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평역/ 김영사/ 660쪽/ 1만9800원
‘송도 3절’ 화담 서경덕(1489~1546)이 천지만물이 끊임없이 생성하고 소멸하는 것을 노래한 시다. 이 책을 평역한 저자는 “우리는 그 생성소멸의 쳇바퀴 속을 떠가는 거품일 뿐이라. 하지만 우리는 가슴속에 도를 품어 그 알지 못할 태초의 지점을 향한 그리움을 간직한다”고 풀어낸다.
한자 해독 능력을 가진 사람에게도 7언절구는 어렵다. 간결한 어구 속에 우리 조상의 깊은 지혜는 물론 수많은 사연과 감성이 담겼지만, 한자를 읽고 그 속에 담긴 뜻을 소화하기란 만만찮다. 그래서 저자 손을 빌린 펄떡이는 시어는 시간을 뛰어넘어 정겹고 반갑다.
방랑시인 김삿갓 김병연(1807~1863)이 묘사한 눈 오는 날 풍경은 엉뚱하면서도 감각적이다. “하늘 임금 죽으셨나 땅의 임금 죽었는가(天皇崩乎人皇崩)/ 푸른 산 나무마다 모두 소복 입었네(萬樹靑山皆被服)/ 밝는 날 해님더러 조문하게 한다면(明日若使陽來弔)/ 집집 처마마다 눈물이 뚝뚝 지리(家家前淚滴滴).” 세상에 대한 설움 때문인지 그의 눈에는 아름다운 설경조차 슬프게 비쳤는가 보다.
예나 지금이나 시는 절제가 미덕이다. 할 말을 감출수록 빛나고 울림도 커진다. 시인의 언어는 해석하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또한 시가 가진 매력이다.
“새벽녘 등 그림자 남은 화장 비추고(五更燈影照殘粧)/ 이별을 말하려니 애가 먼저 끊누나(欲語別離先斷腸)/ 반 뜰 지는 달에 문 밀고 나서자니(落月半庭推戶出)/ 살구꽃 성근 그늘 옷깃 위로 가득해라(杏花疎影滿衣裳).” 정몽주 손자 정포(1309~1345)의 이별은 읽는 사람의 가슴을 짠하게 한다.
삼국시대부터 근세까지 우리 한시 7언절구 가운데서 엄선한 300수. 올 한 해 마음 건강을 챙기는 약으로 손색없어 보인다.
국수
김숨 지음/ 창비/ 372쪽/ 1만2000원
‘마루 한쪽에 옹송그리고 앉아 밀가루 반죽을 이겨대던 당신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손금이 다 닳아지지나 않을까 염려될 만큼 꾹꾹 눌러대던 꾹꾹…, 어머니가 반죽에 몰래 섞어 넣어 그렇게 눌러야만 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저자의 네 번째 소설집.
노래풍경
장유정 지음/ 알마/ 344쪽/ 1만9800원
대중음악 본질이 대중에 있다면, 대중음악을 저급하다고 비판하는 것은 대중마저도 깎아내리는 일이다. 단순히 대중음악을 평가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나와 당신, 우리 삶을 보듬은 근현대 한국 대중음악의 풍경을 담았다.
동양적 마음의 탄생
문석윤 지음/ 글항아리/ 444쪽/ 1만8000원
마음은 동아시아 전통 용어로 풀이하면 심(心)이다. 3000년 역사를 건너 논쟁을 벌이는 양심, 수치심, 자비심, 흑심, 그리고 심장으로서의 마음과 몸의 관계, 빈 마음과 가득 찬 마음 등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체계적으로 재론한다.
야만
미셸 앙리 지음/ 이은정 옮김/ 자음과모음/ 280쪽/ 1만7000원
저자는 우리 시대를 야만의 시대로 규정한다. 야만의 시대, 곧 우리 시대에 가능한 문화란 없다. 야만은 문화가 싹트기 전이 아닌, 문화가 죽기 시작하는 바로 거기에서 얼굴을 내민다. 야만이 빠르게 우리 사회를 삼키고 있음을 고발한다.
미소만 지어도 마음에 꽃이 피어납니다
와타나베 가즈코 지음/ 최지운 옮김/ 21세기북스/ 264쪽/ 1만4000원
우리는 일상에 도사린 가시들로 툭 하면 상처 받고 틈만 나면 약해진다. 저자는 따스하고 명징한 언어로 삶에 지친 현대인을 위로한다. ‘우리 인생에 쓸모없는 것은 한 가지도 없다’라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일러준다.
화웨이의 위대한 늑대문화
텐타오·우춘보 지음/ 이지은 옮김/ 스타리치북스/ 435쪽/ 2만 원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의 고군분투기. 화웨이는 중국을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과정에서 미국 경쟁업체의 공세에 맞서고, 시스코와 특허권 분쟁을 벌이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 이야기는 손에 땀을 쥐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