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상속인 살해 패륜 한 푼도 못 받아

상속자격 박탈

  • 류경환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

    입력2013-09-30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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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행 민법에서는 상당히 현대화된 상속제도를 운영한다. 유언으로 따로 정하지 않은 이상 배우자와 자식이 남녀 구분 없이 똑같이 상속받게 된다(민법 제1000조, 제1003조). 그러나 패륜 등의 행위를 한 경우라면 상속자격이 박탈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상속자격을 박탈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피상속인 또는 공동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상해를 입혀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다(민법 제1003조 제1항, 제2항). 최근에도 둘째아들이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어머니는 피상속인이고 형은 공동상속인이다. 이 경우 둘째아들은 상속자격을 잃는다. 재산에 욕심냈다가 자격 자체를 잃어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상속자격 박탈은 오로지 패륜 행위를 자행한 사람에게만 국한된다. 패륜을 저지른 사람의 배우자나 자녀의 상속자격에는 변동이 없다. 이 경우 본래의 상속인을 대신해 배우자나 그 자녀가 대습상속을 하게 된다. 위 사건에서도 둘째아들의 부인이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살해하는 데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면 자격이 유지돼 대습상속을 받을 수 있다.

    살인 외에 상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의적인 행동을 한 경우에도 상속자격이 박탈된다. 예를 들어, 거짓된 사실이나 물리력 등으로 상속에 관한 유언을 방해하거나 유언 철회를 유도하는 행위, 유언장을 위조 및 변조, 파기, 은닉하는 행위 등이다. 아버지가 유언으로 혼외자식을 인지하려 하는데 이를 방해했다면 상속자격을 잃게 되는 것이다.

    상속자격을 잃는 경우에는 수증자로서의 자격도 같이 상실한다(민법 제1064조). 유언에 따라 많은 재산을 받게 돼 있더라도 전혀 받을 수 없다. 한편, 일단 자격이 박탈되면 이후 어느 누구도 자격을 회복시켜줄 수 없다. 예를 들어, 형을 살해한 동생에 대해 그 아버지가 훗날 용서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감정의 문제일 뿐 상속자격은 회복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서 만일 둘째아들에게 자녀가 있었다면 그 자녀가 상속인이 된다. 패륜 행위자의 자녀에게 상속권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개인의 잘못은 그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근대법의 대원칙이므로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상속자격 박탈은 흔치 않은 일인데 드물지 않게 언론에서 거론되는 것을 보면, 우리가 끝없는 돈의 유혹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하겠다.

    피상속인 살해 패륜 한 푼도 못 받아

    9월 24일 어머니와 형을 잔인하게 살해해 암매장한 정모(29) 씨의 외가가 있는 경북 울진군 소광리에서 형 정화석(32)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들이 현장 주변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왼쪽). 정모 씨가 9월 24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인천 남부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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