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국 지음/ 쌤앤파커스/ 320쪽/ 1만5000원
제조업은 최악의 경우 ‘땡 처리’ 기회가 있다. 그러나 콘텐츠는 그것마저 불가능한 ‘모’ 아니면 ‘도’인 시장 원리가 지배한다. 설명하기 어려운(?) 아주 작은 차이에 의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거나 1000억 원 매출의 아이디어로 재탄생하는 것이 ‘콘텐츠 비즈니스’다.
저자는 오랜 시간 KBS 예능프로그램 PD로 활동하며 비즈니스 관점에서 콘텐츠를 고민해왔다. ‘해피선데이-1박 2일’(1박 2일)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 ‘개그콘서트’ 등 인기 프로그램을 만든 경험을 바탕으로 콘텐츠 성공 사례를 분석하고 경영이론과의 접목을 시도한다. 또한 현장 주인공들을 찾아내려는 시도도 한다.
“우리는 매번 대중과 ‘예측 가능함과의 전투’를 벌인다. 대중에게는 진화 욕구가 있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우리보다 소비하는 대중의 상상력이 더 풍부하다. 콘텐츠 영역에서는 ‘대중이 예기치 못했던 결과’, 즉 반전의 능력이 요구된다. 약간의 의외성만 부여해도 창의적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빤한 이야기와 내용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국제가수로 뜬 싸이는 뮤직비디오 한 방으로 정말 큰일을 냈다. 그동안 뮤직비디오는 노래 내용에 맞춰 영화나 드라마 같은 영상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강남스타일’은 메시지보다 춤과 일단 무조건 웃기고 보는 내용으로 채웠다. 이전과는 전혀 다른 뮤직비디오의 의외성이 먹힌 셈이다.
의외성을 실천하는 능력은 다양한 경험과 훈련을 통해 길러진다. 그래서 ‘헛된 경험이란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자신이 원치 않는 일, 소모되는 것처럼 보이는 업무, 빛이 나지 않는 위치에서의 반복된 경험에 결코 좌절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경험은 알고 보면 다음 단계로의 도약을 위한 근육이기 때문이다. 평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어제와는 다른 생각, 사물에 대한 진지한 질문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방송 소재는 정말 익숙하다. 그러나 구성까지 익숙한 것은 아니다. 시청자를 만족시키려면 기존 포맷에서 더하기와 빼기를 잘해야 한다. 24시간 내내 동물만 나오는 영국 BBC ‘애니멀 플래닛’ 채널을 보자. 이 채널에선 미어캣 가족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동물 시트콤이 단연 인기다. 엄마는 헬레나, 딸은 엘리자베스다. 딸이 반항해 집을 뛰쳐나가 혼자 사는 장면도 나온다. 모두 방송국 스태프들이 지어준 이름이고 스토리다. 사람은 한 명도 없이 동물만 나오지만 남다른 내용에 시청자는 열광한다.
방송을 포함한 콘텐츠 제작자들은 대중을 가르치려 한다. 제작자 눈은 대중 시선과 달라야 한다는 강박감을 지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중을 만족시킬 우수한 콘텐츠는 대중 눈높이에서 탄생한다. 대중은 또한 콘텐츠 제작 과정의 작위성보다 콘텐츠에 담긴 진심을 보고 느끼며 감동한다. 콘텐츠에서 진심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다.
예능프로그램이 대중 머릿속에 각인되기까지는 3~4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시청자가 프로그램의 간을 보는 시간이다. 한순간 시청률을 끌어올리는 터닝포인트가 있는데 ‘1박 2일’의 김종민 낙오 해프닝, ‘이경규가 간다’의 장애인 부부 정지선 지키기 등이 그것이다. 이런 돌발 상황은 프로그램을 살리기도 죽이기도 한다. ‘현장에 답이 있다’라는 말이 틀리지 않는다.
2010년부터 사명감으로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베트남, 칠레까지 전 세계 20만 명을 대상으로 ‘케이팝(K-pop) 월드투어’를 진두지휘해 성공한 저자는 콘텐츠의 중요성과 가능성을 다음과 같이 설파한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은 감동의 연속이다. 콘텐츠는 대중의 삶만 변화시키는 게 아니라 제작하는 사람의 역사도 변화시킨다. 그리고 콘텐츠는 세상을 움직이는 가장 힘 있는 권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