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그린의 절반을 가려 압박감을 높인 카누차CC 6번 홀(파3 177야드). 거센 바닷바람을 뚫어야 온그린이 가능하다.
지역정치인이던 그의 부친은 촌장 선거에 낙선한 뒤 딸을 골퍼로 키우는 데 올인했다. 오키나와는 제주의 70% 크기지만 골프장은 45개로 제주(28개)보다 훨씬 많다. 규슈와 대만 사이에 있어 연평균 기온은 영상 22℃. 가끔 거센 해풍이 불고 아열대성 소나기가 내리지만, 이것 역시 골프 실력을 ‘담금질’하는 데는 최적의 조건이다. 최경주(완도), 양용은(제주)처럼 미야자토는 오키나와 섬 북부 나고시 인근의 동촌(東村)에서 비바람과 맞서며 자랐다.
그는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고, 오키나와의 자랑이 됐다. 거액의 세금까지 고향에 내 주민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다. 마을에 번 듯한 주민회관까지 건립해주고 때가 되면 고향 주민과 어울리니 ‘사마’라는 극존칭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오키나와는 미야자토뿐 아니라 미야자토 미카, 모로미자토 시노부 등 빛나는 별 같은 골퍼를 배출했다.
오키나와 골프장은 크게 두 곳에 밀집돼 있다. 국제공항이 있는 나하시의 남부와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나고시 주변이다. 두 지역 모두 즐길 수도 있지만, 짧은 여정이라면 섬이 남북 108km로 길기 때문에 한곳에 짐을 풀고 30분 이내의 여러 골프장을 두루 즐기는 게 현명하다. 두 지역은 주변 환경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북부는 골프와 함께 자연(해변 산)을 즐길 때, 남동부는 관광(문화재 쇼핑)을 곁들일 때 유리하다. 거의 모든 골프장이 해변을 끼고 있는데, 특히 북쪽은 험한 산악지형까지 자리해 프로 선수가 전지훈련 장소로 애용한다. 세 곳은 모두 나고시를 중심으로 30분 이내 거리에 있다.
카누차골프장
넓은 페어웨이, 그린은 빠른 편
동해안 쪽 카누차 리조트(호텔 310실, 리조트 100실) 안에 있다. 다른 골프장의 2배 면적에 18홀을 만들어 페어웨이가 넓고 자연경관이 빼어나 골프 여행상품에 꼭 들어가는 인기 코스. 하지만 라운드를 시작하면 이런 낭만과 감상은 순식간에 날아간다. 화이트 티에서는 비교적 즐기며 플레이할 수 있지만, 드라이브 거리가 220m 이내로 화력(火力)이 떨어지면 블루나 블랙 티에서는 버겁다. 국내의 화산CC나 파인리즈CC의 챔피언 티를 옮겨놓은 느낌.
그린이 곶 끝에 매달린 파4 14번 홀, 까마득한 바다 절벽을 낀 211야드 파3 17번 홀 티박스에 서면 오금이 저린다. 특히 앞뒤 길이가 30야드인 대형 그린이 많아 핀 위치를 미리 파악하지 않으면 장거리 퍼트를 피할 수 없다. 대부분이 포대그린이어서 카트도로의 거리 표시보다 한두 클럽 길게 잡는 게 현명하다. 그린 스피드는 리조트 코스치고는 빠른 편. 한마디로 롱 게임과 숏 게임을 모두 잘해야 점수를 낼 수 있는 곳이다.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아 그린과 페어웨이 곳곳에서 지렁이 똥이 보인다.
www.kanucha.co.jp/golf/
벙커에 둘러싸인 기노자CC 2번홀. 일본 골프장도 갈수록 난이도를 높이는 추세다. 작은 사진은 기노자CC 긴조 지배인(왼쪽)과 이곳에서 훈련 중인 이지현 프로.
고수들 내기 장소로 점 찍은 곳
매년 3월 초 오키나와에서 열리는 개막전을 앞두고 프로선수가 즐겨 찾는 곳이다. 일본 상금랭킹 상위권에 오른 한국 이지현(25) 프로도 이곳에서 맹훈련을 했다. 그는 “프로는 편하고 아름다운 코스보다 험한 곳을 훈련지로 정한다”며 “그래야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아마추어 대회 13승을 거둔 뒤 2006년부터 일본 투어에서 뛴다.
기노자CC는 말대로 꽤 까다롭다. 전장은 비교적 짧지만, 그린이 보이지 않는 블라인드 홀이 많고 페어웨이의 업 다운도 심하다. 고수들이 내기 장소로 점찍을 만하다. 그만큼 깊은 러프에 빠지거나 경사지에 공이 걸렸을 때 빠져나올 수 있는 위기 관리 능력이 필요하다. 긴조 지배인은 “오키나와에서 최초로 GPS(위성항법시스템)가 달린 카트를 도입해 호평을 받았다”면서 “해변을 끼고 도는 아웃코스, 산악형인 인코스의 콘셉트가 달라 잠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고 설명했다. 특이하게 그린을 고려(高麗)잔디로 조성해 볼이 잘 서지 않으므로 핀 공략 때 감안해야 한다.
562-489.com/ginoza/
벙커 장벽으로 둘러싸인 키세CC 9번 홀(파5, 605야드) 그린(왼쪽). 멀리 바다 쪽에 구름이 낮게 깔려 마치 구름 위에 떠 있는 듯한 키세CC 클럽하우스.
빼어난 경치 점수는 잘 안 나
2002년 G20 재무장관회의가 열렸던 리조트와 인접해 경치와 시설 모두 빼어나다. 회의 직전 건설해 올해로 11년째를 맞았는데, 2007년에는 일본 PGA 챔피언십 대회도 열었다. 긴장감이 감도는 산악지형의 우드(wood)코스와 경치가 일품인 해안의 오션(ocean)코스로 나뉜다. 코스 콘셉트는 국내의 남촌CC와 흡사하다. 그린에 숨은 굴곡이 있어 내리막이나 사이드라인이 걸리면 자칫 스리퍼트가 나온다. 생각만큼 점수가 잘 나지 않는 코스. 유노 부지배인은 “카트를 타고 직접 페어웨이로 들어갈 수 있도록 한 게 큰 장점”이라며 “바다 염분에 잘 견디고 복원력이 뛰어난 남아프리카산 잔디를 3년여간 품종 개량해 심은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무더위에 카트를 타고 페어웨이를 누비는 건 큰 장점이다. 골프장 측은 5월 골프텔(94실)을 오픈하고, 야간조명을 설치해 관광객을 맞을 계획이다.
www.kise-cc.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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