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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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선명 TV ‘쩐의 전쟁’

중·대형차 맞먹는 고가에도 VVIP 중심으로 꾸준히 팔려

  • 권건호 전자신문 통신방송사업부 기자 wingh1@etnews.com

    입력2013-02-04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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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고선명 TV ‘쩐의 전쟁’

    삼성전자 UHD TV.

    TV 한 대 가격이 중·대형 자동차 가격보다 비싸다! 삼성전자가 최근 예약판매를 시작한 세계 최대 크기 85인치 초고선명(UHD) TV 가격이 4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웬만한 중형차 가격이 2000만 원대임을 감안한다면 자동차보다 비싼 TV인 셈이다. 일반인은 구매할 엄두조차 못 낸다.

    지난해 7월 LG전자가 예약판매를 시작한 84인치 UHD TV는 2500만 원이다. 역시 자동차 한 대 가격과 맞먹는다. 두 제품 모두 UHD를 지원하고 크기도 비슷하며 고가이지만, 가격차가 꽤 크다. 제품 크기 차이는 1인치인데 가격은 1500만 원이나 차이가 난다. 왜 그럴까.

    이번에 삼성전자가 LG전자 UHD TV보다 1인치 큰 제품을 내놓으며 가격을 1500만 원이나 높게 책정한 것은 그만큼 기술력 격차를 인정받고 싶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소비자에게 가격차만큼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심어주고 싶었을 것이다.

    TV업계에서 제품 크기 경쟁은 곧 자존심 경쟁이다. 새로운 기술방식의 제품을 누가 먼저 개발하느냐가 첫 번째 경쟁력이다. 그다음은 해당 방식에서 누가 먼저 더 큰 제품을 개발하느냐에 따라 기술력 경쟁의 우열이 가려진다. TV를 대형화하는 작업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액정표시장치(LCD)와 평판표시장치(PDP) 등 기존에 나왔던 TV에서도 크기 경쟁은 치열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대형 제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였다.

    삼성전자는 크기와 함께 디자인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기존 TV와 차별화한 ‘프레임 디자인’ 콘셉트를 적용해 프레임 안에 화면이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살린 것이다. 화면을 둘러싼 프레임에 고성능 스피커를 내장해 음질을 개선한 것도 특징이다. 손정환 삼성전자 한국총괄 마케팅팀 전무는 “85인치형 UHD TV는 기존에 없는 새로운 TV 디자인과 첨단 기술력이 만나 탄생했다”며 “앞으로도 혁신적 기술과 디자인을 통해 고객에게 최상의 만족감을 제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인치 차이가 1500만 원

    UHD TV 가격이 초고가로 책정된 데는 세계 최고 제품이라는 프리미엄도 한몫했다. LG전자가 84인치 제품을 내놓을 당시엔 84인치가 세계에서 가장 큰 모델이었다. 지금은 삼성전자가 예약판매를 하는 85인치 제품이 세계 최대 크기다.

    부품 가격이 높은 것도 이유다. 양산 제품이라면 규모 경제가 실현돼 가격이 낮아지지만, 현재 선보인 UHD TV는 소량 맞춤형 생산 제품이다. 부품 역시 소량만 생산하기 때문에 단가를 낮추는 것이 불가능하다. 부품 중에서도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을 제작하는 일은 특히 어렵다. 80인치 이상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제작하려면 특수 고가 장비가 필요하다.

    현재 출시된 UHD TV는 처음부터 희소성 가치를 노렸다. 앞선 기술력을 대내외에 자랑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효과를 위한 선도모델이기 때문이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판매보다 시장에 이정표를 남기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다.

    삼성전자는 UHD TV를 선착순 예약판매하면서 77대로 한정했다. 앞서 UHD TV 판매를 시작한 LG전자도 그랬다. 처음 예약판매를 시작했을 때는 84대 한정이었으며, 이후 백화점 등에 전시해 판매하고 해외 판매도 시작했다.

    이렇게 비싼 가격을 주고 TV를 사는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의외로 판매가 순조롭다. LG전자 UHD TV는 현재까지 국내에서만 300대 가까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예약판매 기간에만 70여 대가 팔렸고, 매달 50대 이상 꾸준한 판매실적을 올렸다. 미국, 중국 등 해외 40개국에서도 출시했는데, 판매량은 집계되지 않았지만 국내와 비슷하게 좋은 반응을 얻는 것으로 전해진다.

    비싸도 살 사람은 산다

    초고선명 TV ‘쩐의 전쟁’

    LG전자 UHD TV.

    업계 한 관계자는 “돈에 구애받지 않는 VVIP는 세계 최초, 세계 최대, 초고화질과 음질 등 프리미엄 제품을 갖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다”며 “가전사들이 이 점을 잘 알고 가격을 초고가로 책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한 “사실 가격과 상관없이 구매할 사람은 다 구매하기 때문에 2500만 원, 4000만 원보다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해도 판매량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그런 면에서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한 삼성전자 전략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가 올해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공개한 세계 최대 110인치 UHD TV의 주요 공략 대상을 중국과 중동 부호로 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110인치 제품은 최소 1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돈보다 최고라는 이미지를 선호하는 VVIP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예약판매를 시작한 85인치 제품도 부유층을 공략하는 차원에서 중국 등 해외 판매도 할 계획이다.

    일반 가정에는 언제쯤 UHD TV가 보급될까. 업계는 최소 5년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본다. 또 보급되더라도 현재 출시된 80인치보다 작은 모델이 되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현재는 UHD TV를 구매해도 볼 수 있는 콘텐츠가 제한적이다. UHD로 제작한 콘텐츠는 실험적인 작품들이다. UHD 방송 상용화는 빨라야 케이블에선 2015년, 지상파에선 2018년쯤 돼야 가능할 전망이다. 과거 고선명(HD) TV 보급이 확대된 시점이 지상파 방송에서 HD 콘텐츠 방송 비율이 높아진 뒤였음을 감안한다면 UHD TV 보급이 확대되기까지는 최소 5년 이상 걸린다는 계산이다.

    그 대신 보급량이 늘면 UHD TV 가격도 상당히 하락할 전망이다. PDP TV도 처음 등장했을 때는 1000만 원이 넘었지만, 보급모델이 등장하자 100만 원 이하까지 내려갔다. UHD TV 역시 대량 생산을 시작하면 가격이 크게 낮아지리라는 예측이 가능하다.

    크기도 다소 작아질 것으로 보인다. 80인치대 모델은 일반 가정에 설치하기엔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TV업계 관계자는 “대형 TV가 잘 팔리는 미국에서도 60인치대 모델이 가장 인기가 높다”면서 “우리나라 대형 TV 시장도 최근 60인치대로 옮겨가고 있는데, 주택 크기 등을 감안하면 일반 가정에서는 최대 70인치를 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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