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 감량 전인 2008년 5월 모습과 20kg을 뺀 뒤의 현재 모습(오른쪽).
상냥한 듯 정곡을 찌르는 말투와 후덕한 얼굴, 몸매는 그의 마스코트. 그런데 올 들어 TV에 비친 박씨의 모습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턱선이 뚜렷해지고 볼은 홀쭉해져 날렵해 보일 정도. 지인들은 그의 날씬해진 모습에 감탄했다. 남몰래 다이어트를 한 것이다. 유명인의 다이어트는 세간의 화제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의사라면 신뢰성이 배가되고, 비만인이면 누구나 도움을 구하고 싶어진다. ‘시골의사의 아름다운 동행’이라는 베스트셀러를 통해 양심적 의사의 전형을 보여줬던 그이기에 궁금증은 더 컸다.
하지만 “다이어트 노하우와 비결 등을 공개해달라”는 기자의 요청을 박씨는 거절했다. “언론에 자랑하기 위해 살을 뺀 것이 아니며, 공개될 경우 여러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시골의사’의 타이틀을 도용한 편·불법 마케팅이 판을 치는 상황을 미뤄보면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는 지극히 개인적으로 한 일이 상업적으로 활용되거나 희화화되는 것을 몹시 경계했다. 그러나 “‘의사’ 신분으로 독자들에게 다이어트에 관한 올바른 지식을 전달하는 차원이라면 블로그와 트위터(twtkr.com/chondoc)의 내용을 인용해도 좋다”고 동의했다.
다이어트 실패의 아픈 기억
박씨는 올 1월 4일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다이어트 체험기1’을 쓴 뒤 트위터를 통해 실질적인 다이어트 지식을 전해왔다. 다이어트 체험기에선 자신이 살찔 수밖에 없었던 가족력과 성장환경, 비만의 괴로움을 비롯해 다이어트에 돌입한 이유, 식이요법만 이용한 1차 다이어트 실패담과 그로 인한 부작용, 이를 극복하기 위한 2차 다이어트의 방법과 성과 등을 소개했다. 그의 다이어트 체험기를 보면 그가 얼마나 대단한 의지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다. 여간 결심이 굳지 않으면 따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다.
박씨는 이미 수년 전에 1차 다이어트를 시도했다. 스무 살 이후 몸무게 95kg 이하를 기록해본 적이 없던 그는 일상생활에서 비만으로 인한 이런저런 설움을 겪다 몇 년 전 결국 100kg을 넘어서자 다이어트를 결심했다. 그는 “솔직히 99와 100은 아주 다르다. 내 기준으로 99는 사람의 몸무게고 100은 가축의 중량”이라고 되뇌었다. 어떤 일이건 작심하면 끝장을 보는 성격인 그는 정확히 3개월 만에 무려 20kg을 줄였다. 80kg이 된 것. 그는 그때의 기쁨을 ‘제시카 고메즈가 보내는 키스와 같은 것’으로 비유했다.
하지만 이 다이어트는 실패였다.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살을 뺀 나머지 두피가 얇아지면서 탈모가 시작된 것. 선풍기 바람에도 머리카락이 빠져 날아갈 정도였다. 박씨는 “그 후유증으로 가르마 부위가 훤하게 됐다”며 “다이어트에 대한 보상치고는 혹독한 부작용을 겪은 셈”이라고 밝혔다.
박씨가 2차 다이어트를 시작한 시점은 2009년 11월 초. 몸무게가 다시 100kg을 돌파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운동만으로 살을 뺐다. “운동과 식이 다이어트를 병행해야 하지만 겨우 회복한 머리숱을 다시 허무하게 잃어버릴 수 없었던 탓”이었다. 그리고 2010년 1월을 90kg의 몸으로 맞겠다고 작심했다. 아침 라디오 방송을 마치면 스포츠센터로 직행해 2시간 반 동안 수영과 러닝머신, 자전거 타기를 번갈아 했다. 그는 이때 “미친 듯이,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달래며 했다”고 표현했다. 운동과 강연 일정을 소화하다 보면 밤 12시. 그 결과 2010년을 89.9kg으로 맞이할 수 있었다. 그러고는 2차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당분간 이 체중을 유지하기로 했다. 즉, 체지방을 줄일 만큼 줄였으니 근육을 붙이겠다는 심산. 그는 “이 기회에 식스팩을 만들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보여줄 사람이 없어 생략하기로 했다”고 농담하는 여유를 보였다.
고기와 냉면은 최악의 식사
최악의 식사 예인 ‘올리브유 가득한 파스타’.
▼ 다이어트의 목표와 성취동기
다이어트는 이상적이고 건강한 몸을 만들겠다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왜곡된 다이어트는 정신적·육체적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 부작용은 장기적이고 치명적이다. 특히 호르몬과 신경계에 주는 혼란은 심각하다. 성인은 체중의 20%가 최종 한계지점이며 그 이상을 빼면 역효과가 난다. 장기적으로 수명을 단축할 수도 있다. 따라서 1차로 현재 몸무게의 15%를 감량한 뒤에 6개월 후 5% 정도를 다시 빼는 게 이상적이다. 나의 경우에는 (지난해 11월 초 시작한 이래) 두 달 반 만에 84kg으로 줄였고 이후 4개월간 고정됐다. 두 달 후 추가로 5kg을 감량한 뒤 종료할 예정.
다이어트는 식단이나 운동 문제가 아니라 심리의 문제라는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 인간이 느낄 수 있는 성취감 중 가장 큰 것이 다이어트다. 공부나 일은 성과가 장기적이지만 다이어트는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 결국 과제 부여와 성취동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으로, 처음 목표치 도달 후 요요가 나타나는 것은 성취동기의 약화가 원인이다. 따라서 최초 목표치에 도달하면 그 다음은 일정 밴드에서 몸무게를 유지하고 새로운 목표를 세워야 한다.
문제는 몸무게를 유지하는 단계에서 생긴다. 목표치에 다가갈 때는 성취감이 있지만 유지할 때는 성취감이 줄어들기 때문. 따라서 상하 1kg의 좁은 밴드를 유지 목표치로 정하고, 매일 그 범위에 들어가는 걸 새로운 성취동기로 삼아야 한다.
▼ 식이의 대원칙과 최악의 식사
최선의 식사는 미역국 건더기만 먹는 것.
단, 여기에서 주의할 사항은 지방 섭취 후 최소 12시간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날 저녁 고기만 먹고 밥이나 냉면을 안 먹었다면(술도 마찬가지) 다음 날 아침을 늦게 먹거나 미역국, 북엇국, 두붓국 정도를 먹으면서 밥은 먹지 말아야 한다.
▼ 앳킨스(황제) 다이어트
지방만 섭취하고 다른 영양소를 극단적으로 억제하는 다이어트 방법. 앞에서 설명했듯 탄수화물과 섞이지 않으면 남은 칼로리가 체내에 축적되지 않는 원리를 이용한 것이다.
문제는 지방만 섭취하면 케톤체(물질대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을 때 생기는 아세톤 등의 총칭)의 과다 생성, 혈액의 극단적 산성화, 호르몬 불균형, 수용성 비타민 결핍 등의 부작용이 생긴다는 것이다. 비타민 결핍은 면역 저하와 공격성, 우울증, 뇌의 가성 신경전달물질 증가 등을 유발한다. 결국 앳킨스법은 전문가의 특수처방과 밀착관리가 필요하다. 문자 그대로 ‘회장님’만 가능한 다이어트법이다.
유산소운동 심하면 빨리 늙는다
▼ 식물의 줄기나 잎도 먹으면 살찐다?
인간은 잡식이지만 식물의 줄기나 잎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를 분해할 수 없다. 동물 중에선 반추동물만이 이를 소화해 에너지원으로 쓸 수 있다. 반추동물은 여러 번의 소화과정과 장내 발효과정으로 이를 에너지화한다. 코끼리가 풀만 먹고도 덩치가 큰 이유도 이것이다. 인간은 셀룰로오스가 아닌 식물의 열매(뿌리 포함)를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식물은 과량 섭취해도 살이 찌지 않는다.
▼ 채소도 익혀 먹어야 다이어트에 효과적
섬유질이 풍부한 식물의 섭취는 에너지 없이 배를 부르게 하고 변의 양을 늘려 대장암과 변비 등에 유용하다. 장 세척제 기능을 한다. 하지만 익혀서 먹을 때만 효과적이다. 샐러드용 채소는 대개 부드러운 재질이라 소화는 잘되지만 변비에는 도움이 안 된다. 샐러드가 변비에 좋다는 건 큰 오해다. 반면 익힌 채소는 더 질겨지고 분해가 어려우므로 변의 양을 늘리고 포만감을 준다. 따라서 다이어트용으로 샐러드 등을 먹는 것은 배고픔을 견디고 변의 양을 늘리는 데에는 비효율적이다. 다만 자연산 비타민의 섭취란 면에서 보면 샐러드가 익힌 채소보다 좋다. 채소를 익히면 중요 영양소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식사 때 데친 채소, 국 건더기 등을 많이 먹으면 상대적인 포만과 에너지 섭취에 유리하다. 저녁식사로 미역국 건더기를 아무리 많이 먹었다 해도 살은 찌지 않고 변만 많아진다. 양지건 쇠고기건 듬뿍 넣고 먹어도 되므로 저녁식사로 염분의 정도를 고려한 미역국 건더기를 배부르게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때 국물을 다 마시는 것은 금기다.
고도비만인 사람이 유산소운동을 하려면 수영을 하는 것이 좋다. 관절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살이 찐다는 것은 인체 내의 잉여 에너지가 축적된다는 것이다. 에너지, 즉 음식 섭취량이 과다하든 활동량이 적든 살이 찌는 원인은 잉여 에너지다. 남보다 적게 먹고 운동량이 많은데도 살이 찌는 것은 기초대사량에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섭취물의 탄소 분리 과정에서 나타나는 효율성이 개인마다 다르고, 심장박동과 호흡 등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근육을 움직이는 데 필요한 에너지가 제각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연비 이론을 생각하면 된다.
▼ 닭가슴살만 먹으면 운동을 안 해도 근육이 생긴다?
근육을 키우려고 닭가슴살을 먹는 행위는 빈혈 치료제로 수박을 대신하는 것과 같다. 다이어트 초기 살이 빠지는 것은 지방이 연소됐기 때문이 아니라 근육 단백질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우리 몸은 자신의 요구량 이하로 에너지가 공급되면, 1차적으로 골격근의 근육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이용한다. 일종의 생존반응이다. 닭가슴살만 먹겠다는 것은 이를 막기 위해 근육이 단백질이므로 단백질만 먹는다는 발상인데 완전한 난센스다.
근육의 분해와 증가는 영양소 섭취 후 근육 사용량에 따라 결정된다. 즉, 웨이트 트레이닝 등 운동을 해야 근육이 생긴다는 얘기다. 다이어트에서 운동의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다이어트를 단지 에너지를 소비하기 위해서만 해서는 안 된다. 체지방이 줄어드는 만큼 운동을 통해 근육량을 늘려야 한다.
▼ 다이어트 때 운동법
다이어트를 하면서 운동할 때는 칼로리를 소비하기 위한 운동과 근육량을 늘리기 위한 운동을 구분해야 한다. 조깅, 걷기 등 유산소운동은 에너지 소비가 목적이다. 과도한 식이조절 때 유산소운동은 오히려 탈진을 유발한다. 엄격한 식이요법과 과도한 유산소운동은 활성산소(oxygen free radical)를 증가시켜 노화와 세포손상을 유발한다. 급격한 다이어트 때 아파 보이는 현상은 근육 감소와 피부의 지방질 감소, 활성산소 증가에 의한 피로반응 때문이다.
어쨌든 몸에 있는 체지방을 태우려면 유산소운동을 해야 하는데 여건상 할 수 없는 경우는 식이조절 비중을 키우고, 그 반대의 경우는 식이조절의 엄격성을 완화해야 한다. 반면 근력운동은 반드시 해야 한다. 특히 상체운동이 중요한데 호흡근의 약화는 심부호흡을 감소시켜 폐 기능과 산소포화도에 영향을 끼친다.
등 근육도 중요하다. 다이어트 후 요통이 생긴다면 윗몸일으키며 상체 비틀기, 팔굽혀펴기, 가벼운 역기 들기, 부하량 늘린 자전거 천천히 타기 등이 유용하다. 특히 자전거와 수영은 유산소운동이면서도 필수 근력 강화에 최선의 운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