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문화의 나라 프랑스에서 ‘배고픈 직업’에 개의치 않고 앞날을 개척해나가는 젊은 아티스트가 있다. 예술에 인생을 건 청년 괴짜 기욤 코시네르가 사는 법을 알아봤다.
기욤은 1987년 프랑스 동부 스타니슬라스의 도시 낭시에서 대리석 장인으로 알려진 할아버지 일을 가업으로 이은 가정에서 3남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고 그림 그리기와 수집을 좋아했다. 미술, 건축에 관심은 많았지만 직업으로 삼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지 않았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조형예술과 비디오아트에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예술에 대한 지식은 풍부하지 않았지만 ‘배우려고 대학에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프랑스 최대 예술학교 보자르에 지원했다. 수년간 미술이나 조각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보자르를 일생일대의 등용문으로 여기는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기욤은 몰라도 너무 몰랐다. 그러나 까다롭기로 소문난 보자르 심사위원단은 오히려 그의 순수한 마음과 무한한 호기심, 독창적인 사고방식을 높이 평가했다. 기욤은 그렇게 보자르에 입학하면서 예술에 눈뜨기 시작한다.
자연을 사랑하는 괴짜 청년
기욤은 채식주의자다. 한때 소시지와 고기를 좋아했지만 19세 되던 해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우연히 도살장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인간 배를 채우려고 희생되는 동물들의 마지막 눈빛과 울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러다간 언젠가 지구에서 소나 돼지 등 모든 동물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물론 나 하나 고기를 안 먹는다고 지구환경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입 하나라도 줄이면 후회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육식을 즐기는 타인을 비난하지 않는다. 누구든 각자 자기만의 생활방식과 취향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채식주의자라는 이유로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 한계를 두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 집주인이 스테이크를 준비했다면 불평하지 않고 예의상 한입이라도 먹는다. ‘채식주의자라면서 왜 고기를 먹느냐’고 얘기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 때문에 남들이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에 제한을 둔다면 이기심밖에 되지 않는다. 채식주의 이념과 한 점의 고기는 모순이다. 그러나 남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내 손으로 직접 고기를 사서 요리해 먹지 않는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지키는 것이 나만의 채식주의 방식이다.”
타인을 배려하면서 개인적 이념과 현실은 확실히 구별하는 기욤의 별난 사고방식은 그의 작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기욤은 수년째 돌과 화석에 집착한다. 그는 이 세상에 돌 종류는 무한하고 그것으로 완성할 수 있는 예술품도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독특한 돌을 찾아다닌다. 8월 지인들과 프랑스 남부로 바캉스를 떠난 일주일 동안에도 손전등과 망치 하나만 들고 인근 마을 뒷산에 있는 폐 광산에 들어가 다양한 돌을 캐냈다. 또한 수확을 마친 포도밭이나 공사를 앞둔 매립지에서 밤새 삼엽충 화석을 찾아다녔으며, 피서객으로 가득한 호수에서는 카메라를 고정해놓고 사진 수백 장을 찍어 하루 만에 비디오아트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함께 휴가를 보낸 기욤의 친구는 “밤에는 숙소 불을 다 끄고 램프를 이용한 조명아트 사진을 촬영했다. 새벽 2, 3시까지 했다. 기욤이 가진 정말 다양한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궁금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모든 것은 자연적일 때 아름답다고 했다. 기욤이야말로 이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휴대전화가 발생시키는 먼지와 세균,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모른다. 주변 사람이 나와 연락하기가 힘들어 가끔 불평하지만 나는 여전히 필요성을 못 느낀다. 전화를 하는 것보다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 라고 말하는 그가 올해 26세 청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는 또한 늘 자전거로 이동하거나 걷는다. 몇 년 전 네덜란드 여행 때 친구들은 차나 비행기를 이용했지만 기욤은 열흘 먼저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일상에서도 가능하면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다. 집에서 차로 1시간 반 거리인 조부모 별장은 자전거를 타고 간다. 그는 “다들 나를 미쳤다고 얘기한다. 왜 사서 고생하느냐고. 하지만 건강도 지키고 추억도 만들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당당하게 말한다.
옹기 특성 활용한 설치작품 구상
프랑스도 사상 최대의 청년 실업률, 경제위기, 범죄 증가율 등으로 바람 잘 날 없다. 대학에서 10년 넘게 공부한 엘리트도 취직이 힘든 상황이니, 피카소나 고갱이 되지 않고서는 이렇다 할 미래를 보장받을 수 없는 젊은 예술가들의 어려움은 더하다.
하지만 기욤은 2010년 조형예술 석사 과정 때 보자르 박물관에서 ‘몬스터 먼치’라는 첫 전시회를 열었고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같은 해 낭시 영상 비엔날레에서는 소수 애호가들의 메카인 갤러리 9와 마이몽키 갤러리에 공동 작품을 전시했다. 2011년 홀연히 체코 오스트라바로 떠났던 기욤은 그곳에 머물면서 또 다른 예술에 눈떴다. 세계적 뮤지션 루 리드, 지미 페이지,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협연한 베이스 연주자 페르난도 선더스를 현지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 계기였다. 기욤의 포트폴리오에 매료된 선더스는 솔로 앨범 타이틀곡 ‘Plant a seed’의 뮤직비디오를 부탁했고, 100% 수작업으로 완성한 뮤직비디오는 MTV, TV3 등의 채널을 통해 각국에 방송됐다. 이후 프랑스로 돌아온 기욤은 쉼 없이 활동을 이어나갔다.
로렌-오트 마른 로터리클럽 예술대상 비디오 설치 부문에서 수상했고, 벨기에에서 개최한 조각 심포지엄 ‘Sites en lignes’에서는 대상과 관중이 뽑은 최고 작품상을 거머쥐며 2관왕을 차지했다. 현재는 보르도의 ‘PanOrama’ 비엔날레를 마치고 돌아와 지방의 유명한 조각가 전시에 쓸 대리석 작품을 제작 중이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정리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요즘 기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는 ‘발효’다. 식물, 음식, 술 등 모든 종류의 발효가 가진 예술성을 연구 중인 그는 한국 김치와 옹기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김치를 정말 오랫동안 보관하는데, 어떻게 배추가 아삭함을 유지하는지 신기하다. 얼마 전 한국 친구 집에서 먹었던 동치미 속 배가 생각난다. 우리가 평소 먹는 배와는 무척 달라 놀랐다. 프랑스에서는 치즈를 제외하고 발효 음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이었다. 한국 사람이 김치나 장을 보관하는 옹기도 신기하다. 숨을 쉬기 때문에 식자재를 오랫동안 보관해도 상하거나 균이 침투할 위험성이 없다고 들었다. 옹기의 이런 특성을 활용해 아주 독특한 설치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몇 년 전 프랑스 작가와 철학자들의 얼굴을 컨템퍼러리한 소형 마스크로 풍자작품을 만들던 중 한국 친구가 선물한 하회탈을 보고 한국 전통예술과 악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그는, 언젠가 한국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고 싶다고 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는 현재 세계 예술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예술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동양의 예술세계를 꼭 한번 경험해보고 그들에게 내 작품도 보여주고 싶다.”
머지않아 기욤 손을 통해 한국의 전통미가 살아 있는 옹기나 하회탈이 등장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독특한 철학과 별난 일상,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기욤 코시네르에게서 프랑스 예술의 미래를 본다.
*기욤 코시네르 홈페이지 : guillaume.cochinaire.free.fr
기욤은 1987년 프랑스 동부 스타니슬라스의 도시 낭시에서 대리석 장인으로 알려진 할아버지 일을 가업으로 이은 가정에서 3남1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그는 어릴 때부터 호기심이 많았고 그림 그리기와 수집을 좋아했다. 미술, 건축에 관심은 많았지만 직업으로 삼을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지 않았던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조형예술과 비디오아트에 호기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예술에 대한 지식은 풍부하지 않았지만 ‘배우려고 대학에 가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프랑스 최대 예술학교 보자르에 지원했다. 수년간 미술이나 조각을 체계적으로 공부하고 보자르를 일생일대의 등용문으로 여기는 다른 지원자들과 달리 기욤은 몰라도 너무 몰랐다. 그러나 까다롭기로 소문난 보자르 심사위원단은 오히려 그의 순수한 마음과 무한한 호기심, 독창적인 사고방식을 높이 평가했다. 기욤은 그렇게 보자르에 입학하면서 예술에 눈뜨기 시작한다.
자연을 사랑하는 괴짜 청년
기욤은 채식주의자다. 한때 소시지와 고기를 좋아했지만 19세 되던 해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우연히 도살장과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인간 배를 채우려고 희생되는 동물들의 마지막 눈빛과 울음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이러다간 언젠가 지구에서 소나 돼지 등 모든 동물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물론 나 하나 고기를 안 먹는다고 지구환경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 입 하나라도 줄이면 후회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육식을 즐기는 타인을 비난하지 않는다. 누구든 각자 자기만의 생활방식과 취향대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채식주의자라는 이유로 사회생활이나 인간관계에 한계를 두지도 않는다.
“다른 사람 집에 초대받아 갔을 때 집주인이 스테이크를 준비했다면 불평하지 않고 예의상 한입이라도 먹는다. ‘채식주의자라면서 왜 고기를 먹느냐’고 얘기하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 때문에 남들이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에 제한을 둔다면 이기심밖에 되지 않는다. 채식주의 이념과 한 점의 고기는 모순이다. 그러나 남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고 내 손으로 직접 고기를 사서 요리해 먹지 않는다는 원칙을 엄격하게 지키는 것이 나만의 채식주의 방식이다.”
타인을 배려하면서 개인적 이념과 현실은 확실히 구별하는 기욤의 별난 사고방식은 그의 작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기욤은 수년째 돌과 화석에 집착한다. 그는 이 세상에 돌 종류는 무한하고 그것으로 완성할 수 있는 예술품도 무한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는 곳마다 독특한 돌을 찾아다닌다. 8월 지인들과 프랑스 남부로 바캉스를 떠난 일주일 동안에도 손전등과 망치 하나만 들고 인근 마을 뒷산에 있는 폐 광산에 들어가 다양한 돌을 캐냈다. 또한 수확을 마친 포도밭이나 공사를 앞둔 매립지에서 밤새 삼엽충 화석을 찾아다녔으며, 피서객으로 가득한 호수에서는 카메라를 고정해놓고 사진 수백 장을 찍어 하루 만에 비디오아트 작품을 만들기도 했다. 함께 휴가를 보낸 기욤의 친구는 “밤에는 숙소 불을 다 끄고 램프를 이용한 조명아트 사진을 촬영했다. 새벽 2, 3시까지 했다. 기욤이 가진 정말 다양한 생각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지 궁금하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모든 것은 자연적일 때 아름답다고 했다. 기욤이야말로 이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휴대전화가 발생시키는 먼지와 세균,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을 모른다. 주변 사람이 나와 연락하기가 힘들어 가끔 불평하지만 나는 여전히 필요성을 못 느낀다. 전화를 하는 것보다 사람을 직접 만나는 것이 더 좋지 않은가” 라고 말하는 그가 올해 26세 청년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그는 또한 늘 자전거로 이동하거나 걷는다. 몇 년 전 네덜란드 여행 때 친구들은 차나 비행기를 이용했지만 기욤은 열흘 먼저 자전거를 타고 출발했다. 일상에서도 가능하면 대중교통이나 자가용을 이용하지 않는다. 집에서 차로 1시간 반 거리인 조부모 별장은 자전거를 타고 간다. 그는 “다들 나를 미쳤다고 얘기한다. 왜 사서 고생하느냐고. 하지만 건강도 지키고 추억도 만들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며 당당하게 말한다.
옹기 특성 활용한 설치작품 구상
기욤 코시네르(왼쪽)와 그가 제작한 ‘Plant a seed’ 뮤직비디오.
하지만 기욤은 2010년 조형예술 석사 과정 때 보자르 박물관에서 ‘몬스터 먼치’라는 첫 전시회를 열었고 나날이 성장하고 있다. 같은 해 낭시 영상 비엔날레에서는 소수 애호가들의 메카인 갤러리 9와 마이몽키 갤러리에 공동 작품을 전시했다. 2011년 홀연히 체코 오스트라바로 떠났던 기욤은 그곳에 머물면서 또 다른 예술에 눈떴다. 세계적 뮤지션 루 리드, 지미 페이지,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협연한 베이스 연주자 페르난도 선더스를 현지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 계기였다. 기욤의 포트폴리오에 매료된 선더스는 솔로 앨범 타이틀곡 ‘Plant a seed’의 뮤직비디오를 부탁했고, 100% 수작업으로 완성한 뮤직비디오는 MTV, TV3 등의 채널을 통해 각국에 방송됐다. 이후 프랑스로 돌아온 기욤은 쉼 없이 활동을 이어나갔다.
로렌-오트 마른 로터리클럽 예술대상 비디오 설치 부문에서 수상했고, 벨기에에서 개최한 조각 심포지엄 ‘Sites en lignes’에서는 대상과 관중이 뽑은 최고 작품상을 거머쥐며 2관왕을 차지했다. 현재는 보르도의 ‘PanOrama’ 비엔날레를 마치고 돌아와 지방의 유명한 조각가 전시에 쓸 대리석 작품을 제작 중이며, 다양한 프로젝트를 정리할 계획도 세워놓았다.
요즘 기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주제는 ‘발효’다. 식물, 음식, 술 등 모든 종류의 발효가 가진 예술성을 연구 중인 그는 한국 김치와 옹기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한국에서는 김치를 정말 오랫동안 보관하는데, 어떻게 배추가 아삭함을 유지하는지 신기하다. 얼마 전 한국 친구 집에서 먹었던 동치미 속 배가 생각난다. 우리가 평소 먹는 배와는 무척 달라 놀랐다. 프랑스에서는 치즈를 제외하고 발효 음식이 거의 없기 때문에 새로운 경험이었다. 한국 사람이 김치나 장을 보관하는 옹기도 신기하다. 숨을 쉬기 때문에 식자재를 오랫동안 보관해도 상하거나 균이 침투할 위험성이 없다고 들었다. 옹기의 이런 특성을 활용해 아주 독특한 설치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 좋을 것 같다.”
몇 년 전 프랑스 작가와 철학자들의 얼굴을 컨템퍼러리한 소형 마스크로 풍자작품을 만들던 중 한국 친구가 선물한 하회탈을 보고 한국 전통예술과 악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그는, 언젠가 한국에서 전시회를 개최하고 싶다고 한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는 현재 세계 예술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프랑스 예술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동양의 예술세계를 꼭 한번 경험해보고 그들에게 내 작품도 보여주고 싶다.”
머지않아 기욤 손을 통해 한국의 전통미가 살아 있는 옹기나 하회탈이 등장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독특한 철학과 별난 일상,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한 기욤 코시네르에게서 프랑스 예술의 미래를 본다.
*기욤 코시네르 홈페이지 : guillaume.cochinaire.fre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