰지 말라며 반대한 것이다. 이후 부부갈등까지 이어지면서 A씨는 1년 넘게 새 이름을 사용하지 못했고 이 과정에서 엄청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 결국 A씨는 이름을 바꾼 지 13개월 만인 지난해 3월 본래 이름으로 다시 바꿔줄 것을 법원에 신청했다. 1심 법원은 1년여 만에 다시 개명을 신청하는 것은 경솔한 행동인 데다 개명신청권 남용에 해당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A씨가 시댁과의 갈등에 따른 고통을 해소하려고 자신의 바람을 접고 부득이 재개명을 신청한 만큼 불순한 의도가 개입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굳이 대법원 결정이나 작명가 견해를 언급할 필요도 없이 이름은 평생 자신과 함께하는 중요한 징표다. 그러니 이름을 바꾸고자 할 때는 본인 생각은 물론, 가족이나 가까운 친족의 의사도 살펴 새 이름이 적정한지 심사숙고해야 한다. 물론 이름을 지을 때부터 아이 장래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할 일이다.
설이 지나면 개명신청이 급증한다고 하니, 뭐든 쉽게 버리고 새로운 것만 찾는 우리의 습속이 이어지는 게 아닌지 성찰해보자.
서울중앙지법 개명 창구를 찾은 민원인이 신청 서류를 접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