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네하라 마리의 ‘속담 인류학’(마음산책)은 서로 다른 나라의 닮은꼴 속담을 통해 인류가 보편적 기질을 지녔다고 말하는 색다른 인류학서다. 만약 이 책이 속담과 고전을 절묘하게 인용한 데 그쳤다면 가치가 그리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저자의 맹렬한 현실비판은 독자 속을 후련하게 만든다.
예를 하나 보자. ‘바보와 가위는 쓰기 나름’이라는 꼭지의 글에서 저자는 “부시가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잔해를 앞에 두고 입 한 번 잘못 놀려 진실을 드러냈듯이, 그가 현대판 십자군의 기수(실제로 중세 십자군도 문화ㆍ교양 수준이 끔찍할 정도로 낮았던 듯하다)로서 잇따라 국제법을 위반하고 전쟁범죄를 자행하는 동안 그 깃발 뒤에 숨어서 체니와 기타 부시를 앉혀준 사람과 거대 재벌이 돈벌이에 매진한다는 구도가 확연히 드러났다”고 지적하면서 이라크전쟁을 격렬히 비판한다.
또한 저자는 부시 정권에서 부통령을 지낸 체니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세계 최대의 석유 굴삭기 판매회사 겸 군사기지 건설회사 핼리버턴의 사장으로, 걸프전쟁에서 떼돈을 벌었다. 그의 처는 군수회사 록히드의 이사.” 저자는 이 꼭지를 다음과 같이 끝맺음한다. “이라크 침략은 9·11 이전, 아니 부시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계획됐던 것은 아닐까. 부시 주니어는 바로 그 계획을 실현하는 데 이상적인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악마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성경도 인용한다’고 하지 않던가.”
2007년 한 출판사가 펴냈다 절판한 ‘속담 인류학’을 최근 마음산책이 재출간했다. 이 책은 마음산책이 펴낸 요네하라 마리의 열네 번째 책으로, 그의 책을처음 펴낸 것은 2006년 11월. 이때 출간한 2001년 오야소이치 논픽션 부문 수상작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연이어 고단샤 에세이상 수상작 ‘마녀의 한 다스’와 ‘대단한 책’ ‘미녀냐 추녀냐’ 등을 내놓았지만 역시 반응은 미지근했다.
국내에서 요네하라의 책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여덟 번째로 펴낸 ‘미식견문록’부터다. 동유럽과 러시아 등에서 겪은 자신의 독특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서고금의 문화사를 아우른 이 책은 37편의 음식론을 통해 음식과 식생활에 투영된 미시사를 통찰하고 시대 풍경을 그렸다. 이 책의 판매부수는 이제 1만 부를 넘어선 수준이다. 하지만 요네하라를 좋아하는 마니아 독자층이 글을 쓰는 사람 중심으로 3000명 이상 형성된 덕에 이미 출간한 도서도 모두 중쇄할 수 있었다. 소설 신간이 초판 3000부를 넘기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요네하라의 인기는 결코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제와 다른 한국어판 제목이다. ‘거짓말쟁이 아냐의 새빨간 진실’은 ‘프라하의 소녀시대’, ‘여행자의 아침식사’는 ‘미식견문록’, ‘한낮의 별하늘’은 ‘교양 노트’, ‘팬티의 면목 훈도시의 체면’은 ‘팬티 인문학’, ‘심장에 털이 난 이유’는 ‘문화편력기’로 각각 바뀌었다.
‘미식견문록’ 이후에는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52059;·#52059;·#52059;·#52059;’라는 부제가 어김없이 달렸다. 요네하라만이 쓸 수 있는 ‘세계음식기행’ ‘세계문화기행’ ‘궁극의 상상력’ ‘속옷 문화사’ ‘80가지 생각’ ‘커뮤니케이션 강의’ ‘러시아의 겉과 속’ 등은 이렇게 해서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한 것으로 인식됐다.
촌철살인과 위트, 통찰력이 빛나는 요네하라의 글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 읽어도 무방할 정도로 동서양 문화를 넘나든다. 한 권씩 따로 쓴 책을 처음부터 시리즈로 기획한 책처럼 ‘포장’해 마니아 독자로 하여금 모든 책을 읽게 만드는 이 같은 전략이 요네하라 책의 시장성을 확실히 키웠다. 이렇게 책은 제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는 출판사(편집자)를 만나야 빛을 발한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
예를 하나 보자. ‘바보와 가위는 쓰기 나름’이라는 꼭지의 글에서 저자는 “부시가 무너진 세계무역센터 잔해를 앞에 두고 입 한 번 잘못 놀려 진실을 드러냈듯이, 그가 현대판 십자군의 기수(실제로 중세 십자군도 문화ㆍ교양 수준이 끔찍할 정도로 낮았던 듯하다)로서 잇따라 국제법을 위반하고 전쟁범죄를 자행하는 동안 그 깃발 뒤에 숨어서 체니와 기타 부시를 앉혀준 사람과 거대 재벌이 돈벌이에 매진한다는 구도가 확연히 드러났다”고 지적하면서 이라크전쟁을 격렬히 비판한다.
또한 저자는 부시 정권에서 부통령을 지낸 체니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세계 최대의 석유 굴삭기 판매회사 겸 군사기지 건설회사 핼리버턴의 사장으로, 걸프전쟁에서 떼돈을 벌었다. 그의 처는 군수회사 록히드의 이사.” 저자는 이 꼭지를 다음과 같이 끝맺음한다. “이라크 침략은 9·11 이전, 아니 부시가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계획됐던 것은 아닐까. 부시 주니어는 바로 그 계획을 실현하는 데 이상적인 대통령이었던 것이다. ‘악마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성경도 인용한다’고 하지 않던가.”
2007년 한 출판사가 펴냈다 절판한 ‘속담 인류학’을 최근 마음산책이 재출간했다. 이 책은 마음산책이 펴낸 요네하라 마리의 열네 번째 책으로, 그의 책을처음 펴낸 것은 2006년 11월. 이때 출간한 2001년 오야소이치 논픽션 부문 수상작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연이어 고단샤 에세이상 수상작 ‘마녀의 한 다스’와 ‘대단한 책’ ‘미녀냐 추녀냐’ 등을 내놓았지만 역시 반응은 미지근했다.
국내에서 요네하라의 책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여덟 번째로 펴낸 ‘미식견문록’부터다. 동유럽과 러시아 등에서 겪은 자신의 독특한 경험을 바탕으로 동서고금의 문화사를 아우른 이 책은 37편의 음식론을 통해 음식과 식생활에 투영된 미시사를 통찰하고 시대 풍경을 그렸다. 이 책의 판매부수는 이제 1만 부를 넘어선 수준이다. 하지만 요네하라를 좋아하는 마니아 독자층이 글을 쓰는 사람 중심으로 3000명 이상 형성된 덕에 이미 출간한 도서도 모두 중쇄할 수 있었다. 소설 신간이 초판 3000부를 넘기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요네하라의 인기는 결코 단순해 보이지 않는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원제와 다른 한국어판 제목이다. ‘거짓말쟁이 아냐의 새빨간 진실’은 ‘프라하의 소녀시대’, ‘여행자의 아침식사’는 ‘미식견문록’, ‘한낮의 별하늘’은 ‘교양 노트’, ‘팬티의 면목 훈도시의 체면’은 ‘팬티 인문학’, ‘심장에 털이 난 이유’는 ‘문화편력기’로 각각 바뀌었다.
‘미식견문록’ 이후에는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52059;·#52059;·#52059;·#52059;’라는 부제가 어김없이 달렸다. 요네하라만이 쓸 수 있는 ‘세계음식기행’ ‘세계문화기행’ ‘궁극의 상상력’ ‘속옷 문화사’ ‘80가지 생각’ ‘커뮤니케이션 강의’ ‘러시아의 겉과 속’ 등은 이렇게 해서 ‘세계적인 보편성’을 획득한 것으로 인식됐다.
촌철살인과 위트, 통찰력이 빛나는 요네하라의 글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이 읽어도 무방할 정도로 동서양 문화를 넘나든다. 한 권씩 따로 쓴 책을 처음부터 시리즈로 기획한 책처럼 ‘포장’해 마니아 독자로 하여금 모든 책을 읽게 만드는 이 같은 전략이 요네하라 책의 시장성을 확실히 키웠다. 이렇게 책은 제 가치를 제대로 알아주는 출판사(편집자)를 만나야 빛을 발한다.
1958년 출생.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학교도서관저널’ ‘기획회의’ 등 발행. 저서 ‘출판마케팅 입문’ ‘열정시대’ ‘20대, 컨셉력에 목숨 걸어라’ ‘베스트셀러 30년’ 등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