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통신비밀보호법의 문제점과 언론의 자유’란 주제로 진행된 토론회에 참석한 안철수 무소속 의원.
7월 1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문자메시지를 통해 갑작스레 알려왔다. 현재 안 의원의 싱크탱크격인 ‘정책네트워크 내일’ 기획위원이기도 한 금 변호사는 대통령선거(대선) 때부터 곁을 지켜온 인물이다. 그동안 안 의원의 공보역은 의원실에서 기자 출신인 윤태곤 비서관과 삼정KPMG 상무 출신인 신현호 보좌관이 각각 담당했다. 안 의원의 국회 입성 후 공보 기능에 대한 주변의 특별한 문제제기가 딱히 없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다소 이례적인 조치로 보일 수 있지만, 6월 이후 국회에서 여야가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두고 맞붙는 상황에서 안 의원의 현재 ‘입지’를 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인사다.
정치권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을 정도의 존재감을 지녔다고 여겨지던 안 의원의 파괴력이 여야의 극한 대립 속에서 힘을 못 쓰는 기색이 역력하기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아무리 무소속 유력 대권주자라 해도 여야 강(强) 대 강 구도 속에서 한계가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안 의원은 국회 입성 초기만큼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그는 7월 1일과 2일 연이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논란에 대해 트위터에 자기 생각을 밝혔다. 안 의원이 이틀 연속 같은 현안에 대해 스스로 견해를 밝힌 모습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다. 그는 “여야의 대화록 공개 결정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진실 규명이란 중요한 문제가 희석될 수 있다”면서 반대 이유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특히 이 발언은 야권의 잠재적 경쟁자인 문재인 민주당 의원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이 같은 의견은 별 관심을 받지 못했다. 민생 등 다른 발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안철수 신당 지지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때 30%대까지 육박하던 신당 지지도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20% 중반대에서 움직인다. 물론 이는 제1야당인 민주당을 크게 앞서는 수치다. 하지만 안철수 신당 자체 지지율만 놓고 보면 정체 혹은 소폭 하락세다.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6월 지방선거도 코앞에 다가왔다. 이 때문에 안 의원은 존재감을 복원하기 위해서라도 ‘안철수 알리기’를 강화할 필요성을 느껴 측근인 금 변호사를 앉힌 것으로 해석된다.
신당 지지도 20% 중반서 움직여
한 정치권 관계자는 “그동안 안 의원 측은 정치권 이목에 별 관심이 없다는 듯 ‘묵묵히 자기 행보만 할 뿐’이라고 말했지만, 공보 기능 강화는 여야 대립 속에서 서서히 존재감이 사라지는 데 대해 답답함을 느낀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안 의원 측이 최근 상황을 돌파하려고 애쓰는 모습은 다른 곳에서도 느껴진다. 안 의원은 7월 5일 대전을 시작으로 지방을 돌며 자신이 정치 지향점으로 내세운 ‘진보적 자유주의’의 전파에 나섰는데, 이때 언론사들의 취재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기색이 역력했다.
물론 안 의원 측이 신당 등 세력화에 대해 재정비하는 계기가 됐으리라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 벌어질 여야 정치 대립 속에서 그 ‘입지’가 지금처럼 축소되는 것을 막으려면 세력화라는 울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는 것이다.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지방 투어도 조직 정비의 일환이다. 하지만 그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측근을 한 명 전면배치한다고 안 의원의 존재감이 얼마나 커질지 의문이지만, 최근 상황은 안철수의 한계가 드러난 것임에는 분명하다”면서 “누구와 어떻게 세력화를 할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시작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 의원이 자신의 정치적 꿈을 위해 다시 한 번 신발 끈을 고쳐 매는 것은 분명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