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신흥국 금융 불안이 심상치 않다. 시작은 아르헨티나였다. 1월 23일 아르헨티나 정부의 외환시장 개입 포기로 페소화 가치가 하루 만에 14%나 급락하면서 취약한 금융위기가 발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름을 부었다. 1월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양적완화 규모를 추가로 축소해 ‘취약 5개국(Fragile-5)’이라 부르는 국가를 중심으로 금융시장 약세가 가속화했다.
불안이 확산하자 일부 신흥국은 긴급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4.5%에서 10.0%로 대폭 인상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과 인도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각각 0.5%p, 0.25%p 인상했다.
불안 쉽게 잦아들기 어려운 환경
그러나 이런 조치로 통화가치 방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큰 까닭에 금리 인상 후에도 통화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국가의 금융 불안이 쉽게 잦아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근본 원인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려운 데다 나라마다 편차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따른 자금 이탈 가능성, 중국 경기 둔화 우려, 국내 정치 리스크 확산이 그것이다.
먼저 미 연준의 행보를 예상해보자. 1월 FOMC는 신흥국 금융 불안에 대한 언급 없이 추가 테이퍼링을 실시했고, 앞으로도 신흥국을 고려해 테이퍼링 행로를 변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내 각 지역 연준 총재 발언을 살펴보면 이는 명확해진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준 총재는 “연준은 세계 중앙은행이 아니며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도 “연준이 단기적 양상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흥국 금융 불안이라는 단기 양상을 우려해 정책 결정을 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과거 미국은 1994년 멕시코 페소화 위기, 2004년 차이나 쇼크 등 글로벌 불안이 확산됐을 무렵에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한 경험이 있다. 결국 연준은 미국의 경기 여건만 고려해 양적완화 축소를 진행할 테고, 이에 따라 신흥국 금융 불안도 주기적으로 불거질 공산이 높다.
중국발(發) 불안 요인도 만만치 않다. 2013년 4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7.7%로 전분기(7.8%)보다 둔화했고,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0.5로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최근 중국 경제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또한 균형 성장 추구 과정에서의 투자 둔화와 산업 구조조정,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따른 금리 상승, 정부의 소극적인 경기 부양 기조를 감안하면, 중국 성장세가 금세 확대될 개연성은 낮다. 당분간 중국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신흥국 금융 불안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놓고 보면 신흥국의 금융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당연히 잠재적 위험을 지닌 국가를 선별해 금융위기 발발과 전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문제는 과연 어떤 신흥국에 어떤 형태의 위기가 발생할 것이냐는 점이다. 최근 주로 거론되는 8개국(터키, 남아공, 인도네시아, 브라질, 인도, 헝가리, 칠레, 폴란드)과 정정불안국(태국, 우크라이나) 등 위기 개연성이 높은 국가를 각 원인별로 분석해보면 자못 의미심장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외화 유동성을 살펴보자. 외화 유동성은 외환보유액과 외채, 외국인 증권자금 규모 및 비율로 가늠할 수 있다. 외채와 외국인 증권자금은 유사시 해당 국가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글로벌 자금을 의미하고, 외환보유액은 비상시 대처할 수 있는 완충 장치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터키와 우크라이나, 남아공이 외환위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터키는 2010년 이후 외국인 증권자금이 50% 늘어난 가운데 단기외채가 외환보유액의 90%에 달해 외화 유동성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우크라이나는 단기외채가 외환보유액보다 큰 상황에서 외환보유액도 빠르게 감소해 위기 대응 여력이 낮다. 남아공과 폴란드 역시 외채 부담이 크고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높아 금융위기 발발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표 참조).
신흥국 경제 기초체력 정비해야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몇몇 나라가 특히 눈에 띈다. 금융 불안이 주기적으로 불거질 수 있는 상황에서 신흥국은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건전화를 통해 경제 기초체력을 정비해야 한다. 경상수지 비율이 견고할 경우 자본수지 악화에 따른 외화 유동성 고갈을 경상수지로 보전할 수 있고, 재정수지 비율은 정부 개혁 의지를 반영해 투자자의 신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여건이 좋지 않은 나라는 우크라이나와 터키, 브라질 등이다. 2014년 성장률이 세계 평균(3.7%)에 미달하는 가운데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고성장세에도 재정수지 악화가 예상된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특히 태국은 경상수지 비율이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할 전망이다.
정정 불안 역시 고려 대상이다. 선거와 정권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 우려 같은 정치 리스크가 해당 국가의 금융 불안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의 선거 일정을 예의주시하면서 정치 리스크와 금융 불안이 맞물릴 개연성에 유의해야 하는 이유다. 참고로 태국(2월), 인도네시아(4월), 인도(5~6월), 인도네시아(7월), 터키(8월), 브라질(10월) 등에서 선거가 예정돼 있다.
물론 이러한 불안 요인을 가진 나라라 해서 반드시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꾸로 말해 그간 위기를 겪은 신흥국 가운데 그런 특징을 지닌 사례가 많았던 것 역시 사실이다. 여러 위험 요인이 중첩하는 잠재적 위기국에 대해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작업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터키의 경우 외환위기와 펀더멘털 악화 가능성, 정정 불안 등 위험 요인이 고루 혼재해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국가의 금융 불안 확산 여부를 면밀히 관찰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뜻이다.
불안이 확산하자 일부 신흥국은 긴급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4.5%에서 10.0%로 대폭 인상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과 인도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각각 0.5%p, 0.25%p 인상했다.
불안 쉽게 잦아들기 어려운 환경
그러나 이런 조치로 통화가치 방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큰 까닭에 금리 인상 후에도 통화 약세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문제는 이들 국가의 금융 불안이 쉽게 잦아들기 어렵다는 것이다. 근본 원인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어려운 데다 나라마다 편차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 연준의 양적 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따른 자금 이탈 가능성, 중국 경기 둔화 우려, 국내 정치 리스크 확산이 그것이다.
먼저 미 연준의 행보를 예상해보자. 1월 FOMC는 신흥국 금융 불안에 대한 언급 없이 추가 테이퍼링을 실시했고, 앞으로도 신흥국을 고려해 테이퍼링 행로를 변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내 각 지역 연준 총재 발언을 살펴보면 이는 명확해진다.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준 총재는 “연준은 세계 중앙은행이 아니며 미국 경제에 도움이 되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존 윌리엄스 샌프란시스코 연준 총재도 “연준이 단기적 양상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신흥국 금융 불안이라는 단기 양상을 우려해 정책 결정을 할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과거 미국은 1994년 멕시코 페소화 위기, 2004년 차이나 쇼크 등 글로벌 불안이 확산됐을 무렵에도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한 경험이 있다. 결국 연준은 미국의 경기 여건만 고려해 양적완화 축소를 진행할 테고, 이에 따라 신흥국 금융 불안도 주기적으로 불거질 공산이 높다.
중국발(發) 불안 요인도 만만치 않다. 2013년 4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7.7%로 전분기(7.8%)보다 둔화했고, 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50.5로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반적으로 최근 중국 경제지표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이다. 또한 균형 성장 추구 과정에서의 투자 둔화와 산업 구조조정,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따른 금리 상승, 정부의 소극적인 경기 부양 기조를 감안하면, 중국 성장세가 금세 확대될 개연성은 낮다. 당분간 중국 경기 둔화가 지속되면서 신흥국 금융 불안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놓고 보면 신흥국의 금융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크다. 당연히 잠재적 위험을 지닌 국가를 선별해 금융위기 발발과 전염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문제는 과연 어떤 신흥국에 어떤 형태의 위기가 발생할 것이냐는 점이다. 최근 주로 거론되는 8개국(터키, 남아공, 인도네시아, 브라질, 인도, 헝가리, 칠레, 폴란드)과 정정불안국(태국, 우크라이나) 등 위기 개연성이 높은 국가를 각 원인별로 분석해보면 자못 의미심장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먼저 외화 유동성을 살펴보자. 외화 유동성은 외환보유액과 외채, 외국인 증권자금 규모 및 비율로 가늠할 수 있다. 외채와 외국인 증권자금은 유사시 해당 국가에서 빠져나갈 수 있는 글로벌 자금을 의미하고, 외환보유액은 비상시 대처할 수 있는 완충 장치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터키와 우크라이나, 남아공이 외환위기에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터키는 2010년 이후 외국인 증권자금이 50% 늘어난 가운데 단기외채가 외환보유액의 90%에 달해 외화 유동성이 안정적이지 못하다. 우크라이나는 단기외채가 외환보유액보다 큰 상황에서 외환보유액도 빠르게 감소해 위기 대응 여력이 낮다. 남아공과 폴란드 역시 외채 부담이 크고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높아 금융위기 발발 가능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표 참조).
신흥국 경제 기초체력 정비해야
펀더멘털 측면에서도 몇몇 나라가 특히 눈에 띈다. 금융 불안이 주기적으로 불거질 수 있는 상황에서 신흥국은 경상수지와 재정수지 건전화를 통해 경제 기초체력을 정비해야 한다. 경상수지 비율이 견고할 경우 자본수지 악화에 따른 외화 유동성 고갈을 경상수지로 보전할 수 있고, 재정수지 비율은 정부 개혁 의지를 반영해 투자자의 신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여건이 좋지 않은 나라는 우크라이나와 터키, 브라질 등이다. 2014년 성장률이 세계 평균(3.7%)에 미달하는 가운데 재정수지와 경상수지 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와 태국은 고성장세에도 재정수지 악화가 예상된다는 점이 우려 요인이다. 특히 태국은 경상수지 비율이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할 전망이다.
정정 불안 역시 고려 대상이다. 선거와 정권교체에 따른 정책 변화 우려 같은 정치 리스크가 해당 국가의 금융 불안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흥국의 선거 일정을 예의주시하면서 정치 리스크와 금융 불안이 맞물릴 개연성에 유의해야 하는 이유다. 참고로 태국(2월), 인도네시아(4월), 인도(5~6월), 인도네시아(7월), 터키(8월), 브라질(10월) 등에서 선거가 예정돼 있다.
물론 이러한 불안 요인을 가진 나라라 해서 반드시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거꾸로 말해 그간 위기를 겪은 신흥국 가운데 그런 특징을 지닌 사례가 많았던 것 역시 사실이다. 여러 위험 요인이 중첩하는 잠재적 위기국에 대해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작업이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다. 특히 우크라이나와 터키의 경우 외환위기와 펀더멘털 악화 가능성, 정정 불안 등 위험 요인이 고루 혼재해 있음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국가의 금융 불안 확산 여부를 면밀히 관찰해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