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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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주 잘 아는 이야기 4

  • 여태천

    입력2013-12-09 1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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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아주 잘 아는 이야기 4


    모든 잊힌 사람은

    뒷모습으로 사라진다.



    헤어지기 전에 들리는



    새소리는 고독하고

    이유가 조금씩 자랄 때

    우리의 자세는 침묵이다.



    괜찮을 거야, 라는 한마디처럼

    저녁은 언제나 이해할 수 없는 풍경



    서가에 꽂힌 아슬아슬한 책 한 권

    밤새 아무 일 없다는 그것

    세상은 그렇게

    조용해진다.



    우리는 아주 잠시 동안

    없어도 좋은

    사라진 페이지



    도서관은 거대한 공동묘지다. 책은 죽은 자들의 영혼. 혼령을 불러내는 무당처럼 나는 책을 뽑아든다. 나 자신도 모르게 죽은 영혼을 위로하면 그 영혼이 나를 정화시킨다. 헤어지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너무 일찍 내 곁을 떠난 친구, 선후배, 그리고 여자까지 책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오래전 뒷모습을 보인 친구의 책을 꺼내들었다. 보고 싶다, 그 친구. ─ 원재훈 시인



    詩 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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