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추대론’으로 논란을 일으킨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위원 이상돈(61) 중앙대 교수는 애초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 “그간 여기저기서 많은 얘기를 해 좀 자제하려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차나 한잔 하자”는 요청을 뿌리치진 않았다.
며칠 뒤 강의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교로 찾아갔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금품수수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날이었다. 좁은 연구실은 책과 옷가지, 액자 등으로 번잡스러웠다. 감색 양복을 말쑥하게 입은 그는 옷맵시가 났다. 짙은 눈썹과 쌍꺼풀이 얼굴 윤곽을 선명히 드러냈다.
이 교수는 동행한 사진기자를 보고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만나는 것 기사로 쓸 거냐”고 물었다. “만난 김에 사진 좀 찍어놓으려 한다”고 눙치곤 인터뷰 모드로 들어갔다. 그가 과자 상자를 내놓았다. 과자를 손으로 집어먹는 기자와 달리 그는 꼭 휴지에 싸서 먹었다.
그는 ‘개혁적 보수주의자’로 불린다. 한담(閑談) 삼아 총선 결과를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기자가 “한국에 제대로 된 보수가 없는 것 아니냐”고 언급하자 그의 매서운 입담에 시동이 걸렸다.
“이명박 정권이 보수 때문에 망가진 게 아니지 않나. 실정(失政)했기 때문이지. 그걸 바로잡지 않고 맨날 남 탓, 좌파 탓만 해왔다. 이번에 좌파를 입에 올린 후보들 다 떨어지지 않았나.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현명했다. 새누리당 이념은 민생이라고. 그게 국민을 움직인 거다.”
▼ 이명박 정부의 최대 실정이라면.
“법과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 어떤 점에서 말인가.
“한마디로 준법정신이 없다. 대통령부터 법을 존중하지 않는다.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의식. 살아온 인생이 그렇기도 하고. 법치주의 국가라면 이런 사람은 뽑지 말았어야지.”
# 이런 사람 뽑지 말았어야
▼ 국민이 선택하지 않았나.
“잘못된 선택이니 대가를 치러야지(웃음).”
그가 느닷없이 크게 웃었다. 그의 대통령 비판은 생각보다 신랄하고 독했다.
“처음부터 잘못됐다. 내각 짤 때부터. 국민 공감이 전혀 없는 인물로 구성했다. 취임 직후 미국 가서 32개월짜리 몬태나산 쇠고기를 먹었다. 모든 일을 쉽게 생각한 거다.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고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최고경영자(CEO)가 말하면 사원들이 일제히 따르는 것처럼. 그는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증인을 해외에 도피시킨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사퇴했던 사람이다. 법치에 대한 개념이 없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 되면 실패하게 돼 있다.”
▼ ‘박근혜 추대론’으로 풍파를 일으켰는데.
“난 ‘추대’라는 말은 한 적 없다. 단지 ‘경선이 의미 없는 것 아니냐’고 했을 뿐이다. 하겠다면 하는 거지만. 경선이 만능은 아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2002년 대세론으로 떨어졌다고 하는데, 1997년엔 치열한 경선을 거쳤는데도 떨어졌지 않았나(웃음).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사실상 경선이 없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그렇고.”
▼ 현실적으로 경선을 안 할 수는 없지 않나.
“하긴 해도 김문수 경기지사나 정몽준 의원이 말하는 완전경선은 못할 거다. 해본 적도 없지만 해서도 안 되는 거다. 잘 몰라서 그렇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라는 게 문제가 많다. 당에 대한 충성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 찍을 수도 있는 거고.”
▼ 당대표는 수도권을 대변하는 인물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동쪽에선 표가 나올 만큼 나왔다. 서쪽에서 표를 얻어야 한다. 수도권, 충청, 호남. 호남은 총선에선 사표(死票)지만 대선에선 누적이다.”
그는 차기 당대표로 황우여 원내대표를 꼽았다. “친이(친이명박)계가 반발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친이계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잘라 말했다.
▼ 임기 말에 탈당한 대통령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고 보나.
“의미 없는 얘기다.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지 오래다. 이미지를 연상시키면 안 좋다는 의미겠지. (이 대통령은) 그림자처럼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다.”
▼ 줄곧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주장하지 않았나.
“탈당해 최시중 비리 사건을 덮으면 하나 마나다. 탈당이 중요한 게 아니라 권력형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단죄가 중요하다.”
그는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사건이 터졌을 때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 BBK 재수사 계기 생길 것
▼ 법학교수로서 BBK 사건을 어떻게 보나. 정권 바뀌면 재수사하지 않겠나.
“계기가 생길 거다. 야권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나. 최시중 비리 사건을 보라. 또 뭐가 터질지 모른다. 2007년 대선 자체를 부정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 최시중 전 위원장이 왜 돈 받은 사실을 인정했겠나. 뭔가 있으니 그렇지. 이런 상황에서 다 안고 가면 대선에서 턱도 없다.”
그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서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사찰세력이) 대통령에게 직보했다고 하는데, 사실로 확인되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진실은 영원히 가릴 수 있는 게 아니다.”
▼ 민간인 불법사찰이나 최시중 전 위원장 비리 사건에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야권에서 하야를 요구하지 않겠나. 그러면 새누리당에서 방어하기 힘들다. 그러니 그림자처럼 가는 게 가장 좋다(웃음). 사람은 뿌린 대로 거두는 거다. 올바르게 살아야지.”
4대강 사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그는 ‘4대강 사업 반대 국민소송단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약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시각도 일반적인 여권 정서와는 다르다.
“양자 간 무역체제인 FTA보다 다자간 무역체제인 국제무역기구(WTO)가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데 세상이 그렇게 가니. 백지화하기엔 너무 나갔지 않나. 한미관계도 있으니 문제점이 있으면 고쳐 해결해야지, 야당 주장대로 폐기할 순 없다. FTA 폐기 주장은 제주해군기지 반대와 더불어 총선 때 야당의 패착이었다.”
화제를 박근혜 비대위원장으로 돌렸다.
▼ 박 위원장의 최대 약점은 뭐라 보나.
“약점이라기보다 아쉬운 점은 때로 신중함이 지나치다는 거다.”
▼ 언로가 막혔고 소수 측근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있다.
“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의존하는 측근이 누군지 모르겠다.”
▼ 측근이라 불리던 이혜훈, 유승민 의원도 “다양한 의견이 전달되지 않는다”며 박 위원장의 보좌 기능에 문제를 제기했다.
“모르겠다. 공천 과정에 힘이 실렸던 사람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문대성, 김형태 당선자 건도 그래서 빨리 처리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내가 지켜보니 박 위원장은 자기 의견을 내세워 관철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확연히 다르다.”
그는 박 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크게 가까운 사이도 아니다”라며 “다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국 전망에 대한 인식이 같았다”고 말했다.
▼ 수도권과 젊은 세대에게는 박 위원장의 장점이 안 먹히는 것 같다.
“경제 정책에서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재벌 개혁이 재벌 해체는 아니다.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살려 엄격히 집행하자는 것뿐이다.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 이런 걸 시정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만 해도 이명박 정권과 크게 차별화됐다고 본다.”
▼ 박 위원장은 구체적인 정책과 자기 의견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보수의 경제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게 건전재정이다. 18대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건전재정에 대해 가장 많이 발언한 사람이 박 위원장이다. 야당은 ‘건전재정 지키면서 복지 할 수 있냐. 정직하지 않다’고 몰아쳤다. 사실 거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저 박근혜 인물론으로 답했던 거지. 그러니 야당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 거다.”
▼ 박 위원장의 경쟁력은 역시 도덕성인가.
“이명박 대통령과 정반대 이미지. 살아온 궤적에 비리가 없지 않나. 두 개의 ‘사’가 없는 사람이다. 사적인 사(私)와 사악할 사(邪). 이게 가장 큰 자산이다. 이 점에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갖췄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극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긴 부정적 유산, 이를테면 지역감정 같은 걸 해결할 수 있을 거로 본다.”
▼ 박 위원장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신앙이지 않나. ‘박정희=국가’ 아닌가.
“악담이다. 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 아버지를 비판하는 사람에게 냉담하지 않았나.
“비판론자들에게 진정성이 있었나. 의도를 갖고 모욕한 것 아닌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긍정적 면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부정적 면만 부각시켜서.”
▼ 집권하면 권위주의적으로 통치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민주주의가 후퇴할 거라는.
“에이, 절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박 위원장은 나와 같은 70학번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그렇고. (19)70년대에 대학생활을 겪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언론을 통제한다는 건가. 사법부를 통제한다는 건가(웃음). 이명박 정권이 왜 언론과 사법부를 통제하고 검찰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듣는가. 이유가 있지 않나. 그런데 박 위원장은 그럴 이유가 없잖은가(웃음).”
# 경선 치른다고 경쟁력 안 올라
▼ 이 대통령은 약점이 많아 그렇다는 건가.
“그렇다.”
그는 대선 승리를 낙관하지 않았다. 부산에서 야권 득표율이 높아진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대선, 쉽지 않다. 투표율이 (총선 때보다) 10%포인트는 올라갈 거다. (당내) 경선이 치열하면 대선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 정몽준 의원이 각을 세우고 있다.
“(박 위원장에게) 내상을 입힐 뿐이다. 페어플레이를 하겠나. 2010년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당대표에서) 물러났던 사람이 그렇게 당당할 수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 이재오 의원도 나섰다.
“이 정권 2인자로 책임을 느껴야 하는 사람 아닌가. 과연 건전하고 의미 있는 경선이 될지 걱정이다.”
▼ 김문수 지사가 그나마 낫나.
“별로 의미 없다고 본다. 이럴 바에야 지난번에 (도지사 선거에) 나오지 말았어야지.”
여권 대선주자들을 평가절하한 그는 야권 대선주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도 냉소적 시각을 드러냈다.
“일단 문재인 고문이 유력하다. 하지만 안철수 원장과 단일화하지 않을 거다. 안 원장이 문 고문을 지지한다든지, 무소속으로 나올 가능성은 있지만.”
▼ 안 원장이 문 고문보다 박 위원장에게 더 위협적일까.
“그렇지 않다. 유권자들이 무소속을 뽑을까.”
그는 김종인 전 의원과 더불어 새누리당 비대위의 핵심 인물이었다. 하지만 간간이 쓴소리를 내뱉었던 김 전 의원과 달리 ‘박근혜 전도사’라 할 만큼 일관되게 박 위원장을 옹호하는 자세를 취했다. 마지막으로 “정권 잡으면 뭘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지극히 도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모르겠다. 내 꿈은 사회가 올바르게 가고 정의와 진실이 살아나는 것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법이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하는 사회를 보고 싶을 뿐이다.”
며칠 뒤 강의 끝나는 시간에 맞춰 학교로 찾아갔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금품수수 비리로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날이었다. 좁은 연구실은 책과 옷가지, 액자 등으로 번잡스러웠다. 감색 양복을 말쑥하게 입은 그는 옷맵시가 났다. 짙은 눈썹과 쌍꺼풀이 얼굴 윤곽을 선명히 드러냈다.
이 교수는 동행한 사진기자를 보고 짐짓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오늘 만나는 것 기사로 쓸 거냐”고 물었다. “만난 김에 사진 좀 찍어놓으려 한다”고 눙치곤 인터뷰 모드로 들어갔다. 그가 과자 상자를 내놓았다. 과자를 손으로 집어먹는 기자와 달리 그는 꼭 휴지에 싸서 먹었다.
그는 ‘개혁적 보수주의자’로 불린다. 한담(閑談) 삼아 총선 결과를 놓고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기자가 “한국에 제대로 된 보수가 없는 것 아니냐”고 언급하자 그의 매서운 입담에 시동이 걸렸다.
“이명박 정권이 보수 때문에 망가진 게 아니지 않나. 실정(失政)했기 때문이지. 그걸 바로잡지 않고 맨날 남 탓, 좌파 탓만 해왔다. 이번에 좌파를 입에 올린 후보들 다 떨어지지 않았나.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현명했다. 새누리당 이념은 민생이라고. 그게 국민을 움직인 거다.”
▼ 이명박 정부의 최대 실정이라면.
“법과 절차를 무시한 것이다.”
▼ 어떤 점에서 말인가.
“한마디로 준법정신이 없다. 대통령부터 법을 존중하지 않는다.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의식. 살아온 인생이 그렇기도 하고. 법치주의 국가라면 이런 사람은 뽑지 말았어야지.”
# 이런 사람 뽑지 말았어야
▼ 국민이 선택하지 않았나.
“잘못된 선택이니 대가를 치러야지(웃음).”
그가 느닷없이 크게 웃었다. 그의 대통령 비판은 생각보다 신랄하고 독했다.
“처음부터 잘못됐다. 내각 짤 때부터. 국민 공감이 전혀 없는 인물로 구성했다. 취임 직후 미국 가서 32개월짜리 몬태나산 쇠고기를 먹었다. 모든 일을 쉽게 생각한 거다.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고 끌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한 거다. 최고경영자(CEO)가 말하면 사원들이 일제히 따르는 것처럼. 그는 (선거법 위반과 관련해) 증인을 해외에 도피시킨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사퇴했던 사람이다. 법치에 대한 개념이 없다. 그런 사람이 대통령 되면 실패하게 돼 있다.”
▼ ‘박근혜 추대론’으로 풍파를 일으켰는데.
“난 ‘추대’라는 말은 한 적 없다. 단지 ‘경선이 의미 없는 것 아니냐’고 했을 뿐이다. 하겠다면 하는 거지만. 경선이 만능은 아니다.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가 2002년 대세론으로 떨어졌다고 하는데, 1997년엔 치열한 경선을 거쳤는데도 떨어졌지 않았나(웃음).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도 사실상 경선이 없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그렇고.”
▼ 현실적으로 경선을 안 할 수는 없지 않나.
“하긴 해도 김문수 경기지사나 정몽준 의원이 말하는 완전경선은 못할 거다. 해본 적도 없지만 해서도 안 되는 거다. 잘 몰라서 그렇지 오픈 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라는 게 문제가 많다. 당에 대한 충성심이 전혀 없는 사람이 찍을 수도 있는 거고.”
▼ 당대표는 수도권을 대변하는 인물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동쪽에선 표가 나올 만큼 나왔다. 서쪽에서 표를 얻어야 한다. 수도권, 충청, 호남. 호남은 총선에선 사표(死票)지만 대선에선 누적이다.”
그는 차기 당대표로 황우여 원내대표를 꼽았다. “친이(친이명박)계가 반발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친이계는 사실상 사라졌다”고 잘라 말했다.
▼ 임기 말에 탈당한 대통령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이 탈당해야 한다고 보나.
“의미 없는 얘기다. 박근혜 위원장이 대통령 이름을 거론하지 않은 지 오래다. 이미지를 연상시키면 안 좋다는 의미겠지. (이 대통령은) 그림자처럼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거다.”
▼ 줄곧 이명박 정부와의 차별화를 주장하지 않았나.
“탈당해 최시중 비리 사건을 덮으면 하나 마나다. 탈당이 중요한 게 아니라 권력형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단죄가 중요하다.”
그는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사건이 터졌을 때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고 독설을 퍼부었다.
2월 16일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에 참석한 이상돈 교수(맨 오른쪽).
▼ 법학교수로서 BBK 사건을 어떻게 보나. 정권 바뀌면 재수사하지 않겠나.
“계기가 생길 거다. 야권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나. 최시중 비리 사건을 보라. 또 뭐가 터질지 모른다. 2007년 대선 자체를 부정하는 상황이 올지 모른다. 최시중 전 위원장이 왜 돈 받은 사실을 인정했겠나. 뭔가 있으니 그렇지. 이런 상황에서 다 안고 가면 대선에서 턱도 없다.”
그는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해서도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우려했다.
“(사찰세력이) 대통령에게 직보했다고 하는데, 사실로 확인되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진실은 영원히 가릴 수 있는 게 아니다.”
▼ 민간인 불법사찰이나 최시중 전 위원장 비리 사건에 대통령이 직간접으로 연루된 사실이 밝혀지면 어떻게 될까.
“야권에서 하야를 요구하지 않겠나. 그러면 새누리당에서 방어하기 힘들다. 그러니 그림자처럼 가는 게 가장 좋다(웃음). 사람은 뿌린 대로 거두는 거다. 올바르게 살아야지.”
4대강 사업을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그는 ‘4대강 사업 반대 국민소송단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약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시각도 일반적인 여권 정서와는 다르다.
“양자 간 무역체제인 FTA보다 다자간 무역체제인 국제무역기구(WTO)가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그런데 세상이 그렇게 가니. 백지화하기엔 너무 나갔지 않나. 한미관계도 있으니 문제점이 있으면 고쳐 해결해야지, 야당 주장대로 폐기할 순 없다. FTA 폐기 주장은 제주해군기지 반대와 더불어 총선 때 야당의 패착이었다.”
화제를 박근혜 비대위원장으로 돌렸다.
▼ 박 위원장의 최대 약점은 뭐라 보나.
“약점이라기보다 아쉬운 점은 때로 신중함이 지나치다는 거다.”
▼ 언로가 막혔고 소수 측근에 의존한다는 지적이 있다.
“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의존하는 측근이 누군지 모르겠다.”
▼ 측근이라 불리던 이혜훈, 유승민 의원도 “다양한 의견이 전달되지 않는다”며 박 위원장의 보좌 기능에 문제를 제기했다.
“모르겠다. 공천 과정에 힘이 실렸던 사람 때문에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 같다. 문대성, 김형태 당선자 건도 그래서 빨리 처리하지 못한 것 아니냐고. 내가 지켜보니 박 위원장은 자기 의견을 내세워 관철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확연히 다르다.”
그는 박 위원장과의 관계에 대해 “크게 가까운 사이도 아니다”라며 “다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정국 전망에 대한 인식이 같았다”고 말했다.
▼ 수도권과 젊은 세대에게는 박 위원장의 장점이 안 먹히는 것 같다.
“경제 정책에서 코페르니쿠스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재벌 개혁이 재벌 해체는 아니다. 공정거래법의 취지를 살려 엄격히 집행하자는 것뿐이다.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은 골목상권을 침해한다. 이런 걸 시정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만 해도 이명박 정권과 크게 차별화됐다고 본다.”
▼ 박 위원장은 구체적인 정책과 자기 의견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보수의 경제철학에서 가장 중요한 게 건전재정이다. 18대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건전재정에 대해 가장 많이 발언한 사람이 박 위원장이다. 야당은 ‘건전재정 지키면서 복지 할 수 있냐. 정직하지 않다’고 몰아쳤다. 사실 거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저 박근혜 인물론으로 답했던 거지. 그러니 야당은 미치고 환장할 노릇인 거다.”
▼ 박 위원장의 경쟁력은 역시 도덕성인가.
“이명박 대통령과 정반대 이미지. 살아온 궤적에 비리가 없지 않나. 두 개의 ‘사’가 없는 사람이다. 사적인 사(私)와 사악할 사(邪). 이게 가장 큰 자산이다. 이 점에선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카리스마를 갖췄다.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극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남긴 부정적 유산, 이를테면 지역감정 같은 걸 해결할 수 있을 거로 본다.”
▼ 박 위원장에게 박정희 전 대통령은 신앙이지 않나. ‘박정희=국가’ 아닌가.
“악담이다. 난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 아버지를 비판하는 사람에게 냉담하지 않았나.
“비판론자들에게 진정성이 있었나. 의도를 갖고 모욕한 것 아닌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긍정적 면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부정적 면만 부각시켜서.”
▼ 집권하면 권위주의적으로 통치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민주주의가 후퇴할 거라는.
“에이, 절대 그렇게 생각지 않는다. 박 위원장은 나와 같은 70학번이다. 김문수 경기지사도 그렇고. (19)70년대에 대학생활을 겪었는데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언론을 통제한다는 건가. 사법부를 통제한다는 건가(웃음). 이명박 정권이 왜 언론과 사법부를 통제하고 검찰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듣는가. 이유가 있지 않나. 그런데 박 위원장은 그럴 이유가 없잖은가(웃음).”
# 경선 치른다고 경쟁력 안 올라
▼ 이 대통령은 약점이 많아 그렇다는 건가.
“그렇다.”
그는 대선 승리를 낙관하지 않았다. 부산에서 야권 득표율이 높아진 것이 예사롭지 않다는 것이다.
“대선, 쉽지 않다. 투표율이 (총선 때보다) 10%포인트는 올라갈 거다. (당내) 경선이 치열하면 대선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말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 정몽준 의원이 각을 세우고 있다.
“(박 위원장에게) 내상을 입힐 뿐이다. 페어플레이를 하겠나. 2010년 지방선거 참패 책임을 지고 (당대표에서) 물러났던 사람이 그렇게 당당할 수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 이재오 의원도 나섰다.
“이 정권 2인자로 책임을 느껴야 하는 사람 아닌가. 과연 건전하고 의미 있는 경선이 될지 걱정이다.”
▼ 김문수 지사가 그나마 낫나.
“별로 의미 없다고 본다. 이럴 바에야 지난번에 (도지사 선거에) 나오지 말았어야지.”
여권 대선주자들을 평가절하한 그는 야권 대선주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 대해서도 냉소적 시각을 드러냈다.
“일단 문재인 고문이 유력하다. 하지만 안철수 원장과 단일화하지 않을 거다. 안 원장이 문 고문을 지지한다든지, 무소속으로 나올 가능성은 있지만.”
▼ 안 원장이 문 고문보다 박 위원장에게 더 위협적일까.
“그렇지 않다. 유권자들이 무소속을 뽑을까.”
그는 김종인 전 의원과 더불어 새누리당 비대위의 핵심 인물이었다. 하지만 간간이 쓴소리를 내뱉었던 김 전 의원과 달리 ‘박근혜 전도사’라 할 만큼 일관되게 박 위원장을 옹호하는 자세를 취했다. 마지막으로 “정권 잡으면 뭘 하고 싶으냐”고 물었더니 지극히 도덕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모르겠다. 내 꿈은 사회가 올바르게 가고 정의와 진실이 살아나는 것이다. 상식이 통하는 사회, 법이 만인에게 공평하게 적용하는 사회를 보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