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향한 대한민국의 꿈이 끝내 좌절됐다. 6월 10일 오후 5시 1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된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이륙 2분여 만에 폭발하면서 우주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이날 사고 직후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나로호가 이륙 후 137.19초까지 정상적으로 날다가 1단 엔진이 폭발하면서 통신이 두절됐다”고 발표했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은 나로호를 공동 개발한 러시아 흐루니체프사와 비행실패조사위원회를 꾸려 폭발원인 분석에 나섰다. 이번 실패로 2020년 한국형소형위성발사체(KSLV-II)의 독자 개발 일정이 차질을 빚는 등 한국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의 대폭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나로호는 오후 5시 1분 거대한 화염을 일으키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이날 발사는 나로호에 실린 과학기술위성 2호가 우주궤도 진입과 동시에 태양에너지를 가장 잘 받을 수 있는 ‘하늘 문이 열리는 때’를 골라 이뤄졌다. 6월에는 오전 4시 10분~8시 45분, 오후 4시 25분~6시 45분 두 차례 하늘 문이 열린다. 나로우주센터를 박차고 솟아오른 나로호는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속도와 고도를 높였다. 이륙 55초 뒤 나로호는 엄청난 중력을 이기며 음속을 돌파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발사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이륙한 지 약 137초 뒤 나로호가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고도와 위치, 속도 정보를 담은 무선신호가 갑자기 끊겼다. 나로호가 고도 70km, 수평거리로 87km 떨어진 지역을 날고 있을 때였다.
고도 70km 상공에서 섬광 ‘번쩍’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사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텔레메트리(무선신호)가 끊기기 직전 나로호 상단 로켓에 붙은 폐쇄회로(CC) TV 화면에 섬광이 번쩍거린 사실을 확인했다”며 “나로호가 비행 중 폭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항우연은 사고 직후 “나로호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정확한 사고 원인은 추후 정밀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나로호는 11만 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된 복잡한 기계이다 보니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공급한 1단 액체로켓이 폭발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1단 액체로켓은 이륙 직후부터 229초까지 140t이 넘는 나로호를 우주궤도에 올려놓는 핵심 기능을 담당한다. 나로호에서 무선신호가 끊긴 시간이 137.19초인 점을 보면 1단 액체로켓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흔히 1단 액체로켓은 ‘극한의 기술’이라 부른다. 중력을 이기고 대기권으로 올라가기 위해 엔진 연소실은 200기압, 3000℃가 넘는 극한 환경이 조성된다. 조건이 조금만 안 맞아도 우주궤도 진입은 실패한다.
1단 액체로켓이 폭발하는 원인은 크게 기계적 결함, 전기적 문제 두 가지 문제로 추정할 수 있다. 발사 때나 음속 돌파 때 충격으로 용광로보다 훨씬 높은 온도의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엔진의 연소실이나 슈퍼 태풍보다 빠른 속도로 연료를 뿜어내는 터보펌프, 이를 조종하는 각종 밸브에 기계적 결함이 생길 경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연소실 내부 단열장치에 균열이 생기면서 폭발했을 가능성과, 이들 기계장치가 오작동해 충분한 추력을 얻지 못한 채 추락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켓에서 비정상적인 전기신호가 발생하거나 전기 불꽃이 일면서 순식간에 폭발력이 강한 산화제와 연료(케로신)에 불이 옮겨붙었을 수도 있다. 나로호는 앞서 7일 오전 발사대로 이송돼 발사대 케이블마스트와 연결된 뒤 연결 부위에 대한 전기적 점검 과정 중 나로호 1단 지상관측시스템(GMS)과의 연결 커넥터에서 일부 전기신호가 불안정한 현상이 발견돼 기립이 지연된 바 있다. 이 밖에 비행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발생해 엔진에 엉뚱한 명령을 내려 오작동을 일으켰거나, 엔진과 연료펌프에 이물질이 들어가서 폭발을 유발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러시아가 만든 로켓 엔진은 항공우주 전문가들도 인정한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기술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1단 엔진의 폭발 원인은 미스터리로 남는다.
나로호는 2009년 8월 25일 첫 발사에서 이륙 216초 뒤 위성보호 덮개(페어링) 하나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위성을 제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했다. 비록 첫 발사에 실패했지만 나로호 1차 발사는 국내 연구진의 로켓 발사 노하우 축적에 크게 기여했다. 1차 발사 시도 과정에서 자동발사 시퀀스의 오류를 잡아냈고 그 덕에 나로호의 안전을 지켜냈다. 발사 당시 오작동을 일으켜 혼란을 빚었던 발사지휘센터(MDC) 화면의 오류도 실패를 통해 찾아낸 값진 성과다. 첫 발사 때 화염에 떨어져 나간 화염 분출구의 콘크리트 구조물도 대폭 보강했다. 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이번 2차 발사 직전 “발사에 성공할 확률이 90%에 이른다”며 성공을 자신할 정도였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가 공급한 1단 액체 엔진이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엔진이라는 점을 들어 실패 가능성을 이미 경고했다. 실제 나로호의 1단 액체로켓은 러시아가 개발 중인 신형 앙가라 발사체의 RD-191 엔진을 변형한 신형 모델로 아직까지 한 차례의 발사 경험도 없다.
3차 발사 이뤄질지는 미지수
안병만 장관은 사고 직후 “러시아와 공동으로 나로호 발사 실패 원인을 엄격히 조사하겠다”며 “그 뒤 3차 발사 일정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나로호가 실패할 경우 최대 3번까지 동일 발사체를 쏠 수 있게 러시아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1차 발사 실패는 한국이 개발한 페어링이 정상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인 만큼 책임은 한국이 진다. 안 장관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 측에 책임이 있음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개발한 상단 로켓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2차례만 발사한다.
실제 3차 발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발사 실패의 책임을 두고 한·러 간에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외 사정도 여의치 않다. 러시아 측은 나로호 발사를 위해 파견된 자국 연구진의 피로감이 겹친 데다, 앙가라 로켓 개발 일정마저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이번 발사를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역시 3차 발사에 인력과 예산을 추가 투입할 경우 올해부터 예산이 반영된, 후속발사체인 KSLV-II 사업이 차질을 빚는다. 국내에는 로켓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액체로켓 엔진 기술을 처음부터 다시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3차 발사를 강행할 경우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교과부와 항우연은 나로호 발사 실패 직후 ‘절반의 성공’이라는 수식어를 썼다. 실패를 교훈 삼고 발사 준비 과정에서 노하우를 얻은 부분이 많다는 점을 100% 인정하더라도 우주발사 역사에서 ‘절반의 성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나로호 발사 실패 직후 홈페이지에 이 사실을 명시했다. ‘성공’ 아니면 ‘실패’뿐이다. 우주발사체를 독자 개발하려면 실패를 실패로 냉정히 평가하고, 바닥부터 차분히 기초를 다지는 연구 문화와 장기적 관점의 과학행정이 시급하다.
나로호는 오후 5시 1분 거대한 화염을 일으키며 하늘로 솟아올랐다. 이날 발사는 나로호에 실린 과학기술위성 2호가 우주궤도 진입과 동시에 태양에너지를 가장 잘 받을 수 있는 ‘하늘 문이 열리는 때’를 골라 이뤄졌다. 6월에는 오전 4시 10분~8시 45분, 오후 4시 25분~6시 45분 두 차례 하늘 문이 열린다. 나로우주센터를 박차고 솟아오른 나로호는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속도와 고도를 높였다. 이륙 55초 뒤 나로호는 엄청난 중력을 이기며 음속을 돌파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발사는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문제는 다음이었다. 이륙한 지 약 137초 뒤 나로호가 실시간으로 보내오는 고도와 위치, 속도 정보를 담은 무선신호가 갑자기 끊겼다. 나로호가 고도 70km, 수평거리로 87km 떨어진 지역을 날고 있을 때였다.
고도 70km 상공에서 섬광 ‘번쩍’
이주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은 사고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텔레메트리(무선신호)가 끊기기 직전 나로호 상단 로켓에 붙은 폐쇄회로(CC) TV 화면에 섬광이 번쩍거린 사실을 확인했다”며 “나로호가 비행 중 폭발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사고 경위를 설명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이하 교과부)와 항우연은 사고 직후 “나로호가 폭발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나 정확한 사고 원인은 추후 정밀조사를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 나로호는 11만 개 이상의 부품으로 구성된 복잡한 기계이다 보니 정확한 사고 원인을 밝히는 데 상당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공급한 1단 액체로켓이 폭발했을 것으로 추정한다. 1단 액체로켓은 이륙 직후부터 229초까지 140t이 넘는 나로호를 우주궤도에 올려놓는 핵심 기능을 담당한다. 나로호에서 무선신호가 끊긴 시간이 137.19초인 점을 보면 1단 액체로켓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흔히 1단 액체로켓은 ‘극한의 기술’이라 부른다. 중력을 이기고 대기권으로 올라가기 위해 엔진 연소실은 200기압, 3000℃가 넘는 극한 환경이 조성된다. 조건이 조금만 안 맞아도 우주궤도 진입은 실패한다.
1단 액체로켓이 폭발하는 원인은 크게 기계적 결함, 전기적 문제 두 가지 문제로 추정할 수 있다. 발사 때나 음속 돌파 때 충격으로 용광로보다 훨씬 높은 온도의 불꽃이 뿜어져 나오는 엔진의 연소실이나 슈퍼 태풍보다 빠른 속도로 연료를 뿜어내는 터보펌프, 이를 조종하는 각종 밸브에 기계적 결함이 생길 경우 폭발로 이어질 수 있다. 연소실 내부 단열장치에 균열이 생기면서 폭발했을 가능성과, 이들 기계장치가 오작동해 충분한 추력을 얻지 못한 채 추락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로켓에서 비정상적인 전기신호가 발생하거나 전기 불꽃이 일면서 순식간에 폭발력이 강한 산화제와 연료(케로신)에 불이 옮겨붙었을 수도 있다. 나로호는 앞서 7일 오전 발사대로 이송돼 발사대 케이블마스트와 연결된 뒤 연결 부위에 대한 전기적 점검 과정 중 나로호 1단 지상관측시스템(GMS)과의 연결 커넥터에서 일부 전기신호가 불안정한 현상이 발견돼 기립이 지연된 바 있다. 이 밖에 비행 소프트웨어에 오류가 발생해 엔진에 엉뚱한 명령을 내려 오작동을 일으켰거나, 엔진과 연료펌프에 이물질이 들어가서 폭발을 유발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하지만 러시아가 만든 로켓 엔진은 항공우주 전문가들도 인정한 세계적으로 가장 안전한 기술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1단 엔진의 폭발 원인은 미스터리로 남는다.
나로호는 2009년 8월 25일 첫 발사에서 이륙 216초 뒤 위성보호 덮개(페어링) 하나가 제대로 분리되지 않아 위성을 제 궤도에 올리는 데 실패했다. 비록 첫 발사에 실패했지만 나로호 1차 발사는 국내 연구진의 로켓 발사 노하우 축적에 크게 기여했다. 1차 발사 시도 과정에서 자동발사 시퀀스의 오류를 잡아냈고 그 덕에 나로호의 안전을 지켜냈다. 발사 당시 오작동을 일으켜 혼란을 빚었던 발사지휘센터(MDC) 화면의 오류도 실패를 통해 찾아낸 값진 성과다. 첫 발사 때 화염에 떨어져 나간 화염 분출구의 콘크리트 구조물도 대폭 보강했다. 이주진 항우연 원장은 이번 2차 발사 직전 “발사에 성공할 확률이 90%에 이른다”며 성공을 자신할 정도였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러시아가 공급한 1단 액체 엔진이 충분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엔진이라는 점을 들어 실패 가능성을 이미 경고했다. 실제 나로호의 1단 액체로켓은 러시아가 개발 중인 신형 앙가라 발사체의 RD-191 엔진을 변형한 신형 모델로 아직까지 한 차례의 발사 경험도 없다.
3차 발사 이뤄질지는 미지수
안병만 장관은 사고 직후 “러시아와 공동으로 나로호 발사 실패 원인을 엄격히 조사하겠다”며 “그 뒤 3차 발사 일정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나로호가 실패할 경우 최대 3번까지 동일 발사체를 쏠 수 있게 러시아 측과 합의했다고 밝혔다. 1차 발사 실패는 한국이 개발한 페어링이 정상 분리되지 않았기 때문인 만큼 책임은 한국이 진다. 안 장관의 이날 발언은 러시아 측에 책임이 있음을 염두에 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개발한 상단 로켓에 문제가 생겼을 때는 2차례만 발사한다.
실제 3차 발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발사 실패의 책임을 두고 한·러 간에 지루한 공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내외 사정도 여의치 않다. 러시아 측은 나로호 발사를 위해 파견된 자국 연구진의 피로감이 겹친 데다, 앙가라 로켓 개발 일정마저 차질을 빚는 상황에서 이번 발사를 서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역시 3차 발사에 인력과 예산을 추가 투입할 경우 올해부터 예산이 반영된, 후속발사체인 KSLV-II 사업이 차질을 빚는다. 국내에는 로켓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액체로켓 엔진 기술을 처음부터 다시 개발해야 하는 상황에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3차 발사를 강행할 경우 우주개발 중장기 계획의 전면 수정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교과부와 항우연은 나로호 발사 실패 직후 ‘절반의 성공’이라는 수식어를 썼다. 실패를 교훈 삼고 발사 준비 과정에서 노하우를 얻은 부분이 많다는 점을 100% 인정하더라도 우주발사 역사에서 ‘절반의 성공’은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도 나로호 발사 실패 직후 홈페이지에 이 사실을 명시했다. ‘성공’ 아니면 ‘실패’뿐이다. 우주발사체를 독자 개발하려면 실패를 실패로 냉정히 평가하고, 바닥부터 차분히 기초를 다지는 연구 문화와 장기적 관점의 과학행정이 시급하다.