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히트 영화 ‘미녀는 괴로워’에서 초고도 비만의 여주인공은 각종 성형수술을 받은 뒤 팔등신의 날씬한 가수로 변모해 새로운 삶을 산다. 꿈같은 얘기지만 비만인 중에는 이를 실제로 믿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과연 성형술만으로 초고도 비만인 여성이 팔등신 미인으로 바뀔 수 있을까. 답은 무조건 ‘No’. 세계 최고의 성형기술을 자랑하는 국내 의료진이지만 이것은 불가능하다.
성형기술을 통해 지방을 제거하거나 분해한다고 알려진 시술 중 지방흡입술이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지방흡입술은 특정 부위에 과다하게 축적된 피하지방을 제거해 체형을 보다 아름답게 만드는 외형술일 뿐, 건강을 위해 전신의 살을 고루 빼주는 다이어트와는 애당초 관계가 없다. 1회 지방흡입을 통해 빼낼 수 있는 양은 최대 5ℓ, 체중감량 효과는 2~3㎏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방흡입술만 받으면 체중을 확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한 착각이다.
문제는 또 있다. 지방흡입술로는 배불뚝이 남성들의 고민거리인 내장지방이 조금도 해결되지 않는다. 남성의 신체는 과잉 에너지가 생기면 가장 먼저 배에 저장하는데, 대부분이 내장 사이에 분포한다. 피부 아래에 쌓이는 지방, 즉 피하지방은 얼마 되지 않는다. 반면 폐경기 이전의 여성들은 먼저 허벅지에 지방을 저장하고, 포화상태에 이르면 복부의 피하에 저장한다. 허리가 잘룩한 아가씨 중에 ‘꿀벅지’가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지방흡입술은 피하지방만 빨아내기 때문에 남성들이나 내장에까지 지방이 들어찬 고도비만 여성은 처음부터 해당이 되지 않는다. 진공청소기를 내장 사이에 넣고 돌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지방흡입술로는 내장지방 못 빼
따라서 지방흡입술은 지방이 축적되기 쉬운 복부, 허벅지, 팔뚝 등의 피하에 있는 군살을 뺄 사람에게만 권한다. 지방흡입술을 받고 싶다면 먼저 식이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살을 뺄 만큼 뺀 뒤 성형외과 문을 두드려야 한다. 더욱이 큰돈 들여 지방흡입술을 한 후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다시 지방이 들어차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지방세포가 점차 커져 빠진 부분을 메우기 때문.
지방흡입술에 대한 또 다른 오해 중 하나는 이 시술을 받으면 다음 날 ‘짠’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지방흡입술로 군살을 빼고 매끈한 몸매를 얻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다량의 지방을 제거하면 2~3일간 배 안에 괸 마취액과 피를 빼내는 피 주머니를 차고 있어야 하고, 쭈글쭈글하게 경직된 피부를 매끈하게 펴기 위해 한 달 정도 기계식 마사지를 받고 압박복을 입어야 한다.
5ℓ나 되는 지방이 있던 곳이 뻥 하고 비니 피부가 처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이때 복근운동 등 근육운동으로 바로잡아야 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므로 마사지와 압박복을 선택하는 이가 절대다수다. 압박복의 경우 제대로 된 효과를 얻으려면 2개월은 입고 있어야 한다. 시술로 인한 부기를 빼고 팽팽한 피부를 유지하려면 꾸준한 운동도 필수다. 지방흡입술 받은 사실을 숨겼다 곤욕을 치른 개그맨 이영자 씨가 “운동도 열심히 했다”고 말한 것은 이런 차원에서 나온 얘기다. 지방흡입술만으로는 그렇게 드라마틱한 체중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부작용도 문제다. 최근 기술의 발전으로 조직손상, 출혈, 전신마취 사고 등 치명적 부작용은 많이 줄었지만 의사의 숙련도에 따른 조직손상과 출혈의 가능성은 여전하다. 지방흡입술은 전해질 불균형과 산-염기 평형의 변화 등 전신적 변화가 수반되기 때문에 체액의 밸런스를 잘 유지하지 못하면 치명적인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지방을 균등하게 빼내지 못해 피부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는 피부 불규칙 현상도 고민거리다. 평균적으로 지방흡입술 환자 중 15%가 이 현상 때문에 재수술을 결심한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 최근에는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장비와 시술법이 개발되고 있지만 일반인은 어떤 의사와 클리닉이 이런 장비와 시술법을 갖췄는지 알기 힘들다. 한마디로 ‘복불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허걱, 예뻐지려고 근육을 죽여?
이 밖에도 ‘몸짱’ 성형술에는 PPC 주사와 종아리 퇴축술이 있지만 이에 대해선 의사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PPC 주사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비롯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살을 빼는 데 톡톡히 효과를 봤다고 알려진 뒤 국내에서도 ‘살 빼는 주사’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는 비만 전문의 중 이 약의 지방분해 효능에 동의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게 사실이지만, 한때는 의사들 사이에 그 효능을 두고 다툼이 일 정도로 말이 많았다. 분명한 사실은 이 주사제도 지방흡입술처럼 특정 부위의 군살 제거에 한정해서 쓰인다는 점이다.
이 주사제가 논란이 된 이유 중 하나는 여기에 포함된 약물이 지방분해 용도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재 PPC 주사제로 쓰이는 약물은 지방분해 용도로 허가를 받은 게 아니라 간성 혼수(간 기능 약화로 인해 생기는 정신질환)의 보조 치료제로 사용되던 약물. 지방분해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의사들이 오프라벨 제도(의사 판단 하에 허가받은 용도 외로 의약품을 쓰는 것)를 적용해 주사제로 상용하고 있다.
특히 주의할 점은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PPC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을 PPC 주사 약물로 둔갑시켜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의약품과 화장품은 안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화장품을 체내에 주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주사제를 맞으려면 약인지 화장품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보기 싫게 튀어나온 종아리의 비복근을 작게 만들어 매끈한 라인을 만들어준다는 종아리 퇴축술도 미용을 위해 멀쩡한 근육을 죽일 필요가 있느냐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서울 강남 성형타운에선 많이 시행하는 ‘몸짱’ 성형술 중 하나. 흔히 ‘다리에 알 박혔다’고 얘기하는 그 ‘알’이 바로 비복근. 종아리 퇴축술은 이 근육으로 전달되는 운동 신경을 차단하거나 녹이는 시술로, 신경이 끊기면 비복근은 사용이 중단되면서 저절로 퇴화해 볼륨이 줄어든다.
평생 사용하던 비복근을 어느 날 갑자기 잃어버린 환자들은 까치발을 하거나 달리기를 하는 등 종아리 힘을 필요로 하는 동작이나 운동을 할 때 다리에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을 받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종아리의 가자미근이 그 기능을 대신해 운동 기능이 95% 이상 회복되므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이나 기능 장애는 느낄 수 없다”는 게 퇴축술을 지지하는 전문의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종아리 근육을 많이 사용해야만 하는 직업군, 예를 들어 육상선수나 등산가, 무용수 등은 이 시술을 받지 않는 게 좋다는 사실에는 어떤 전문의도 이의가 없다.
*도움말 : 라마르클리닉 서울대점 장세진 원장, 바람성형외과 홍윤기 원장, 박현 성형외과 박현 원장
성형기술을 통해 지방을 제거하거나 분해한다고 알려진 시술 중 지방흡입술이 가장 유명하다. 하지만 지방흡입술은 특정 부위에 과다하게 축적된 피하지방을 제거해 체형을 보다 아름답게 만드는 외형술일 뿐, 건강을 위해 전신의 살을 고루 빼주는 다이어트와는 애당초 관계가 없다. 1회 지방흡입을 통해 빼낼 수 있는 양은 최대 5ℓ, 체중감량 효과는 2~3㎏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지방흡입술만 받으면 체중을 확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은 완전한 착각이다.
문제는 또 있다. 지방흡입술로는 배불뚝이 남성들의 고민거리인 내장지방이 조금도 해결되지 않는다. 남성의 신체는 과잉 에너지가 생기면 가장 먼저 배에 저장하는데, 대부분이 내장 사이에 분포한다. 피부 아래에 쌓이는 지방, 즉 피하지방은 얼마 되지 않는다. 반면 폐경기 이전의 여성들은 먼저 허벅지에 지방을 저장하고, 포화상태에 이르면 복부의 피하에 저장한다. 허리가 잘룩한 아가씨 중에 ‘꿀벅지’가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지방흡입술은 피하지방만 빨아내기 때문에 남성들이나 내장에까지 지방이 들어찬 고도비만 여성은 처음부터 해당이 되지 않는다. 진공청소기를 내장 사이에 넣고 돌렸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상상해보면 쉽게 답이 나온다.
지방흡입술로는 내장지방 못 빼
따라서 지방흡입술은 지방이 축적되기 쉬운 복부, 허벅지, 팔뚝 등의 피하에 있는 군살을 뺄 사람에게만 권한다. 지방흡입술을 받고 싶다면 먼저 식이 다이어트와 운동으로 살을 뺄 만큼 뺀 뒤 성형외과 문을 두드려야 한다. 더욱이 큰돈 들여 지방흡입술을 한 후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개선하지 않으면 다시 지방이 들어차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기 십상이다. 지방세포가 점차 커져 빠진 부분을 메우기 때문.
지방흡입술에 대한 또 다른 오해 중 하나는 이 시술을 받으면 다음 날 ‘짠’하고 아름다운 몸매를 찾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지방흡입술로 군살을 빼고 매끈한 몸매를 얻기까지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다량의 지방을 제거하면 2~3일간 배 안에 괸 마취액과 피를 빼내는 피 주머니를 차고 있어야 하고, 쭈글쭈글하게 경직된 피부를 매끈하게 펴기 위해 한 달 정도 기계식 마사지를 받고 압박복을 입어야 한다.
5ℓ나 되는 지방이 있던 곳이 뻥 하고 비니 피부가 처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 이때 복근운동 등 근육운동으로 바로잡아야 하지만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므로 마사지와 압박복을 선택하는 이가 절대다수다. 압박복의 경우 제대로 된 효과를 얻으려면 2개월은 입고 있어야 한다. 시술로 인한 부기를 빼고 팽팽한 피부를 유지하려면 꾸준한 운동도 필수다. 지방흡입술 받은 사실을 숨겼다 곤욕을 치른 개그맨 이영자 씨가 “운동도 열심히 했다”고 말한 것은 이런 차원에서 나온 얘기다. 지방흡입술만으로는 그렇게 드라마틱한 체중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방흡입술 받은 사실을 숨겼다 곤욕을 치른 개그맨 이영자 씨.
지방을 균등하게 빼내지 못해 피부 표면이 울퉁불퉁해지는 피부 불규칙 현상도 고민거리다. 평균적으로 지방흡입술 환자 중 15%가 이 현상 때문에 재수술을 결심한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 최근에는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장비와 시술법이 개발되고 있지만 일반인은 어떤 의사와 클리닉이 이런 장비와 시술법을 갖췄는지 알기 힘들다. 한마디로 ‘복불복’이 될 가능성이 크다.
허걱, 예뻐지려고 근육을 죽여?
이 밖에도 ‘몸짱’ 성형술에는 PPC 주사와 종아리 퇴축술이 있지만 이에 대해선 의사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PPC 주사는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비롯한 할리우드 스타들이 살을 빼는 데 톡톡히 효과를 봤다고 알려진 뒤 국내에서도 ‘살 빼는 주사’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는 비만 전문의 중 이 약의 지방분해 효능에 동의하는 사람이 더 많아진 게 사실이지만, 한때는 의사들 사이에 그 효능을 두고 다툼이 일 정도로 말이 많았다. 분명한 사실은 이 주사제도 지방흡입술처럼 특정 부위의 군살 제거에 한정해서 쓰인다는 점이다.
이 주사제가 논란이 된 이유 중 하나는 여기에 포함된 약물이 지방분해 용도로 허가를 받지 못했다는 점이다. 현재 PPC 주사제로 쓰이는 약물은 지방분해 용도로 허가를 받은 게 아니라 간성 혼수(간 기능 약화로 인해 생기는 정신질환)의 보조 치료제로 사용되던 약물. 지방분해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의사들이 오프라벨 제도(의사 판단 하에 허가받은 용도 외로 의약품을 쓰는 것)를 적용해 주사제로 상용하고 있다.
특히 주의할 점은 의사가 아닌 일반인이 PPC 성분을 함유한 화장품을 PPC 주사 약물로 둔갑시켜 사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사실이다. 의약품과 화장품은 안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엄연히 다르기 때문에 화장품을 체내에 주사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주사제를 맞으려면 약인지 화장품인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보기 싫게 튀어나온 종아리의 비복근을 작게 만들어 매끈한 라인을 만들어준다는 종아리 퇴축술도 미용을 위해 멀쩡한 근육을 죽일 필요가 있느냐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서울 강남 성형타운에선 많이 시행하는 ‘몸짱’ 성형술 중 하나. 흔히 ‘다리에 알 박혔다’고 얘기하는 그 ‘알’이 바로 비복근. 종아리 퇴축술은 이 근육으로 전달되는 운동 신경을 차단하거나 녹이는 시술로, 신경이 끊기면 비복근은 사용이 중단되면서 저절로 퇴화해 볼륨이 줄어든다.
평생 사용하던 비복근을 어느 날 갑자기 잃어버린 환자들은 까치발을 하거나 달리기를 하는 등 종아리 힘을 필요로 하는 동작이나 운동을 할 때 다리에 힘이 빠진 듯한 느낌을 받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종아리의 가자미근이 그 기능을 대신해 운동 기능이 95% 이상 회복되므로 일상생활에 불편함이나 기능 장애는 느낄 수 없다”는 게 퇴축술을 지지하는 전문의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종아리 근육을 많이 사용해야만 하는 직업군, 예를 들어 육상선수나 등산가, 무용수 등은 이 시술을 받지 않는 게 좋다는 사실에는 어떤 전문의도 이의가 없다.
*도움말 : 라마르클리닉 서울대점 장세진 원장, 바람성형외과 홍윤기 원장, 박현 성형외과 박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