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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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 ‘낙하산 회장’ 막아낼까

막강 권한 사외이사 ‘도원결의’…정부도 ‘관치’ 부담 제 식구 밀어 넣기 주저

  • 박신영 한국경제 금융부 기자 nyusos@hankyung.com

    입력2013-04-22 09: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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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금융 ‘낙하산 회장’ 막아낼까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4월 14일 공식적으로 사의를 표명하면서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의 깊은 인연으로 강만수 전 산은지주 회장,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 김승유 전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함께 금융권 4대 천왕이라고 불렸다가 지난해 김 전 회장을 시작으로 최근 강 회장과 이 회장까지 사임했거나 사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어 회장은 7월 12일로 예정된 임기 만료 시점까지 업무에 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혀왔다. 문제는 그의 연임 여부다. 그는 연임 의사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사외이사들에게 물어봐야 할 일”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반복한다.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놓고 갈등

    어 회장은 KB금융지주 이사회가 관리하는 회장 후보단에 포함돼 있긴 하다. KB금융지주 경영진도 함께 후보군에 올랐다. 이사회는 이미 이들에 대한 기초적인 검증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차기 회장 선임 절차는 6월 말쯤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 회장의 임기가 7월 중순까지인 데다 통상 3주 전엔 주주총회 개최 통지서를 발송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렇다.

    어 회장이 후보군에 포함됐긴 하지만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통과하기엔 난관 몇 개를 통과해야 한다. 무엇보다 사외이사들과의 관계 회복이 필요하다. KB금융지주 회추위는 외부 인사나 내부 경영진을 제외하고 사외이사 9명 전원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사외이사들 권한이 막강하다. 하지만 어 회장 처지에선 불행히도 지난해부터 일부 사외이사들과 극한 대립을 빚어왔다.



    어 회장과 사외이사들의 갈등 관계는 지난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극명히 드러났다. 어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KB국민은행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KB금융지주의 계열사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려고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추진했다. 반면, 몇몇 사외이사들은 고령화시대에 보험산업의 전망이 불투명한 데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 수익성이 더 악화할 것이라는 이유로 인수에 반대했다. 결국 어 회장은 지난해 12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건을 이사회 표결에 부쳤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는 아픔을 맛봤다.

    문제는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무산 배경에 경영상의 판단이 아닌 KB금융지주 경영진과 사외이사들 간의 감정적 대립이 작용했다는 점이다. 일부 사외이사들은 어 회장이 지난해 초부터 이사회와 충분한 논의 없이 언론에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상황을 알린 데 대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와중에 지난해 11월엔 어 회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사외이사들과 가진 만찬석상에서 “왜 ING생명 인수를 못 하게 하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하며 소동을 벌인 사실이 공개되기도 했다.

    결국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는 불발됐지만 후폭풍은 거셌다. 어 회장에 대한 사외이사들의 불신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관측이 정설로 굳어지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어 회장의 최측근이던 박동창 부사장이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이사회 반대로 무산된 것에 반발해, 미국의 주주총회 안건 분석기관인 ISS와 접촉해 “이경재 이사회 의장 등 일부 정부 측 사외이사가 KB금융지주를 좌지우지한다”는 내용의 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3월 보직해임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당시 한 사외이사는 “어 회장이 박 부사장의 배후에 있었는지 우리가 증명할 길은 없지만 의혹은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어 회장이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회추위를 통과하기가 쉽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적잖은 대가 치를 듯” 전운 감돌아

    지금은 오히려 어 회장의 연임 여부보다 이사회와 새 정부당국 간 갈등 개연성이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최대 변수로 떠오른다. 차기 KB금융지주 회장 자리를 두고 금융당국과 새 정권 창출에 기여한 사람들 사이에 벌써부터 알력다툼이 있다는 후문도 도는 가운데,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낙하산에 대해선 직을 걸고서라도 막겠다”는 견해를 공공연히 밝힌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은 금융계에서 정평이 났다. 전략적 판단으로 추진한 대형 인수건이 사외이사들의 ‘반란’으로 무산된 것 자체가 우리나라에서는 흔치 않은 사례다. KB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의 독립성이 강한 것은 KB금융지주의 성장이력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2001년 합병했고, 당시 부임한 김정태 전 행장은 “사외이사가 은행 업무를 알아야 제대로 구실을 할 수 있다”고 공공연히 말하곤 했다. 김 전 행장은 주택은행을 뉴욕 증시에 상장하기 전 미국 증권관리위원회(SEC)로부터 합병 상장을 승인받는 과정에서 사외이사들의 구실을 크게 강화했다. 이사회 중심의 글로벌 스탠더드 경영을 해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강정원 전 행장도 사외이사 권한 강화에 기여했다. 그가 2007년 연임에 성공한 것도 1년이던 사외이사 임기를 3년으로 늘리고 이사회 중심 경영체제를 구축한 덕분이라는 평가다. 강 전 행장은 경쟁자이자 상사였던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과 대립각을 세우며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데 사외이사들을 적극 활용했다.

    이 같은 배경 때문에 금융당국에서도 쉽사리 정권 입맛에 맞는 인사를 내려보내기가 부담스러울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ISS 사태를 통해 금융권에 여전히 남은 관치 흔적이 해외 투자자들에게도 고스란히 드러난 만큼 예전처럼 대놓고 친정부 인사를 회장 후보로 밀어 넣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사외이사들도 이 같은 상황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여전히 금융당국 입김이 센 금융권에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에 대한 걱정이 앞서는 것이다. 특히 감독당국이 KB금융지주에 본격적으로 트집을 잡기 시작하면 감당하기 어려우리라는 점도 잘 안다. 한 사외이사는 “금융당국은 과거 강정원 행장 시절까지 코드가 안 맞는 인사에 대해선 가차 없이 조사권을 동원해 이들의 치부를 들춰냈다”며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고 큰소리는 쳤지만 적잖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하면 막막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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