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자격을 박탈하는 대표적인 사례가 피상속인 또는 공동상속인을 살해하거나 상해를 입혀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다(민법 제1003조 제1항, 제2항). 최근에도 둘째아들이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어머니는 피상속인이고 형은 공동상속인이다. 이 경우 둘째아들은 상속자격을 잃는다. 재산에 욕심냈다가 자격 자체를 잃어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상속자격 박탈은 오로지 패륜 행위를 자행한 사람에게만 국한된다. 패륜을 저지른 사람의 배우자나 자녀의 상속자격에는 변동이 없다. 이 경우 본래의 상속인을 대신해 배우자나 그 자녀가 대습상속을 하게 된다. 위 사건에서도 둘째아들의 부인이 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살해하는 데 직접 가담하지 않았다면 자격이 유지돼 대습상속을 받을 수 있다.
살인 외에 상속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악의적인 행동을 한 경우에도 상속자격이 박탈된다. 예를 들어, 거짓된 사실이나 물리력 등으로 상속에 관한 유언을 방해하거나 유언 철회를 유도하는 행위, 유언장을 위조 및 변조, 파기, 은닉하는 행위 등이다. 아버지가 유언으로 혼외자식을 인지하려 하는데 이를 방해했다면 상속자격을 잃게 되는 것이다.
상속자격을 잃는 경우에는 수증자로서의 자격도 같이 상실한다(민법 제1064조). 유언에 따라 많은 재산을 받게 돼 있더라도 전혀 받을 수 없다. 한편, 일단 자격이 박탈되면 이후 어느 누구도 자격을 회복시켜줄 수 없다. 예를 들어, 형을 살해한 동생에 대해 그 아버지가 훗날 용서하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개인감정의 문제일 뿐 상속자격은 회복되지 않는다.
이번 사건에서 만일 둘째아들에게 자녀가 있었다면 그 자녀가 상속인이 된다. 패륜 행위자의 자녀에게 상속권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개인의 잘못은 그 개인에게만 책임을 묻는 것이 근대법의 대원칙이므로 그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상속자격 박탈은 흔치 않은 일인데 드물지 않게 언론에서 거론되는 것을 보면, 우리가 끝없는 돈의 유혹 속에서 살고 있다고 하겠다.
9월 24일 어머니와 형을 잔인하게 살해해 암매장한 정모(29) 씨의 외가가 있는 경북 울진군 소광리에서 형 정화석(32) 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됐다. 경찰들이 현장 주변에 대한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왼쪽). 정모 씨가 9월 24일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인천 남부경찰서로 이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