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직업군인이 가장 선호하는 근무지 가운데 하나가 플로리다 주 탬파다. 탬파 시와 그 동일생활권인 주변 도시를 합쳐 인구 420만 명의 대도시가 형성된 데다 아열대의 온화한 기후와 해변 풍광을 자랑하고, 무엇보다 주민이 군인에게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근무지가 끊임없이 바뀌고 그때마다 대부분 벽지 병영촌이나 심지어 살벌한 전장을 전전해야 하는 군인에게 탬파는 잠시나마 보통 사람들 틈에 섞여 살면서 대도시의 편의성을 누릴 수 있는 곳이다.
탬파는 군과 뗄 수 없는 관계다. 맥딜 공군기지, 미군 중부 사령부, 미군 특수작전 사령부 등 각각 4성 장군이 지휘하는 대형 군부대 3개가 이곳에 주둔해 있다. 이들 부대에서 일하는 군인과 군속만 1만5000여 명이며, 많은 탬파 시민이 군납 또는 군인을 상대로 한 서비스업에 종사한다. 후자의 상당수는 직업군인으로 일하다 전역한 사람이다. 탬파 지역 경제가 군과 맞물려 돌아가다 보니 시민은 군인과 각별히 친숙하다. 육군 대장으로 전역한 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재직하던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60)를 졸지에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캔들도 그가 탬파에서 근무할 때 알게 된 한 여인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군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근무지
이번 스캔들의 중심에는 여성 2명이 등장한다. 한 명은 퍼트레이어스의 리더십을 소재로 한 책을 쓰면서 그와 가까워져 혼외정사까지 이어진 폴라 브로드웰(40)이고, 다른 한 명은 이 여자로부터 협박성 이메일을 받은 뒤 이를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제보한 질 켈리(37)다. 브로드웰은 켈리가 퍼트레이어스를 놓고 자신과 삼각관계에 놓였다고 생각해 질투심에 문제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웰의 이력은 화려하다. 전교 수석으로 고교를 마치고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우등으로 졸업했다. 10년간 여군 장교로 복무한 뒤 전역해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 중이다. 한 대학교 부설 테러 문제 연구소 부소장을 지냈고, 권위 있는 신문들에 글을 쓰기도 했다.
반면 켈리의 이력은 보잘것없다. 그런데도 대형 스캔들의 중심에 서기까지의 과정이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가는 전형적인 일그러진 경로로 해석되면서 브로드웰보다 더 많은 시선을 끈다.
최소한 이번 사건 전까지 켈리는 탬파 사교계의 여왕이었다. ‘탬파 베이 타임스’에 따르면, 그와 외과의사인 남편이 고급 주택가에 자리한 자기 집 뜰에서 수시로 연 파티에는 별 여러 개를 단 군인과 민간인 유지들이 주로 초대됐다. 탬파대학 총장, 탬파 시장, 플로리다 주 검찰총장이 이 파티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안주인의 치렁거리는 검정 머리카락과 고혹적인 미소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한다. 이 안주인을 연결고리로 군인과 군인, 군인과 민간인 간 인맥이 형성됐다. 음식 마련 등 파티 준비는 외부 케이터링 업체가 맡았다.
2008년부터 2년간 중부사령관으로 재직하던 퍼트레이어스 부부도 켈리 집 파티의 단골손님이었다. 퍼트레이어스는 탬파를 떠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사령관으로 일할 때도 켈리와의 유대를 끊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번 스캔들의 유탄을 맞은 존 앨런(58) 해병대 대장 역시 켈리 집 파티에 자주 초대받았다. 그가 켈리와 수없이 ‘부적절한 교신’을 한 것이 FBI 수사로 드러나면서 대통령은 그의 나토(NATO)군 사령관 발령을 보류했다.
켈리는 민간인 신분이지만 탬파 군부대에 자유롭게 출입 가능한 패스를 지니고 있었으며, 재작년 한 군 행사에서는 특수전 군인들과 함께 공중낙하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가 특별한 직함을 지닌 것은 아니었기에 이번 스캔들이 불거진 직후 언론은 그를 ‘민군(民軍) 친선을 위한 자원봉사자’ 등으로 지칭했다.
놀랍게도 켈리는 한국 정부가 위촉한 현지 명예총영사이기도 하다. 그의 벤츠 500 승용차에는 ‘명예총영사(Honorary Consul General)’라는 위촉패가 사건이 터진 뒤에도 붙어 있는 것이 TV 카메라에 잡혔다. 지난해 8월 이 위촉을 받을 때 다리를 놓은 사람이 퍼트레이어스인 것으로 전해졌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켈리는 한국 명예총영사 직함으로 한국과 관련한 이권에 개입하려는 시도도 했다. 8월 공화당 대선후보 확정을 위한 전당대회가 탬파에서 열렸을 때, 켈리는 행사장에서 뉴욕의 한 에너지회사(TGDS사) 대표 애덤 빅터를 만났고, 그로부터 석탄을 가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한국에서 할 수 있도록 로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빅터는 이 사업을 위해 9월 켈리를 하와이로 보내 한 한국인과 면담하도록 주선하기도 했으나, 켈리가 8000만 달러라는 터무니없이 많은 커미션을 요구해 두 사람 관계가 끊어졌다고 한다.
레바논에서 태어난 켈리는 아기 때 부모 품에 안겨 미국으로 이민했고, 스코트 켈리와 결혼해 지금의 성을 갖게 됐다. 결혼 전까지 그는 단지 낯선 땅에 뿌리 내리려는 가난한 이민자의 딸이었다. 그의 학력과 경력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변변히 내세울 만한 게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명예총영사 직함도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켈리 부부는 이번 사건 이전부터 경제적으로 파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는 개인 사업으로 탬파에 암센터, 부동산개발회사 등을 설립했으나 사업이 어려워 거액의 은행대출금을 연체한 상태였다. 카드빚도 많을 뿐 아니라, 세금도 미납상태여서 부부 명의 부동산은 압류됐으며, 채무 관련 소송도 아홉 건이나 걸려 있다.
이번 스캔들이 불거지자 수많은 취재진이 그의 집 주변에 연일 진을 쳤고, 그중 일부가 마당에까지 들어서자 그는 한국 112에 해당하는 범죄신고센터에 무단침입자가 생겼다고 신고했다. 이 신고 과정에서 켈리가 “나는 명예총영사로 불가침특권을 지닌 사람인데 이럴 수 있느냐”고 앙칼지게 말한 것이 녹음, 공개됐다. 이 주장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 명예총영사는 외교관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명예직이어서 별다른 특전이 없을뿐더러, 설령 특전이 있더라도 문제의 신고와 연관시킬 일은 아니다.
켈리의 쌍둥이 자매 나탈리 카왐도 켈리만큼은 아니지만 미국 고위층 인사들과 폭넓게 ‘얼굴을 트고’ 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카왐은 이혼한 뒤 최근까지 켈리집에서 함께 살았다. 이혼 당시 자녀 양육권이 전남편에게 넘어가자 카왐은 올해 초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고, 그 담당 판사에게 퍼트레이어스 당시 CIA 국장과 앨런 장군이 각각 카왐의 처지를 지지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하지만 담당 판사는 카왐이 엄마의 의무를 게을리한 것이 확실하다는 이유로 소송을 기각했다.
미국의 유력 언론들이 널리 인용하진 않았지만, 켈리 자매의 행각이 단순한 ‘허영끼’의 발로가 아니라 의도된 간첩 행위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탬파 중부사령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한 중동 전역에서 미군 작전을 지휘하는 후방 사령부다. 이 때문에 탬파에는 9·11테러 이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는 세계 여러 나라 파견관들이 주재한다. 이들 상당수가 켈리집 파티에 초대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곳에서 캘 수 있는 고급 정보들을 노리고 중동 반미세력과 결탁한 켈리가 탬파에 둥지를 튼 게 아니냐는 것이 이 의혹의 핵심이다. 켈리 부부는 당초 탬파에 연고가 없었으나 약 10년 전 남편이 이곳 한 종합병원에 취직하면서 이사했다. 간첩설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태의 파장은 훨씬 심각해질 것이다.
탬파는 군과 뗄 수 없는 관계다. 맥딜 공군기지, 미군 중부 사령부, 미군 특수작전 사령부 등 각각 4성 장군이 지휘하는 대형 군부대 3개가 이곳에 주둔해 있다. 이들 부대에서 일하는 군인과 군속만 1만5000여 명이며, 많은 탬파 시민이 군납 또는 군인을 상대로 한 서비스업에 종사한다. 후자의 상당수는 직업군인으로 일하다 전역한 사람이다. 탬파 지역 경제가 군과 맞물려 돌아가다 보니 시민은 군인과 각별히 친숙하다. 육군 대장으로 전역한 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재직하던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60)를 졸지에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캔들도 그가 탬파에서 근무할 때 알게 된 한 여인과의 인연 때문이었다.
군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근무지
이번 스캔들의 중심에는 여성 2명이 등장한다. 한 명은 퍼트레이어스의 리더십을 소재로 한 책을 쓰면서 그와 가까워져 혼외정사까지 이어진 폴라 브로드웰(40)이고, 다른 한 명은 이 여자로부터 협박성 이메일을 받은 뒤 이를 미국 연방수사국(FBI)에 제보한 질 켈리(37)다. 브로드웰은 켈리가 퍼트레이어스를 놓고 자신과 삼각관계에 놓였다고 생각해 질투심에 문제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브로드웰의 이력은 화려하다. 전교 수석으로 고교를 마치고 육군사관학교에 입학해 우등으로 졸업했다. 10년간 여군 장교로 복무한 뒤 전역해 하버드대 케네디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지금은 영국 킹스칼리지런던에서 박사 과정을 이수 중이다. 한 대학교 부설 테러 문제 연구소 부소장을 지냈고, 권위 있는 신문들에 글을 쓰기도 했다.
반면 켈리의 이력은 보잘것없다. 그런데도 대형 스캔들의 중심에 서기까지의 과정이 아메리칸 드림을 일궈가는 전형적인 일그러진 경로로 해석되면서 브로드웰보다 더 많은 시선을 끈다.
최소한 이번 사건 전까지 켈리는 탬파 사교계의 여왕이었다. ‘탬파 베이 타임스’에 따르면, 그와 외과의사인 남편이 고급 주택가에 자리한 자기 집 뜰에서 수시로 연 파티에는 별 여러 개를 단 군인과 민간인 유지들이 주로 초대됐다. 탬파대학 총장, 탬파 시장, 플로리다 주 검찰총장이 이 파티에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안주인의 치렁거리는 검정 머리카락과 고혹적인 미소에 매료될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한다. 이 안주인을 연결고리로 군인과 군인, 군인과 민간인 간 인맥이 형성됐다. 음식 마련 등 파티 준비는 외부 케이터링 업체가 맡았다.
2008년부터 2년간 중부사령관으로 재직하던 퍼트레이어스 부부도 켈리 집 파티의 단골손님이었다. 퍼트레이어스는 탬파를 떠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사령관으로 일할 때도 켈리와의 유대를 끊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또 이번 스캔들의 유탄을 맞은 존 앨런(58) 해병대 대장 역시 켈리 집 파티에 자주 초대받았다. 그가 켈리와 수없이 ‘부적절한 교신’을 한 것이 FBI 수사로 드러나면서 대통령은 그의 나토(NATO)군 사령관 발령을 보류했다.
켈리는 민간인 신분이지만 탬파 군부대에 자유롭게 출입 가능한 패스를 지니고 있었으며, 재작년 한 군 행사에서는 특수전 군인들과 함께 공중낙하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그가 특별한 직함을 지닌 것은 아니었기에 이번 스캔들이 불거진 직후 언론은 그를 ‘민군(民軍) 친선을 위한 자원봉사자’ 등으로 지칭했다.
놀랍게도 켈리는 한국 정부가 위촉한 현지 명예총영사이기도 하다. 그의 벤츠 500 승용차에는 ‘명예총영사(Honorary Consul General)’라는 위촉패가 사건이 터진 뒤에도 붙어 있는 것이 TV 카메라에 잡혔다. 지난해 8월 이 위촉을 받을 때 다리를 놓은 사람이 퍼트레이어스인 것으로 전해졌다.
‘LA타임스’에 따르면, 켈리는 한국 명예총영사 직함으로 한국과 관련한 이권에 개입하려는 시도도 했다. 8월 공화당 대선후보 확정을 위한 전당대회가 탬파에서 열렸을 때, 켈리는 행사장에서 뉴욕의 한 에너지회사(TGDS사) 대표 애덤 빅터를 만났고, 그로부터 석탄을 가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한국에서 할 수 있도록 로비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는 것이다. 빅터는 이 사업을 위해 9월 켈리를 하와이로 보내 한 한국인과 면담하도록 주선하기도 했으나, 켈리가 8000만 달러라는 터무니없이 많은 커미션을 요구해 두 사람 관계가 끊어졌다고 한다.
레바논에서 태어난 켈리는 아기 때 부모 품에 안겨 미국으로 이민했고, 스코트 켈리와 결혼해 지금의 성을 갖게 됐다. 결혼 전까지 그는 단지 낯선 땅에 뿌리 내리려는 가난한 이민자의 딸이었다. 그의 학력과 경력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변변히 내세울 만한 게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 명예총영사 직함도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켈리 부부는 이번 사건 이전부터 경제적으로 파탄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부부는 개인 사업으로 탬파에 암센터, 부동산개발회사 등을 설립했으나 사업이 어려워 거액의 은행대출금을 연체한 상태였다. 카드빚도 많을 뿐 아니라, 세금도 미납상태여서 부부 명의 부동산은 압류됐으며, 채무 관련 소송도 아홉 건이나 걸려 있다.
이번 스캔들이 불거지자 수많은 취재진이 그의 집 주변에 연일 진을 쳤고, 그중 일부가 마당에까지 들어서자 그는 한국 112에 해당하는 범죄신고센터에 무단침입자가 생겼다고 신고했다. 이 신고 과정에서 켈리가 “나는 명예총영사로 불가침특권을 지닌 사람인데 이럴 수 있느냐”고 앙칼지게 말한 것이 녹음, 공개됐다. 이 주장은 이치에 닿지 않는다. 명예총영사는 외교관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명예직이어서 별다른 특전이 없을뿐더러, 설령 특전이 있더라도 문제의 신고와 연관시킬 일은 아니다.
켈리의 쌍둥이 자매 나탈리 카왐도 켈리만큼은 아니지만 미국 고위층 인사들과 폭넓게 ‘얼굴을 트고’ 지내는 것으로 밝혀졌다. 카왐은 이혼한 뒤 최근까지 켈리집에서 함께 살았다. 이혼 당시 자녀 양육권이 전남편에게 넘어가자 카왐은 올해 초 이에 불복하는 소송을 냈고, 그 담당 판사에게 퍼트레이어스 당시 CIA 국장과 앨런 장군이 각각 카왐의 처지를 지지하는 탄원서를 보냈다. 하지만 담당 판사는 카왐이 엄마의 의무를 게을리한 것이 확실하다는 이유로 소송을 기각했다.
미국의 유력 언론들이 널리 인용하진 않았지만, 켈리 자매의 행각이 단순한 ‘허영끼’의 발로가 아니라 의도된 간첩 행위가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탬파 중부사령부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포함한 중동 전역에서 미군 작전을 지휘하는 후방 사령부다. 이 때문에 탬파에는 9·11테러 이후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에 동참하는 세계 여러 나라 파견관들이 주재한다. 이들 상당수가 켈리집 파티에 초대됐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런 곳에서 캘 수 있는 고급 정보들을 노리고 중동 반미세력과 결탁한 켈리가 탬파에 둥지를 튼 게 아니냐는 것이 이 의혹의 핵심이다. 켈리 부부는 당초 탬파에 연고가 없었으나 약 10년 전 남편이 이곳 한 종합병원에 취직하면서 이사했다. 간첩설이 사실이라면 이번 사태의 파장은 훨씬 심각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