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한 전문가는 설문조사 답을 돌려주면서 ‘티 없이 맑은 소년들의 순수한 목소리로 1년 동안 세상사에 시달렸던 마음을 정화해보는 것은 어떨까’라는 코멘트를 붙여놓았다. 쓸쓸해지기도, 또 들뜨기도 하는 연말에 소년들의 청아한 목소리는 ‘마법의 요술봉’처럼 우리를 다독여줄 것만 같다.
변성기 전 소년들은 폐활량이 커서 목소리 울림이 좋고 다이내믹하다. 여성이 교회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던 중세시대 소년들은 합창단에서 가장 높은 성부를 노래했다. 그래서 이들을 보이소프라노라고 부르기도 했다.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외에도 오스트리아 빈 소년합창단(1498년 창단), 독일 라이프치히 성 토마스 소년합창단(1212년 창단)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은 12월 10일 안양아트센터를 시작으로 11일 경기도문화의전당, 12일 고양아람누리, 13일 성산아트홀, 14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15일 부산문화회관, 18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20일 하남문화예술회관, 21일 성남아트센터, 22일 서울 예술의전당까지 10회 공연을 펼친다.
이 합창단은 8~15세 소년 100여 명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파리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 음악전문학교 학생들. 1907년 창단 당시에는 종교음악 중심이었다가 24년 마일레 신부가 합창단을 이끌면서 현대음악은 물론, 체코와 러시아 민요, 미국 흑인영가, 샹송, 팝, 크로스오버 등으로 레퍼토리를 확장했다.
최소 2년간 음악 중심의 수업과 학업을 병행하며, 철저히 준비한 학생 가운데 오디션을 거쳐 해외 투어 멤버를 선발한다. 오직 1개 팀만이 해외 투어를 다닌다. 이번 내한공연에는 소년 24명이 참여한다. 1931년부터 북미 투어에 나섰으며, 한국은 71년 처음 찾았다. 혈기왕성한 소년들이다 보니 먹성이 워낙 좋아 고기반찬을 꼭 챙기는가 하면, 생활을 관리하는 교사가 투어에 따라붙어 일일이 챙긴다고 한다.
이번 내한공연 프로그램은 모차르트 ‘자장가’, 독일 시인 괴테의 작품을 바탕으로 한 슈베르트 ‘붉은 장미’, 구노의 ‘아베마리아’를 비롯해 ‘넬라 판타지아’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징글벨’과 샹송 ‘파리의 하늘 밑’ 등 여러 장르를 망라했다. 2011년 부임한 클로틸드 세베르트가 지휘를 한다.
라틴어로 ‘착한 소년들’이라는 뜻을 가진 체코 보니 푸에리 소년합창단도 크리스마스 시즌 공연을 펼친다. 12월 22일 서울 노원어울림극장, 23일 김천시문화예술회관, 24일 경기 안산문화예술의전당, 25일 인천서구문화회관.
1982년 창단한 체코의 대표적인 합창단으로 올해 다섯 번째 내한공연을 맞는다. 순수한 목소리와 탄탄한 가창력, 재치 있는 안무와 연출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프로그램은 클래식 음악과 유럽 민속곡, 크리스마스캐럴과 뮤지컬 넘버를 아우른다. 클래식 곡을 부를 때는 신성한 성가복, 동유럽국가의 민요를 부를 때는 체코 전통의상, 캐럴과 뮤지컬 음악에서는 깔끔한 정장으로 분위기를 전환한다. 카치니 ‘아베마리아’, 스메타나 오페라 ‘팔려간 신부’ 가운데 ‘모두 기뻐합시다’, 헨델의 ‘할렐루야’, 체코 민요 ‘마틴을 업고 집으로 가는 길’, 슬로바키아 민요 ‘비가 오네’ 외에 ‘화이트 크리스마스’ ‘넬라 판타지아’ 등을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