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4일 오후 6시, CJ아지트가 신인 뮤지션을 발굴해 지원하는 오디션 ‘튠업’ 10기 예선 쇼케이스에서 김거지의 노래 ‘독백’이 흘러나왔다. CJ아지트는 튠업에서 뽑힌 뮤지션에게 선배 뮤지션과의 공동작업, 음반 제작, 공연, 홍보 마케팅을 1년 동안 지원한다. 심사에 참여한 ‘김창완밴드’의 베이시스트 최원식은 “김거지는 기대할 것이 많은 뮤지션”이라고 평했다. 그는 다른 5팀과 함께 6월 18일 열리는 결선에 진출했다.
김거지.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든 이름이다. 본명은 김정균(28). 지난해 11월 유희열, 방시혁 등을 배출한 유명 가요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과 싸이월드 인기상을 동시에 수상한, 떠오르는 뮤지션이다. 5월 31일 발매한 그의 첫 EP(정규앨범을 내기 전 발매하는 미니앨범) 제목은 ‘밥줄’. EP 재킷엔 비쩍 말라 척추뼈가 드러난 거지가 무릎 꿇은 채 손을 내밀어 구걸하고 있다. 설명은 더 기막히다. 우울하고 찌질하고 외로운 거지다운 노래를 엮은 EP를 들어달라고 간절히 원하는 몸짓이란다.
김거지에게 재킷 사진의 모델이 누구냐고 물었다.
“바로 저예요. 척추뼈가 울퉁불퉁한 게 핵심이죠. 이 앨범은 진짜 제 밥줄이거든요.”
그는 제대 후 부모님 몰래 음악을 시작했지만 기타를 살 돈이 없었다. 그래서 100kg짜리 지미집 카메라 옮기기, 공사판 막노동, 노래방 청소 등을 하며 닥치는 대로 돈을 모았다. 그런 뒤 기타를 사고 나니 전기요금 낼 돈만 겨우 남았다. 가스비는 결국 못 내서 겨울에는 커피포트로 물을 끓여 머리를 감았다. 그런 생활을 하면서 김거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때 이후 식욕이 없어졌어요. 먹고 싶다는 느낌 없이, 생존을 위해서만 먹어요.”
그는 키 175cm에 몸무게 52kg으로, 홀쭉하게 마른 몸매다. 그래선지 음악으로 먹고살게 도와달라는 EP 제목 ‘밥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을 때 그의 어머니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병원에서 자선연주회를 열었는데, 그곳에 있는 피아노를 보자 문득 그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졌다. 병원 관계자에게 사정해 딱 한 곡만 연주할 기회를 얻었다. 더듬거리는 손, 엉망인 목소리로 이승열의 ‘기다림’을 불렀다. 하루 두 번의 면회시간만 기다리는 중환자실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 ‘기다림은 모두의 종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즉흥 공연 뒤 어머니의 주치의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당시의 알 수 없는 용기는 음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늦게 시작한 음악, 아무 배움도 없던 김거지는 어렵게 장만한 기타 ‘허밍버드(Humming bird)’를 들고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노래를 불렀다. 제목은 ‘독백’. 그는 “누구도 사랑할 수가 없다고 무엇도 아름답지가 않다고 난 어떡해 어떡하냐고” 자신에게 스스로 말을 걸었다. 옥탑방에서 밤낮으로 연습한 이 노래는 많은 누리꾼의 공감을 얻었다. 선배 가수 이한철은 “혼자서 자유롭게 통기타 들고 음악하는 모습이 좋다”며 그를 자기 콘서트에 게스트 가수로 초대했다.
음악으로 돈 벌어서 먹고살기엔 힘든 세상이다. 아이돌은 쏟아지고, 음반시장은 죽어가고, 음악인은 글이다 방송이다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그래도 김거지는 노래로 먹고사는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가진 게 없어 이젠 돌아갈 수도 없다는 그는 성공과 실패 같은 세상의 잣대가 자신과 음악을 가르지는 못할 것이라 믿는다.
“인디 가수들이 공연하면 가끔 관객은 하나도 없고, 다음 공연 팀만 그 노래를 들을 때가 있어요. 말도 못하게 생활이 힘들죠. 그런데 겉으로는 다들 멋있는 음악을 하잖아요. 이름도, 뜻도 거창하고. 그들의 내면마다 ‘김거지’가 있는 건 아닐까요.”
지금 당장 EP ‘밥줄’이 정말 그의 밥줄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그는 “언젠가는 ‘내가 제일 잘나가’라는 노래를 부를지도 모른다”며 빙그레 웃었다.
김거지. 한번 들으면 잊기 힘든 이름이다. 본명은 김정균(28). 지난해 11월 유희열, 방시혁 등을 배출한 유명 가요제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대상과 싸이월드 인기상을 동시에 수상한, 떠오르는 뮤지션이다. 5월 31일 발매한 그의 첫 EP(정규앨범을 내기 전 발매하는 미니앨범) 제목은 ‘밥줄’. EP 재킷엔 비쩍 말라 척추뼈가 드러난 거지가 무릎 꿇은 채 손을 내밀어 구걸하고 있다. 설명은 더 기막히다. 우울하고 찌질하고 외로운 거지다운 노래를 엮은 EP를 들어달라고 간절히 원하는 몸짓이란다.
김거지에게 재킷 사진의 모델이 누구냐고 물었다.
“바로 저예요. 척추뼈가 울퉁불퉁한 게 핵심이죠. 이 앨범은 진짜 제 밥줄이거든요.”
그는 제대 후 부모님 몰래 음악을 시작했지만 기타를 살 돈이 없었다. 그래서 100kg짜리 지미집 카메라 옮기기, 공사판 막노동, 노래방 청소 등을 하며 닥치는 대로 돈을 모았다. 그런 뒤 기타를 사고 나니 전기요금 낼 돈만 겨우 남았다. 가스비는 결국 못 내서 겨울에는 커피포트로 물을 끓여 머리를 감았다. 그런 생활을 하면서 김거지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때 이후 식욕이 없어졌어요. 먹고 싶다는 느낌 없이, 생존을 위해서만 먹어요.”
그는 키 175cm에 몸무게 52kg으로, 홀쭉하게 마른 몸매다. 그래선지 음악으로 먹고살게 도와달라는 EP 제목 ‘밥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용기다. 군 복무 중 휴가를 나왔을 때 그의 어머니는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었다. 병원에서 자선연주회를 열었는데, 그곳에 있는 피아노를 보자 문득 그는 노래를 부르고 싶어졌다. 병원 관계자에게 사정해 딱 한 곡만 연주할 기회를 얻었다. 더듬거리는 손, 엉망인 목소리로 이승열의 ‘기다림’을 불렀다. 하루 두 번의 면회시간만 기다리는 중환자실 환자들과 보호자들에게 ‘기다림은 모두의 종교’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즉흥 공연 뒤 어머니의 주치의가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당시의 알 수 없는 용기는 음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늦게 시작한 음악, 아무 배움도 없던 김거지는 어렵게 장만한 기타 ‘허밍버드(Humming bird)’를 들고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노래를 불렀다. 제목은 ‘독백’. 그는 “누구도 사랑할 수가 없다고 무엇도 아름답지가 않다고 난 어떡해 어떡하냐고” 자신에게 스스로 말을 걸었다. 옥탑방에서 밤낮으로 연습한 이 노래는 많은 누리꾼의 공감을 얻었다. 선배 가수 이한철은 “혼자서 자유롭게 통기타 들고 음악하는 모습이 좋다”며 그를 자기 콘서트에 게스트 가수로 초대했다.
음악으로 돈 벌어서 먹고살기엔 힘든 세상이다. 아이돌은 쏟아지고, 음반시장은 죽어가고, 음악인은 글이다 방송이다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그래도 김거지는 노래로 먹고사는 사람이 되기를 꿈꾼다. 가진 게 없어 이젠 돌아갈 수도 없다는 그는 성공과 실패 같은 세상의 잣대가 자신과 음악을 가르지는 못할 것이라 믿는다.
“인디 가수들이 공연하면 가끔 관객은 하나도 없고, 다음 공연 팀만 그 노래를 들을 때가 있어요. 말도 못하게 생활이 힘들죠. 그런데 겉으로는 다들 멋있는 음악을 하잖아요. 이름도, 뜻도 거창하고. 그들의 내면마다 ‘김거지’가 있는 건 아닐까요.”
지금 당장 EP ‘밥줄’이 정말 그의 밥줄이 될지는 불확실하다. 하지만 그는 “언젠가는 ‘내가 제일 잘나가’라는 노래를 부를지도 모른다”며 빙그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