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잊힌 사람은
뒷모습으로 사라진다.
헤어지기 전에 들리는
새소리는 고독하고
이유가 조금씩 자랄 때
우리의 자세는 침묵이다.
괜찮을 거야, 라는 한마디처럼
저녁은 언제나 이해할 수 없는 풍경
서가에 꽂힌 아슬아슬한 책 한 권
밤새 아무 일 없다는 그것
세상은 그렇게
조용해진다.
우리는 아주 잠시 동안
없어도 좋은
사라진 페이지
도서관은 거대한 공동묘지다. 책은 죽은 자들의 영혼. 혼령을 불러내는 무당처럼 나는 책을 뽑아든다. 나 자신도 모르게 죽은 영혼을 위로하면 그 영혼이 나를 정화시킨다. 헤어지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너무 일찍 내 곁을 떠난 친구, 선후배, 그리고 여자까지 책으로 남아 있기도 하다. 오래전 뒷모습을 보인 친구의 책을 꺼내들었다. 보고 싶다, 그 친구. ─ 원재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