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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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만큼 예쁜 더덕꽃 보셨나요?

더덕

  •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ymlee99@forest.go.kr

    입력2012-11-26 10: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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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기만큼 예쁜 더덕꽃 보셨나요?
    오감이 살아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입니다. 꽃을 만날 때는 더욱 그렇지요. 눈으로 보는 즐거움이 가장 먼저지만 거기에 코로 맡는 향기를 보태면 그 아름다움은 더욱 깊어집니다. 숲에서 꽃들을 만날 때 살짝살짝 스쳐오는 향기의 그윽함은 느낄 줄 아는 사람만의 행복입니다.

    식물은 때론 온몸으로 향기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백리향이란 꽃은 그 향기가 백 리를 가는 게 아니라 발끝에 스친 식물 향기가 백 리를 갈 때까지 이어진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랍니다. 요즘 유행하는 허브식물인 셈이지요.

    더덕도 그렇습니다. 먹거리로만 아는 사람은 향긋하게 무쳐 먹고 구워 먹을 수 있는 더덕 뿌리만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알고 보면 더덕은 향기를 온몸으로 품어내는 식물이면서 특별하고 아름다운 꽃을 자랑하는 우리 꽃이랍니다.

    그러고 보니 오래전 옛일이 생각납니다. 식물을 처음 공부하던 시절, 숲길을 걷노라니 한 선배가 “이 근처에 더덕이 있나 봐! 향기가 난다. 잘 찾아봐”라고 말했습니다. 이제 식물 세계에 살짝 발을 들여놓은 초보자 눈에는 식물이 가득한 이 숲에서 잠시 스친 코끝의 인연만으로 더덕 존재를 알아챈 선배의 능력이 경이롭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이제는 많은 사람이 그런 체험 정도는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아무튼 그렇게 더덕은 제게 향기로 다가왔습니다. 익숙한 꽃향기가 아닌 몸 전체로 반응하는 그윽한 식물 향으로 말이지요. 다만 애석하게도, 이젠 우거진 숲에서 더덕을 만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답니다.



    더덕을 보고 또 한번 크게 감동했던 것은 꽃을 구경하고 나서입니다. 워낙 먹는 것으로 유명한 식물이라 잎 4장이 마주보며 달리는 독특한 구조의 덩굴식물이란 건 알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우거진 숲에서는 꽃을 잘 피우지 않는 탓에 한참 후에야 여름에 피는 더덕 꽃을 실제 볼 수 있었습니다. 먹는 식물에서 연상되는 실용적이고 평범한 모습일 것이라는 선입견이 여지없이 무너졌지요. 초롱 모양으로 아래를 향해 달리는 더덕 꽃은 녹황색이 돌면서도 자주색 점과 무늬들이 멋지게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이런 꽃도 있구나!’ 하는 감동을 안겨줄 정도로 매우 개성 있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지요.

    왜 이 꽃에 더덕이란 이름이 붙었는지 명확하진 않습니다. ‘향약집성방’ 같은 책에서는 가덕(加德)이라 표기되어 있는데, ‘가’는 이두식 표기로 ‘더할 가’니 ‘더’로 읽어야 하고, 덕은 ‘덕’으로 읽는다고 설명해놨습니다.

    알다시피 더덕 뿌리는 갖가지 요리 재료로 쓰입니다. 한방에서는 더덕 뿌리 말린 것을 ‘사삼(沙蔘)’이라고 해서 귀한 약재로 치지요. 특히 열을 다스리고, 가래를 삭혀주며, 장을 튼튼히 하고, 독을 없애주는 등 무궁한 약효를 자랑합니다. 인삼(人蔘), 현삼(玄蔘), 단삼(丹蔘), 고삼(苦蔘)과 함께 백삼(白蔘)이라 부르며 오삼(五蔘)의 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또 봄엔 어린잎을 삶아 나물로 무쳐 먹거나 쌈을 싸먹어도 향긋하니 좋습니다.

    집에 마당이 있으면 덩굴을 올려 꼭 키우고 싶은 특별한 식물입니다. 오늘 저녁에는 재배한 더덕이라도 사서 방망이로 자근자근 두들긴 뒤 고추장 양념구이를 만들어 식탁에 올려놓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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