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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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처구니없는 갈등과 분쟁 고발

연극계의 거장 ‘피터 브룩’의 ‘11 그리고 12’

  •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2010-06-14 1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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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처구니없는 갈등과 분쟁 고발

    ‘11 그리고 12’는 이슬람 신자들이 올려야 하는 기도 횟수에 대한 이견이 분쟁으로 확대되는 과정을 그린다.

    한국을 처음 방문하는 피터 브룩(Peter Brook, 1925~)은 서구의 현대연극사에서 중요하게 언급되는 거장이다. 브룩은 자신의 저서 ‘빈 공간’(1968)에서 이야기했듯 ‘살아 있는 연극’을 추구해왔다. 상상력이 배제된 지루한 연극에 진저리 치며, 특정 양식을 고수하기보다는 흥겨움을 이끌어내는 것에 중점을 뒀다. 그는 화려한 무대부터 장치가 거의 없는 빈 무대까지 아우르며, 배우들의 내면 연기를 중심으로 극을 이끌면서도 서사 부분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브룩은 1962년에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의 상임연출가로 활동하면서 보수적인 영국 주류 연극계에 새바람을 몰고 왔다. 특히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비롯한 권위 있는 희곡을 새롭게 연출했다. ‘리어 왕’(1962)에서는 잔인하고 황량한 이미지를 이끌어냈고, ‘한여름 밤의 꿈’(1970)에서는 서커스를 통해 마술적인 효과를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페터 바이스의 ‘마라, 사드’(1964)에서는 20세기 서구 연극의 양대 산맥인 ‘잔혹극’과 ‘서사극’의 효과를 동시에 창출하며 주목받았다.

    1970년대 초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을 무렵 그는 돌연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연극인들을 놀라게 했다. 그곳에서 국제연극연구소를 설립해 다국적 배우들과 함께 실험에 전념했다. 그는 국적과 경험이 다양한 배우들이 모였을 때 발생하는 문화적인 풍요로움에 주목했고, 이런 작업의 일환으로 인도의 대서사시 ‘마하바라타’(1985)를 장장 6시간 동안 공연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LG아트센터 10주년 기념 공연으로 선보일 ‘11 그리고 12’에도 8명의 다국적 배우가 출연한다.

    이번 공연은 장치를 최소화한 ‘빈 무대’를 배경으로 배우들의 몸과 움직임을 통해 순수한 에너지와 감수성을 극대화할 예정이다. ‘11 그리고 12’는 아프리카의 작가 아마두 함파테 바의 글을 무대로 옮긴 것으로, ‘아프리카 수피즘(이슬람 신비주의)’의 지도자 티에르노 보카의 삶을 바탕으로 한다. 극은 이슬람 신자들이 올려야 하는 기도 횟수와 그에 따른 묵주알 수에 대한 이견이 종교 분쟁으로 확장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어느 날 신도들은 대대로 내려온 원칙에 따라 11번 기도를 올리는데, 그날따라 지도자가 멈추라는 말을 하지 않자 기도를 한 번 더 올린다. 그리고 이후에도 12번씩 기도를 한다. 문제는 지도자가 세상을 떠난 뒤 발생한다. 차세대 지도자들 간에 기도 횟수에 대한 논쟁이 벌어진 것이다. 원칙대로 11번 기도해야 한다는 측과 12번을 고수해야 한다는 측의 대립은 거대한 분쟁으로 이어진다.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대량 학살이 벌어지는 상황은 그야말로 비극적이면서 희극적이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 프랑스 제국주의자들이라는 점이다. 이 작품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 상황을 조명하는 동시에 그 이면에서 분쟁을 조장하는 세력의 모습을 날카롭게 비판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인류애적인 마인드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6월 17∼20일, LG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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