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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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시·지속적 직무 계약직 채용 관행 없앨 것”

10대 그룹 최초 대규모 정규직 전환 한화그룹 | 이상열 한화호텔&리조트 인사팀장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13-04-29 11: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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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시·지속적 직무 계약직 채용 관행 없앨 것”
    3월 1일 비정규직 노동자 1902명이 정규직으로 거듭났다. 한화그룹(한화) 계약직원들 얘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새로운 신분계층 구분처럼 여겨지는 우리 사회에서 대규모 정규직 전환이 일괄적으로 이뤄진 건 사뭇 파격이다. 한화의 이번 조치는 국내 10대 그룹 가운데 처음. 한화 계열사 중 가장 많은 704명을 정규직화한 한화호텔·리조트㈜의 이상열(48) 인사팀장에게서 정규직 전환의 배경과 과정에 대해 들었다.

    호텔, 리조트, FC(Food Culture) 부문을 운영하는 한화호텔·리조트엔 직원 6700여 명이 일하고 있다.

    직무 만족도와 삶의 질 제고

    ▼ 이번 정규직 전환의 취지는?

    “두 가지다. 첫째는 종업원의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보장하는 고용안정을 통해 동기 부여를 해주고 소속감을 높여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끌어올림으로써 서비스 직군의 잦은 이직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이는 좀 더 차원 높은 고객 서비스 제공과 생산성 향상을 위한 것이다. 둘째는 종업원의 생계 부담을 덜어줌으로써 직무 만족도를 높이고 그들 삶의 질을 높이려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 때문이다. 한화는 ‘함께 멀리’라는 그룹 가치를 항상 강조해왔다.”



    ▼ 1월 27일 정규직 전환 대상자가 2043명이 될 것이라 발표했는데, 실제 전환이 이뤄진 3월 1일엔 당초보다 141명이 줄었다. 그 이유는?

    “141명 중 대다수가 정규직 전환 시기에 임박해 중도 퇴사하거나 휴직한 이들이다. 그리고 일부는 결격 사유가 있다고 평가돼 정규직 전환 심사에서 탈락했다. 이번에 탈락한 계약직원들에 대해선 유보기간을 두고 추후 재심사를 통해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의 직무 형태는?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직무다. 즉, 호텔 및 리조트의 서비스 인력, 백화점 판매사원, 직영시설관리 인력, 고객상담사 등인데, 이들의 공통점은 숙련된 고객 서비스 능력을 갖춰야 하는 인력이라는 것이다. 계열사별로 보면 한화호텔·리조트가 704명, 한화손해보험 548명, 한화63시티 217명, 한화갤러리아 143명, 한화케미칼 64명, 한화생명 69명, 한화L·C 42명, ㈜한화 31명, 기타 회사 84명이다. 이번 정규직 전환 이전에도 한화의 계약직원들은 소속사별로 각자 맡은 직무에 따라 1~2년 계약직으로 일한 뒤 정규직으로 전환돼왔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모두 기존 정규직원과 동일한 복리후생, 승진 기회, 정년을 보장받는다.”

    ▼ 이번 정규직 전환 심사 방식은?

    “계열사별 내부 평가표의 각 항목별로 전환 대상자가 속한 해당 부서의 장과 임원이 평가해 총점 90점이 넘은 경우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 직원 중 60%가량은 여성이다. 회사 내 여성 인력의 고용안정 효과를 불러와 현장에서의 반응도 좋다. 일례로, 한화 아쿠아플라넷 제주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하던 푸드코트 조리직 여성 직원 10여 명은 계약만료 시점을 앞두고 계약해지를 통보받을까 봐 불안해했으나 정규직으로 전환됨으로써 고용불안에서 벗어나 더욱 활기차게 일하게 됐다고 한다.

    한화 기간제 직원 비율은 10.8%

    ▼ 정규직 전환에 따른 업무 효율성 면에서의 변화는?

    “두 달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라 아직 따져보지는 않았다. 생산성과 직원 만족도 등은 최소 6개월 이후에 판단할 생각이다.”

    ▼ 다른 대기업 반응은?

    “모 그룹의 리조트 계열사 인사팀에서 한화의 정규직 전환 배경과 직원들의 급여조건, 복리후생 부분 등에 대해 문의해온 적이 있다. 대기업마다 처한 현실이 다르긴 하지만, 조만간 정규직 전환이 잇따르지 않을까 생각한다.”

    ▼ 한화는 올해 3월 상반기 대졸 신입사원 채용부터 한화인적성검사(HAT)도 과감히 폐지했다. 그렇게 결정한 이유는? 다른 그룹과 대형 공기업들은 여전히 시행 중인데.

    “인적성검사에 대한 취업준비생들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다. 그룹 차원에서도 응시원서 접수부터 최종합격자 발표까지 걸리는 기간이 대폭 줄어 우수한 인재를 조기 발굴해 채용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한화호텔·리조트의 경우 신입사원 채용에 7124명이나 지원해 당초 계획보다 3명 더 많은 14명을 뽑았다. 그룹 전체로는, 450명 채용에 5만6700여 명이 몰렸다. 경쟁률이 126대 1이다. 지난해 경쟁률은 102대 1이었다.”

    ▼ 앞으로 계획은?

    “향후에도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직무에 대해선 계약직으로 채용하는 관행을 없애고 정규직으로 바로 채용해 비정규직 비율을 점차 감소시킬 것이다.”

    이번 정규직 전환으로 한화는 그룹 전체 직원 중 비정규직 비율이 16.7%에서 10.8%로 낮아졌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25%보다도 훨씬 낮은 수치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제민주화 바람이 거세다. 하지만 여전히 비정규직 문제는 해결이 쉽지 않은 사회문제로 남아 있다. 한화의 정규직 전환 결단이 돋보이는 까닭이다.

    정규직 전환 플라자호텔 직원 이슬기 씨

    “일에 더 집중…마음가짐부터 달라져”


    “상시·지속적 직무 계약직 채용 관행 없앨 것”
    서울 플라자호텔 일식당 ‘무라사키’의 종업원 이슬기(21·사진) 씨도 한화그룹 정규직 전환 직원 중 한 명이다. 한국영상대(옛 공주영상대) 항공운항과를 졸업한 이씨는 졸업 전인 2011년 9월부터 플라자호텔에서 계약직원으로 서빙 일을 해왔다. 플라자호텔은 그의 첫 직장이다.

    정규직 전환 후 예전과 달라진 점은?

    “업무 자체가 크게 달라진 건 없다. 그런데 주변에선 일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고들 한다. 막상 정규직원이 되니 마음가짐부터 달라지는 걸 스스로 느낀다. 애사심이 커졌다는 칭찬도 단골 손님들로부터 많이 듣는다.”

    만일 정규직 전환이 되지 못했다면?

    “정규직 전환 시기에 많은 고민을 했다. 심사에서 탈락하면 생계 문제 때문에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갈까도 생각했다. 심리적 압박이 매우 컸는데, 이젠 다 잊고 일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다.”

    앞으로 직장생활 계획은?

    “일식당에 일본인 등 외국 손님이 많다. 그래서 외국어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할 생각이다. 서비스업 특성상 질 높은 서비스 제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기계발에 힘써 식음료 전문가로 성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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