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서의 의사표현이 지나친 제약을 받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의 공소 사실에 따르면 사건 개요는 이렇다. A씨가 ‘리니지’ 게임 을 하다 닉네임 ‘촉’을 사용하는 피해자(상대방)와 감정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상대방을 비방할 목적 하에 그 게임에 접속한 불특정 다수인이 볼 수 있는 채팅창에 ‘촉, 뻐꺼, 대머리’라는 표현을 올림으로써 정보통신망을 통해 공공연하게 거짓 사실을 드러내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원심(항소심)은 ‘대머리’라는 표현은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질 소지가 있으며, ‘대머리’로 지칭한 것은 사이버 공간에서 상대방을 대머리로 오인하게 할 소지가 있어 거짓 사실을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는 이유로 1심의 무죄를 파기하고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서 글을 게시하는 것도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에 의한 보호 대상에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므로 게시한 글에 대한 형사적 제재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또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서의 의사표현이 지나친 제약을 받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죄가 성립하는 ‘거짓 사실’은 “개인의 주관적 감정이나 정서를 떠나 객관적으로 볼 때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내용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될 수 있어야 하며, 표현하게 된 상황과 전후 맥락에 비추어 그 표현 자체로 ‘구체적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고 이해될 수 있어야만 한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에서 A씨와 상대방은 직접 대면하거나 사진이나 영상을 통해 서로의 모습을 본 적 없이 단지 닉네임으로만 접촉했을 뿐이다. 또 ‘뻐꺼’라는 표현은 A씨가 평소 직장동료와 머리가 벗겨진 사람, 즉 ‘대머리’를 지칭하는 의미로 사용해온 은어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표현도 아니다.
대법원은 “A씨가 상대방에 대한 경멸적 감정을 표현해 모욕을 주려고 사용한 것일 수는 있을지언정, 객관적으로 그 표현 자체가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시키는 것이라거나 그에 충분한 구체적 사실을 드러낸 것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으로 법원은 인터넷 사이버 공간에서의 정보통신망을 통한 명예훼손(70조 제2항)의 성립요건인 ‘거짓 사실을 드러내 다른 사람의 명예를 훼손한 자’를 해석할 때, 채팅 경위와 게재한 글의 의미, 그 표현을 쓰게 된 상황과 전후 맥락까지 신중히 따져 엄격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