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시금이 좋을까, 연금이 좋을까?”
712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의 대량 퇴직이 본격화하면서 퇴직금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래 퇴직금이란 근로자가 상당 기간 직장에서 일한 대가로 받는 일시금을 가리켰다. 그러다 2005년 12월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이후 퇴직을 앞둔 직장인은 일시금과 연금 중 어떤 것이 더 나을지를 두고 늘 설왕설래한다. 퇴직금을 한 번에 목돈으로 받아 사업자금으로 쓸까 하다가도 혹시 잘못되면 노후는 어떡하나 싶어 덜컥 겁이 나고, 노후생활비 명목으로 다달이 연금으로 나눠 받자니 감질난다.
퇴직금 많을수록 일시금이 유리?
일시금과 연금 중 어떤 게 좋을까.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니 딱히 뭐가 좋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세금만 갖고 따지면 퇴직금 규모가 작을 땐 일시금보다 연금이 유리해 보인다. 예를 들어 한 직장에서 10년간 근무하고 퇴직하면서 퇴직금으로 1억 원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이 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로 약 336만 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15년에 걸쳐 연금으로 받으면, 매년 약 900만 원을 받으면서 연금소득세로 13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15년간 납부할 세금을 합쳐도 200만 원이 안 된다.
물론 연금으로 받는 게 일시금으로 받는 것보다 낫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퇴직금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연금으로 수령하는 게 오히려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앞의 사례와 다른 조건은 동일하고 퇴직금 액수만 2억 원으로 바꿔보자. 이 경우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로 약 696만 원을 내야 한다. 반면 15년간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해마다 1800만 원을 수령하면서 연금소득세로 58만 원 남짓 내야 한다. 그렇게 15년 동안 내면 900만 원 가까이 되니까 일시금으로 받을 때보다 세금 부담이 훨씬 커진다. 한 직장에서 10년간 근무하고 퇴직하는 근로자의 경우 퇴직금이 1억4000만 원 미만일 때는 연금으로 나눠 받는 게 세금 부담이 적고, 퇴직금 규모가 이보다 클 때는 일시에 받는 게 유리하다.
이 같은 이유로 고액 퇴직금 수령자 중에 연금보다 일시금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정부가 연금수령을 유도하려고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퇴직소득세를 계산할 때 적용하던 각종 공제혜택을 줄이거나 없애버려,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하면 세금 부담이 커지게 한 것이다. 앞선 사례와 같이 어떤 사람이 한 직장에서 10년간 근무하고 퇴직하면서 1억 원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지금 세법대로라면 퇴직소득세로 336만 원을 납부하면 되지만 개정세법을 적용하면 587만 원으로 늘어난다.
반면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사람을 위한 세제 지원은 강화된다. 연금소득 분리과세 한도를 연간 600만 원에서 1200만 원까지 확대하고, 지금까지 연금소득에 포함했던 국민연금을 분리과세 대상 연금소득에서 제외했다. 연금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도 3.3%(주민세 포함)로 낮춰 세금 부담을 가볍게 했다.
퇴직소득세 돌려받는 방법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개인형 퇴직연금’(이하 IRP)에 가입해야 한다. IRP는 현재 퇴직연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이면 은행, 증권, 보험사 어디서든 가입할 수 있다. 이미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라면 퇴직할 때 퇴직금이 근로자가 지정해둔 IRP계좌로 자동 이전된다. 이때 퇴직소득세를 바로 납부하지 않고 나중에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를 납부하면 돼 과세이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가 연금을 수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근로자가 퇴직하면서 일시금으로 받은 퇴직금의 80% 이상을 퇴직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IRP계좌에 예치하면 이미 납부한 퇴직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너무 짧아 가입기한을 놓치는 사람이 많은 데다, 퇴직금을 다른 용도로 써버리고 난 퇴직자로서는 퇴직금의 80% 이상을 다시 예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사실을 잘 아는 정부가 IRP제도 활성화를 위해 세법개정에 나섰다. 내년부터는 가입기한이 퇴직일로부터 60일 이내가 아닌 퇴직금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로 바뀐다. 통상 기업들은 법률에 따라 근로자가 퇴직한 날부터 15일 안에만 퇴직금을 지급하면 문제가 없다. 따라서 가입기한 기준을 퇴직한 날에서 퇴직금 수령일로 바꾸면 IRP 가입기한이 최장 보름 정도 길어진다. 내년부터는 최소가입금액 제한도 없어진다. 따라서 부채상환이나 자녀 결혼자금 등으로 불가피하게 퇴직금을 써야 한다면, 쓰고 남은 돈만 IRP계좌에 적립하면 된다. 이럴 경우 적립한 금액에 비례해 퇴직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IRP에서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퇴직자는 자신의 상황과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다. 퇴직금을 좀 더 안전하게 운용하고 싶다면 정기예금과 저축보험 같은 원리금보장상품에 가입하면 된다. 반대로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바란다면 펀드 등 실적배당상품에 투자하면 된다. 실적배당상품이라도 주식같이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에는 40% 이상 투자하는 것을 법률로 금지하고 있다.
연금수령은 55세부터 가능하다. 수령 방식 또한 자기 처지에 맞게 고르면 된다. 퇴직금을 별다른 위험 없이 안전하게 운용하면서 연금을 받고 싶다면 연금보험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이때 연금수령 방법으로 ‘종신형’을 선택하면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매달 더 많은 연금을 수령하고 싶다면 월지급식펀드 같은 투자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712만 명에 이르는 베이비붐세대(1955~1963년생)의 대량 퇴직이 본격화하면서 퇴직금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본래 퇴직금이란 근로자가 상당 기간 직장에서 일한 대가로 받는 일시금을 가리켰다. 그러다 2005년 12월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면서 퇴직금을 연금으로 받을 수 있게 됐다. 이후 퇴직을 앞둔 직장인은 일시금과 연금 중 어떤 것이 더 나을지를 두고 늘 설왕설래한다. 퇴직금을 한 번에 목돈으로 받아 사업자금으로 쓸까 하다가도 혹시 잘못되면 노후는 어떡하나 싶어 덜컥 겁이 나고, 노후생활비 명목으로 다달이 연금으로 나눠 받자니 감질난다.
퇴직금 많을수록 일시금이 유리?
일시금과 연금 중 어떤 게 좋을까.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니 딱히 뭐가 좋다고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세금만 갖고 따지면 퇴직금 규모가 작을 땐 일시금보다 연금이 유리해 보인다. 예를 들어 한 직장에서 10년간 근무하고 퇴직하면서 퇴직금으로 1억 원을 받는다고 가정해보자. 이 돈을 일시금으로 받으면 퇴직소득세로 약 336만 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15년에 걸쳐 연금으로 받으면, 매년 약 900만 원을 받으면서 연금소득세로 13만 원 정도만 내면 된다. 15년간 납부할 세금을 합쳐도 200만 원이 안 된다.
물론 연금으로 받는 게 일시금으로 받는 것보다 낫다고 속단하기는 이르다. 퇴직금이 일정 규모를 넘어서면 연금으로 수령하는 게 오히려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앞의 사례와 다른 조건은 동일하고 퇴직금 액수만 2억 원으로 바꿔보자. 이 경우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하면 퇴직소득세로 약 696만 원을 내야 한다. 반면 15년간 연금으로 나눠 받으면, 해마다 1800만 원을 수령하면서 연금소득세로 58만 원 남짓 내야 한다. 그렇게 15년 동안 내면 900만 원 가까이 되니까 일시금으로 받을 때보다 세금 부담이 훨씬 커진다. 한 직장에서 10년간 근무하고 퇴직하는 근로자의 경우 퇴직금이 1억4000만 원 미만일 때는 연금으로 나눠 받는 게 세금 부담이 적고, 퇴직금 규모가 이보다 클 때는 일시에 받는 게 유리하다.
이 같은 이유로 고액 퇴직금 수령자 중에 연금보다 일시금을 선호하는 사람이 늘어나자, 정부가 연금수령을 유도하려고 세제개편안을 내놓았다. 퇴직소득세를 계산할 때 적용하던 각종 공제혜택을 줄이거나 없애버려, 퇴직금을 일시에 수령하면 세금 부담이 커지게 한 것이다. 앞선 사례와 같이 어떤 사람이 한 직장에서 10년간 근무하고 퇴직하면서 1억 원을 받는다고 가정할 때, 지금 세법대로라면 퇴직소득세로 336만 원을 납부하면 되지만 개정세법을 적용하면 587만 원으로 늘어난다.
반면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는 사람을 위한 세제 지원은 강화된다. 연금소득 분리과세 한도를 연간 600만 원에서 1200만 원까지 확대하고, 지금까지 연금소득에 포함했던 국민연금을 분리과세 대상 연금소득에서 제외했다. 연금소득에 대한 원천징수세율도 3.3%(주민세 포함)로 낮춰 세금 부담을 가볍게 했다.
한 증권사의 퇴직연금 스쿨에 참석한 수강생들.
퇴직금을 연금으로 수령하기로 마음먹었다면 ‘개인형 퇴직연금’(이하 IRP)에 가입해야 한다. IRP는 현재 퇴직연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이면 은행, 증권, 보험사 어디서든 가입할 수 있다. 이미 퇴직연금에 가입한 근로자라면 퇴직할 때 퇴직금이 근로자가 지정해둔 IRP계좌로 자동 이전된다. 이때 퇴직소득세를 바로 납부하지 않고 나중에 연금을 수령할 때 연금소득세를 납부하면 돼 과세이연 혜택을 누릴 수 있다.
퇴직연금에 가입하지 않은 근로자가 연금을 수령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경우 근로자가 퇴직하면서 일시금으로 받은 퇴직금의 80% 이상을 퇴직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IRP계좌에 예치하면 이미 납부한 퇴직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유예기간이 너무 짧아 가입기한을 놓치는 사람이 많은 데다, 퇴직금을 다른 용도로 써버리고 난 퇴직자로서는 퇴직금의 80% 이상을 다시 예치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사실을 잘 아는 정부가 IRP제도 활성화를 위해 세법개정에 나섰다. 내년부터는 가입기한이 퇴직일로부터 60일 이내가 아닌 퇴직금을 받은 날로부터 60일 이내로 바뀐다. 통상 기업들은 법률에 따라 근로자가 퇴직한 날부터 15일 안에만 퇴직금을 지급하면 문제가 없다. 따라서 가입기한 기준을 퇴직한 날에서 퇴직금 수령일로 바꾸면 IRP 가입기한이 최장 보름 정도 길어진다. 내년부터는 최소가입금액 제한도 없어진다. 따라서 부채상환이나 자녀 결혼자금 등으로 불가피하게 퇴직금을 써야 한다면, 쓰고 남은 돈만 IRP계좌에 적립하면 된다. 이럴 경우 적립한 금액에 비례해 퇴직소득세를 돌려받을 수 있다.
IRP에서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하기 때문에 퇴직자는 자신의 상황과 투자성향에 맞는 상품을 고를 수 있다. 퇴직금을 좀 더 안전하게 운용하고 싶다면 정기예금과 저축보험 같은 원리금보장상품에 가입하면 된다. 반대로 다소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바란다면 펀드 등 실적배당상품에 투자하면 된다. 실적배당상품이라도 주식같이 변동성이 큰 위험자산에는 40% 이상 투자하는 것을 법률로 금지하고 있다.
연금수령은 55세부터 가능하다. 수령 방식 또한 자기 처지에 맞게 고르면 된다. 퇴직금을 별다른 위험 없이 안전하게 운용하면서 연금을 받고 싶다면 연금보험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이때 연금수령 방법으로 ‘종신형’을 선택하면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수령할 수 있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매달 더 많은 연금을 수령하고 싶다면 월지급식펀드 같은 투자상품을 선택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